腦 절반 가까이 손상됐지만 4년간 재활 끝에 다시 침 놔
"이젠 환자 손잡고 울 수 있어"
-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해담한의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방(韓方) 주치의를 지낸 신현대 원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해담한의원. 환자가 의사에게 되레 안부를 물었다. 나이 지긋한 한의사는 왼쪽 팔·다리가 마비돼 제대로 쓰지 못했고, 지팡이에 의지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간호조무사 보조를 받아가며 침을 놓는 그의 오른손 놀림만큼은 거침이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우리나라 최초로 대통령 한방(韓方) 주치의를 지낸 신현대(67) 전 경희대 한방병원장이다.
2010년 6월 어느 날 그는 지인들과 저녁 식사를 하다가 잠에 빠지듯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뇌졸중이었다.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신속히 이송됐지만, 막혔던 혈관이 터져 뇌 절반 가까이 손상을 입었다. 뇌 수술을 받고 열흘 만에 깨어난 그에게 의사는 "평생 혼자 힘으로 걷기는 힘들 것이고, 인지 장애도 있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그는 일주일에 3일씩 환자를 진료한다. 일요일마다 독거노인이나 노숙인들에게 침 치료 봉사도 한다. 그는 "수술받고 처음 눈 떴을 때 제일 하고 싶던 게 환자 진료였는데, 기적처럼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뇌졸중으로 인한 마비 등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는 한방 재활의학의 전문가다. 그런데 자신의 전공 분야 환자가 됐으니 환자들 보기 부끄러웠다. 신 원장은 "이렇게 쓰러지면 나는 인생의 패배자가 되는 거다, 반드시 다시 일어나겠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고 했다.
대학병원과 재활전문병원 입원 기간을 합치면 2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막힌 혈관 뚫고 터진 혈관 봉합한 후 약물 치료로 어느 정도 안정되면 재활 치료에 들어간다. 재활전문병원으로 옮긴 후 하체 근력을 기르는 운동 치료를 받고 간신히 걸음을 옮길 수 있게 됐다. 그는 "뇌세포가 손상돼도 꾸준히 운동하면 주변에 살아남은 세포들이 죽은 세포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며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환자를 살리는 건 현대 의학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인정했다. "의사 중의 의사는 외과 의사더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재활 치료에서 장기간 투병하는 환자에겐 한방 치료도 필요하다고 했다. "침은 마비를 푸는 데 효과가 있고, 한약은 오랫동안 누워 지내며 약해진 환자의 소화 기능이나 기운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죠. 소화가 잘돼야 기운이 돌고 투병할 체력이 생기는 겁니다."
그는 "돌이켜보니 일 욕심이 화를 부른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 주치의에서 물러난 후 해외에 한방병원을 세우겠다고 동분서주하며 몸을 혹사했다는 것이다. 그는 "심장병 가족력이 있는데도 바쁘다고 검진에 소홀했다"며 "나이가 들면 조금씩 내려놓고 느긋해지는 것이 큰 병을 막는 길인 것 같다"고 했다.
병원장·대통령 주치의를 거치며 승승장구하던 그가 제 몸도 못 가누는 환자가 된 건 "한없이 낮아지는" 경험이었다. 그는 "환자들이 내 걱정을 해 준다"며 "의사 생활 40년인데 이제야 환자 손 맞잡고 같이 울어줄 수 있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