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건축

병원·복지관이 5분 거리… 욕실·복도마다 안전손잡이

해암도 2014. 7. 15. 06:33


      

[전국 최초로 지어진 가평 '실버 임대아파트' 가보니]

임대료, 일반 아파트의 60%… 노인 신체 기능에 맞게 설계
"밤에 119 올때면 가슴 철렁" 구급차 불 끄고 들어오기도

"동네 의원과 보건소, 노인복지관, 교회와 성당, 119 안전신고센터가 모두 아파트에서 5분 내 거리에 있어요."

중학교 교장 출신인 김장수(80)씨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여 거리라 좀 멀어 처음 입주할 때는 주저했어요. 그러나 노인 편의시설이 모여 있고, 임대료·관리비를 합쳐 한 달 20여만원이라 노인들이 살기에 좋은 곳이지요."

경기도 가평군청 인근에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읍내 2단지 아파트는 2010년 9월 전국 최초로 세워진 '실버(Silver) 임대아파트'다. 노령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노인 신체 기능에 맞게 설계한 노인 공동아파트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LH가 설계한 시범 아파트다. 10·12·15평형 335세대가 있고, 주민 800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261세대, 309명이다. 노인이 전체 거주자 10명 중 4명꼴에 육박한다.


	전국 최초의 노인 전용 임대 아파트인 경기 가평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읍내 2단지 아파트에서 입주자가 보조기를 밀고 화장실을 나서고 있다. 이 아파트는 노인들이 이용하기 편하도록 화장실을 설계해 휠체어를 타고 드나들 수 있도록 출입구 폭을 넓히고 문턱도 없앴다
전국 최초의 노인 전용 임대 아파트인 경기 가평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읍내 2단지 아파트에서 입주자가 보조기를 밀고 화장실을 나서고 있다. 이 아파트는 노인들이 이용하기 편하도록 화장실을 설계해 휠체어를 타고 드나들 수 있도록 출입구 폭을 넓히고 문턱도 없앴다. /이덕훈 기자
우선 아파트는 동남향으로 지어 겨울에도 따뜻하고, 동과 동 사이를 복도로 연결해 옆 동에 사는 노인 친구들을 쉽게 만나러 가도록 설계한 게 장점이다. 침실 1~2개, 거실, 주방, 화장실로 구성돼 다른 임대아파트의 60~70% 비용으로 살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송필순(86) 할머니의 방에 들어서자, 할머니는 전동 침대에 누워 손님을 맞았다. "어젯밤에 갑자기 아파 소리를 질렀더니 옆집 사는 할머니가 찾아와 약도 챙겨주었어요. 오늘 낮에는 옆집 할아버지(68)가 국수를 가져다주어 맛있게 먹었어요." 송 할머니처럼 10평형 아파트에 혼자 사는 노인은 74명으로, 같은 처지여서 서로 돕고 산다. "입주한 지 1년 동안은 자존심 세우느라 서로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 드물었지만 지금은 서로 허물없이 지내요." 사회복지사인 관리소장 전정옥(50)씨의 말이다.

송 할머니의 집에서 눈에 띄는 것은 화장실이었다. 화장실 규모가 평수에 비해 큰 데다 문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폭이 넓고 문턱이 없었다. 화장실에는 노인들이 혼자 목욕할 수 있도록 욕조와 변기 옆에 안전 손잡이가 있고, 위급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비상벨도 설치됐다. 자동 화재경보기, 자동 가스 누출 차단장치, 스프링클러도 갖추고 있다.


	일반 아파트와 실버 아파트 차이 비교표

낮 12시가 되자, 경로당에선 할아버지와 할머니 30여명이 어울려 점심을 먹었다. 육군 준위 출신이라는 한 할아버지는 "아파트 텃밭 채소로 반찬 걱정을 덜었다"고 했다.

단지 안에 경로당 외에 복지관도 따로 있어서 노인들의 취미·여가생활을 도와준다. 특히 군청에서 운영하는 노인복지관과 연계해 무용·국악·노래·건강체조 강좌와 웰다잉 교육 등도 진행해 우울할 틈이 없다고 노인들은 말했다.

노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그늘도 있다. 한 할머니는 "노인이 살기엔 편한 곳이지만 119가 밤에 올 때면 누군가 죽거나 아픈 경우여서 두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119가 들어올 때는 경광등을 끄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정석현(55) LH서울지역본부 주거복지사업처장은 "노인 인구가 600만명이 넘지만 저렴한 노인용 임대아파트는 전국에 서산·김제 등 3개뿐"이라며 "내년엔 춘천에도 실버 임대아파트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가평=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조선 : 2014.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