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경마 조교사. 부산ㆍ경남 경마공원에서 현재 48마리 말을
관리한다. 경주마들이 쓰는 마굿간 ‘19번 마방(馬房)’이 그가 챙기는 곳이다. 역할은 19번 마방에 있는 말을 관리하고 훈련하고 경주 전략을
짜는 것. 평소 훈련은 누가 시킬지, 경주할 때 누가 말을 탈 지, 또 경주에서 처음에 슬슬 달리다 어느 순간부터 속도를 올린다는 식의 작전을
어떻게 펼칠 지가 모두 그의 몫이다.
김영관(54) 조교사. 그 앞엔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馬主)들이 줄을 서 있다. “내 말을 받아 훈련시켜서는 경주에 출전시켜달라”는 부탁과 함께다. 김 조교사가 워낙 많은 승리를 이끌어내다보니 생긴 일이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그가 관리한 19번 마방의 말들이 벌어들인 상금은 총 250억원. 서울과 부산ㆍ경남경마공원의 85개 마방 중에 최고다. 현재 부산ㆍ경남 경마공원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경주마 역시 19번 마방 소속이다. ‘감동의 바다’라는 5세 암말이다. 2011년 첫 출전해 지금까지 19번 경주에 나가 11번 1등(19전 11승)을 했다. 받은 상금은 15억8000만원. 마주들이 그 앞에 줄을 서는 이유다.
하지만 그는 아무나 받지 않는다. 마주를 고른다는 뜻이 아니다. 말의 관상(觀相)을 본다. ‘감동의 바다’가 그랬다. 박광수(54) 마주와 함께 미국 플로리다주 오칼라 브리더즈 경주마 경매시장에서 낙찰받았다. 이 말은 X-레이 검사 결과 다리에 뼈 조각이 박힌 것으로 나타났다. 심한 운동으로 뼈에 금이 갔다가 다시 붙을 때 온전치 치유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때문에 경매에서 별로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김 조교사의 판단은 달랐다. “아래 턱이 넓고 눈망울이 초롱초롱하고 귀가 쫑긋한 게 명마의 자질이 엿보였다.”
그가 본 관상은 틀리지 않았다. 낙찰가는 3만1000달러(약 3100만원). 지금까지 그 50배 이상을 상금으로 벌었다. 상금 중 78%가 말 주인 몫이니 마주는 김 조교사의 관상 덕에 로또를 잡았다 하겠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감동의 바다는 내년쯤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때 모셔가려고 경주마 목장들이 또 줄을 섰다. 잘 뛰는 어미말의 새끼를 낳아 키워 경주마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은퇴 후 경주마 목장에 갈 때 감동의 바다는 최소 1억원 이상 몸값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조교사가 만든 신화는 감동의 바다 뿐이 아니다. 2005년 부산ㆍ경남 경마공원 개장 초기부터 활약했던 절름발이 경주마 ‘루나’도 있다. 당시 한국마사회는 경주마 수백 마리를 사서 일단 부산ㆍ경남 경마공원 마방에 넣어놓고 마주가 될 사람을 찾았다. 이 때 김 조교사는 이성희(55)씨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마주가 되고 싶은데 경험이 없다. 비싸지 않고 실력 있는 말을 구해달라”는 것이었다.
김 조교사는 루나를 골랐다. 태어나면서부터 인대염으로 두 뒷다리를 저는 말이었다. 그는 “비록 다리를 절었지만 얼굴이 작고 눈이 초롱초롱했다”며 “심폐 기능이 뛰어난 말의 특징인 넓은 어깨를 지니고 있어 다리가 불편하다는 결점을 충분히 커버할 것 같았다”고 했다.
루나는 지금까지 역대 최저가로 기록되고 있는 970만원에 낙찰됐다. 김 조교사는 다리를 수술하는 대신 훈련방법을 달리했다. 허리를 강하게 하는 방식으로 스피드를 올린 뒤 경주에 투입했다. 루나는 2005년 경남도지사배를 시작으로 2008년 오너스 컵 등 큰 대회를 석권하면서 2009년 11월 은퇴할 때까지 7억5700만원의 상금을 벌었다. 몸값의 78배다. 루나를 소재로 차태현 주연의 영화 ‘챔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누구를 기수로 태울까 생각할 때 마주가 간섭하면 “말 도로 가져가라”고 쏘아버릴 만큼 권위를 얻게 됐다.
김 조교사는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다.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을 얻은 뒤 1976년부터 서울 뚝섬경마장에서 기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달리는 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50㎏을 넘으면 안된다”는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 80년에 기수를 그만두고 식당을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고 했다.
83년에 마필관리사로 경마에 복귀했다. 조교사의 지도를 받아가며 말을 관리하고 훈련시키는 직업이다. 20년간 뚝섬과 과천경마장에서 그 일을 한 뒤 조교사 자격을 얻었고 새로 개장한 부산ㆍ경남 경마공원으로 옮겼다.
