인물

한국 최고 바리스타 - 리브레 서필훈 대표

해암도 2014. 8. 4. 05:12


  • 해외서 더 유명한 한국 최고 바리스타의 커피는?

 

비행을 하면서 짧은 체류시간을 쪼개 해외의 스페셜티 커피 매장을 찾으면서 인연이 닿는 바리스타들이 생겼다. 그들은 대부분 한국의 바리스타 서필훈과 커피매장인 ‘리브레’에 대한 질문을 했다. 당시 리브레라는 커피 공방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국의 바리스타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리브레와 서필훈이 궁금했다. 물어 물어 서울 서대문구 연남동의 리브레를 찾아갔다. 해박한 커피 지식과 인문학적 지식을 갖고 있는 리브레 서필훈 대표와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리브레는 지금은 한국 최고의 스페셜티 커피매장으로 알려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연남동 골목에 숨어있는 작은 커피 공방에 불과했다. 서필훈 대표는 한국 바리스타 1세대 박이추 선생의 수제자인 최영숙 서울 보헤미안 점장에게서 핸드드립과 로스팅을 배웠다. 한국 최초의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 산하 큐그레이더로 국내서도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리브레를 처음 찾았을 때 먼저 눈에 띈 것은 미국의 대표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모사화였다. 그림을 본 순간 안도감이 들었다. 현대인의 공허함과 소외감에 천착하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낯선 사람의 긴장을 이해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외서 더 유명한 한국 최고 바리스타의 커피는?
연남동 공방에서 납품용 커피 원두 공급과 소규모 교육에만 전념하던 리브레는 이후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서필훈 대표는 세계 로스팅 챔피언십 2연패, 커피인이 꼽은 2013년 최고의 커피인에 선정되는 등 한국 최고의 스페셜티 커피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연남동과 이태원에 카페도 열었다. 주말에는 대기인 수가 몇십 명이 넘을 정도로 좌석을 잡기가 어렵다. 기다리다 지쳐서 발길을 돌린 사람들이 많지만 조금 힘들더라도 기다려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리브레 연남동 매장은 공간이 좁기는 하지만 개성이 강한 반면 이태원 매장은 독특한 인테리어와 넓은 공간 덕분에 쾌적하다. 두 곳 모두 리브레의 대표적 블렌딩인 ‘배드 블러드’를 위주로 에스프레소 머신 추출 커피를 내세우고 있다. 같은 커피 원두라고 해도 머신과 바리스타의 개성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추출 결과를 보인다. 연남동에 비치된 에스프레소 머신 라마르조코 gb5 모델은 커피의 향미와 개성이 풍부하고, 이태원 매장에 비치된 페이마 레전드 머신의 경우는 당차고 끈적끈적한 샷을 추출해 같은 커피로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두 곳 모두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가 좋지만, 여름철에는 아이스라테도 괜찮다. 매장의 모든 커피는 4000원 균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단종 커피는 에어로 프레스라는 독특한 추출로 제공하고 있다. 고가의 게이샤, COE(Cup of Excellence) 커피들도 같은 가격에 판매하기 때문에 가난한 커피 애호가들에게는 최고다.
이태원 리브레
이태원 리브레
가장 최근 방문한 날에는 콜롬비아 나랑호(Naranjo) 게이샤(Geisha) 커피가 있었다. “커피에서 신의 얼굴을 보았다.” 미국 버몬트의 커피테이스터 돈 홀리가 파나마 커피경연대회 심사를 마친 후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 커피에 대해 남긴 말이다. 게이샤 커피에 대한 일화는 수없이 많다. 세계 최고의 커피테이스터로 손꼽히는 노르웨이의 팀 윈들보는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100점 만점을 주기도 했다. 도대체 게이샤 커피가 어떤 커피이기에? 원산지가 에티오피아 게이샤 지방이라고 해서 게이샤 커피가 됐지만, 실제로는 파나마의 에스메랄다 농장에서 상품화되었다. 게이샤 커피는 세계 최고가를 거듭 경신해 일반 상업커피의 100배가 넘는 가격에 유통되기도 한다. 자몽의 산뜻한 산미에 장미향과 과일향이 어우러진 우아한 향미, 조청같이 미끈한 단맛, 캐러멜과 초콜릿을 연상시키는 질감까지. 커피 전문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로 손꼽히지만 다양한 풍미가 부담스럽다는 사람도 있다.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 커피가 가장 대표적이고, 콜롬비아 게이샤는 좀 더 편안하고 부드럽다는 평이 있다.
게이샤 등 매장에서 판매하는 커피 원두
게이샤 등 매장에서 판매하는 커피 원두
매장에서 단종으로 마셔도 좋고, 집에서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신다면 집안을 과일과 꽃향으로 가득 채울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잘 추출된 게이샤 커피의 산뜻한 복숭아향과 장미향이 잘 어우러진 느낌이 들 때가 가장 좋다. 아이스와인이 떠오르기도 하고 홍차의 은은한 향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밤늦은 시간에 마셔도 기분이 좋아진다. 매장에서 원두를 구입하면, 즉석에서 원하는 커피를 한 잔 마실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판매되는 원두의 규모도 제법 된다. 최근 들어 외부 업체와 협력 작업도 활발하다. 한국 최고 중 하나로 꼽히는 수제 초콜릿 매장인 ‘피아프’의 아이스초콜릿을 맛볼 수 있고, 한남동 최고의 베이커리로 손꼽히는 ‘오월의 종’과도 협력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연남동 매장 주변에는 새롭게 재개장한 동진시장을 비롯해 소문난 맛집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연령대 상관없이 맛있는 데이트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글. 사진 심재범 아시아나항공 바리스타 그룹장 |  조선 : 2014.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