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건축

도시 한복판에서 신선놀음? 미국 최대 박물관 사로잡다

해암도 2014. 8. 15. 06:44




	건축가 프로젝트팀 '문지방'의 작품 '신선놀음'.
건축가 프로젝트팀 '문지방'의 작품 '신선놀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잔디마당에 기묘한 구조물이 들어섰다. 나무 모양의 희부연 공기 풍선 60개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린다. 한여름 땡볕 아래 길을 걷던 사람들은 공기풍선이 일제히 흔들리는 장면에 이끌려 잔디광장으로 들어선다. 풍선 사이로 번져있는 물안개가 도심의 열기를 식힌다. 풍선 사이로 숨어 있는 나무 계단을 올라가 보니 새로운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앞으로는 경복궁, 뒤로는 종친부가 보이고 발 아래 풍선들이 구름 위에 선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경복궁과 인왕산은 구름 위에 올라앉은 듯한 자태로 눈앞에 펼쳐졌다. 30도 넘는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달 31일 이곳을 찾은 직장인 이우정(30)씨는 “잠시 땡볕을 피하려고 들어갔는데 잔디를 밟자마자 물안개 깔린 구름 안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가 진 뒤 풍선 사이로 숨어 있는 나무 계단을 올라가 아래를 바라본 모습
해가 진 뒤 풍선 사이로 숨어 있는 나무 계단을 올라가 아래를 바라본 모습

도심 한복판 미술관에서 여름의 여유를 구현한 이 설치 작품의 이름은 '신선놀음'. 30대 초반 젊은 건축가 3명이 모여 구성한 프로젝트팀 ‘문지방(최장원·박천강·권경민)’이 만들었다. ‘문지방’은 이 작품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The Museum of Modern Art), 현대카드와 함께 지난달 8일부터 전시중인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 15-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최종 건축가로 선정됐다.

 '젊은 건축가'는 뉴욕현대미술관이 신예 건축가를 발굴하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국제 공모 프로그램이다. 2010년 칠레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터키 등에서 건축 유망주를 발굴했고 올해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현대카드측은 "뉴욕현대미술관과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구축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번 전시회를 공동 주최해 국내 재능 있는 젊은 건축가가 세계 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에는 국내 미술계가 추천한 26개 건축팀 중 최종 후보로 선정된 5개 팀이 포트폴리오를 제출했다.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페드로 가다뇨 뉴욕현대미술관 현대건축 큐레이터 등 국내·외 심사위원 6명이 심사해 신선놀음을 최종 선정했다.


	왼쪽부터 최장원(33), 권경민(35), 박천강(36)씨.
왼쪽부터 최장원(33), 권경민(35), 박천강(36)씨.

문지방은 이 작품에서 3~5m 크기의 대형 공기 풍선 60개로 하늘의 구름을 도심 빌딩들 사이에 끌어다 펼쳐놓았다. 나무계단에 설치한 스프링클러는 구조물 주위에 은은한 물안개를 피워올리며 ‘신선이 노니는 장소’를 구현했다. 공기 풍선 사이에 설치된 트램펄린에서 발을 구르면 구름 위와 아래를 오갈 수 있다. 문지방은 "관람객에게 지상의 세계와 천상의 세계를 한꺼번에 구경하는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적 판타지를 기초로 세계인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의도를 담았습니다. 나무 그늘 등 간단하고 자연적인 원리를 이용해 자연 친화적인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박근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신선하고 시(詩)적인 작품의 콘셉트에 외국 심사위원들이 매료됐다”며 “작품이 인왕산과 경복궁 등 주변 경관과도 어우러지도록 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미술관 내 전시장에서는 문지방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른 김세진, 네임리스 건축(나은중·유소래), 이용주, 에이엔엘 스튜디오(AnL Studio, 신민재·안기현·이민수)의 작품도 관람할 수 있다.

도시 한복판에서 신선놀음 미국 최대 박물관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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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실 콘텐츠기획팀   조선 : 2014.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