그가 따지는 명마의 관상은 이렇다. 얼굴은 이마가 넓고 아래 입 쪽이 좁아지는 역삼각형이 좋다. 초롱초롱한 작은 눈에 쫑긋한 귀를 갖고 영리하게 생겨야 기수의 명령을 빨리 알아듣고 그에 따라 달린다. 똑똑한 말은 채찍으로 때리지 않고 그저 기수가 채찍만 들어도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머리 전체 크기도 중요하다. 경주마의 머리는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부위다. 말은 달리는 동안 머리를 들었다 내리면서 속도와 방향을 조절한다. 이 때 머리가 몸과 조화를 이뤄야 잘 달릴 수 있다. 대체로 목 길이가 얼굴의 2배쯤 되는 것이 적당한 비율이다. 이 비율을 벗어난 짧은 목은 몸의 균형을 잡는데 방해가 된다. 목은 지방 없이 근육으로 이뤄져야 고삐를 죄었다 늦췄다 하는 긴장도를 예민하게 알아채고 반응한다.
호흡을 잘할 수 있도록 콧구멍이 크고 아래턱뼈가 넓어야 한다. 문제가 있으면 경주마도 콧구멍과 아래 턱을 넓히는 성형수술을 할 때가 있다.
넓은 어깨는 폐활량의 크다는 상징이다. 어깨는 또 발굽이 땅을 디딜때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어깨 각도가 땅과 45도 각도를 가지면 완충역할을 잘 한다.
김 조교사는 포커 고수이기도 하다. “상대방의 관상을 읽느냐”고 했더니 “그건 아니고 지기 싫어하는 성질 때문 아닐까 한다”며 웃었다. 부산경남 경마공원 이명걸(51)경주자원관리팀장은 “경주마의 능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혈통이지만 혈통좋은 말을 비싸다“며 ”김 조교사는 말 관상을 활용해서 흙속에서 진주를 찾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1 관상이 좋은말 ‘감동의 바다’ 옆 모습이 정사각형으로 당당하다.역삼각형 얼굴은 달릴때 바람을 잘 가른다. 맑은 눈에 쫑긋한 귀를 가져 첫 인상이 영리해 보인다. 콧구멍과 어깨가 넓어 폐활량이 많다.
2 관상이 안 좋은말 경주마에서 밀려난 승용마 ‘트레바인’은 몸매가 직사각형이고 어깨가 넓지 않다. 얼굴도 역삼각형이 아니고 눈도 맑지 않다. 발의 충격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짧은 어깨를 가졌다.
김영관(54) 조교사. 그 앞엔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馬主)들이 줄을 서 있다. “내 말을 받아 훈련시켜서는 경주에 출전시켜달라”는 부탁과 함께다. 김 조교사가 워낙 많은 승리를 이끌어내다보니 생긴 일이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그가 관리한 19번 마방의 말들이 벌어들인 상금은 총 250억원. 서울과 부산ㆍ경남경마공원의 85개 마방 중에 최고다. 현재 부산ㆍ경남 경마공원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경주마 역시 19번 마방 소속이다. ‘감동의 바다’라는 5세 암말이다. 2011년 첫 출전해 지금까지 19번 경주에 나가 11번 1등(19전 11승)을 했다. 받은 상금은 15억8000만원. 마주들이 그 앞에 줄을 서는 이유다.
하지만 그는 아무나 받지 않는다. 마주를 고른다는 뜻이 아니다. 말의 관상(觀相)을 본다. ‘감동의 바다’가 그랬다. 박광수(54) 마주와 함께 미국 플로리다주 오칼라 브리더즈 경주마 경매시장에서 낙찰받았다. 이 말은 X-레이 검사 결과 다리에 뼈 조각이 박힌 것으로 나타났다. 심한 운동으로 뼈에 금이 갔다가 다시 붙을 때 온전치 치유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때문에 경매에서 별로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김 조교사의 판단은 달랐다. “아래 턱이 넓고 눈망울이 초롱초롱하고 귀가 쫑긋한 게 명마의 자질이 엿보였다.”
그가 본 관상은 틀리지 않았다. 낙찰가는 3만1000달러(약 3100만원). 지금까지 그 50배 이상을 상금으로 벌었다. 상금 중 78%가 말 주인 몫이니 마주는 김 조교사의 관상 덕에 로또를 잡았다 하겠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감동의 바다는 내년쯤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때 모셔가려고 경주마 목장들이 또 줄을 섰다. 잘 뛰는 어미말의 새끼를 낳아 키워 경주마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은퇴 후 경주마 목장에 갈 때 감동의 바다는 최소 1억원 이상 몸값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조교사가 만든 신화는 감동의 바다 뿐이 아니다. 2005년 부산ㆍ경남 경마공원 개장 초기부터 활약했던 절름발이 경주마 ‘루나’도 있다. 당시 한국마사회는 경주마 수백 마리를 사서 일단 부산ㆍ경남 경마공원 마방에 넣어놓고 마주가 될 사람을 찾았다. 이 때 김 조교사는 이성희(55)씨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마주가 되고 싶은데 경험이 없다. 비싸지 않고 실력 있는 말을 구해달라”는 것이었다.
김 조교사는 루나를 골랐다. 태어나면서부터 인대염으로 두 뒷다리를 저는 말이었다. 그는 “비록 다리를 절었지만 얼굴이 작고 눈이 초롱초롱했다”며 “심폐 기능이 뛰어난 말의 특징인 넓은 어깨를 지니고 있어 다리가 불편하다는 결점을 충분히 커버할 것 같았다”고 했다.
루나는 지금까지 역대 최저가로 기록되고 있는 970만원에 낙찰됐다. 김 조교사는 다리를 수술하는 대신 훈련방법을 달리했다. 허리를 강하게 하는 방식으로 스피드를 올린 뒤 경주에 투입했다. 루나는 2005년 경남도지사배를 시작으로 2008년 오너스 컵 등 큰 대회를 석권하면서 2009년 11월 은퇴할 때까지 7억5700만원의 상금을 벌었다. 몸값의 78배다. 루나를 소재로 차태현 주연의 영화 ‘챔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누구를 기수로 태울까 생각할 때 마주가 간섭하면 “말 도로 가져가라”고 쏘아버릴 만큼 권위를 얻게 됐다.
김 조교사는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다.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을 얻은 뒤 1976년부터 서울 뚝섬경마장에서 기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달리는 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50㎏을 넘으면 안된다”는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 80년에 기수를 그만두고 식당을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고 했다.
83년에 마필관리사로 경마에 복귀했다. 조교사의 지도를 받아가며 말을 관리하고 훈련시키는 직업이다. 20년간 뚝섬과 과천경마장에서 그 일을 한 뒤 조교사 자격을 얻었고 새로 개장한 부산ㆍ경남 경마공원으로 옮겼다.
그가 따지는 명마의 관상은 이렇다. 얼굴은 이마가 넓고 아래 입 쪽이 좁아지는 역삼각형이 좋다. 초롱초롱한 작은 눈에 쫑긋한 귀를 갖고 영리하게 생겨야 기수의 명령을 빨리 알아듣고 그에 따라 달린다. 똑똑한 말은 채찍으로 때리지 않고 그저 기수가 채찍만 들어도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머리 전체 크기도 중요하다. 경주마의 머리는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부위다. 말은 달리는 동안 머리를 들었다 내리면서 속도와 방향을 조절한다. 이 때 머리가 몸과 조화를 이뤄야 잘 달릴 수 있다. 대체로 목 길이가 얼굴의 2배쯤 되는 것이 적당한 비율이다. 이 비율을 벗어난 짧은 목은 몸의 균형을 잡는데 방해가 된다. 목은 지방 없이 근육으로 이뤄져야 고삐를 죄었다 늦췄다 하는 긴장도를 예민하게 알아채고 반응한다.
호흡을 잘할 수 있도록 콧구멍이 크고 아래턱뼈가 넓어야 한다. 문제가 있으면 경주마도 콧구멍과 아래 턱을 넓히는 성형수술을 할 때가 있다.
넓은 어깨는 폐활량의 크다는 상징이다. 어깨는 또 발굽이 땅을 디딜때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어깨 각도가 땅과 45도 각도를 가지면 완충역할을 잘 한다.
김 조교사는 포커 고수이기도 하다. “상대방의 관상을 읽느냐”고 했더니 “그건 아니고 지기 싫어하는 성질 때문 아닐까 한다”며 웃었다. 부산경남 경마공원 이명걸(51)경주자원관리팀장은 “경주마의 능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혈통이지만 혈통좋은 말을 비싸다“며 ”김 조교사는 말 관상을 활용해서 흙속에서 진주를 찾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1 관상이 좋은말 ‘감동의 바다’ 옆 모습이 정사각형으로 당당하다.역삼각형 얼굴은 달릴때 바람을 잘 가른다. 맑은 눈에 쫑긋한 귀를 가져 첫 인상이 영리해 보인다. 콧구멍과 어깨가 넓어 폐활량이 많다.
2 관상이 안 좋은말 경주마에서 밀려난 승용마 ‘트레바인’은 몸매가 직사각형이고 어깨가 넓지 않다. 얼굴도 역삼각형이 아니고 눈도 맑지 않다. 발의 충격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짧은 어깨를 가졌다.
중앙일보 : 2014.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