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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이 교수는 “한옥을 현대적으로 해석해보고 싶었다. 실험의 핵심은 석굴암 석실에서 영감을 받은 지붕 구조에 있다”고 설명했다. 토미이 교수의 얘기를 더 들어봤다.
- 한옥을 설계하게 된 계기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일본인 지인 이 경주에 살고 있었는데 아파트를 나와 작은 집을 짓고 싶다고 했다. 건축주가 박사과정 학생 신분이라 예산이 빠듯했다. 공사비는 1억원 정도 밖에 쓸 수 없는 형편이었다. 한옥 설계를 벼르던 터라 내게 맡겨달라고 했다.”
- 굳이 보 없이 한옥을 지어야 했나.
“천장을 가로 지르는 보가 없으면 내부가 시각적으로 더 트여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무거운 지붕에도 불구하고 집의 상·하부 구조가 균형을 이루는데서 나오는 긴장감을 극대화해보고 싶었다.”
한양대 건축학부 서현 교수는 “지금까지 대개 건축가들은 한옥의 평면을 변화시키는데 집중하고 지붕 시공은 목수의 영역으로 여겨왔다”며 “이번 한옥은 전통 방식을 재현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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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피레네의 성’을 보여줬다. 무거워 보이는 바위가 공중에 떠 있는 그림이다. 그는 한국 건축을 이 그림처럼 ‘떠 있는 돌’에 비유했다. 고인돌에서부터 석굴암, 그리고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 김중업의 건축물 등에서 이런 우아함과 긴장미를 읽을 수 있다고 했다.
-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목수는 이런 한옥을 지어본 적이 없다며 난감해했다. 그를 위해 구조 모델을 따로 만들었다. 가장 힘든 것은 기와를 얹는 일이었다. 한국 기와는 일본 기와에 비해 3~4배가 무겁다. 설계부터 함께 작업한 제자 황보람(구가건축 근무), 구조 엔지니어, 목수와 함께 어려운 시험문제를 함께 푸는 심정이었다.”
설계비로 받은 돈은 구조 디자인 비용과, 서울~경주를 40회 왕복하는 교통비로 쓰고 나니 한 푼도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한옥 시공비가 일본 목조 건축비에 비교해도 매우 비싼 편”이라며 “한옥이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사비를 합리적으로 낮추는 다양한 실험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은주 기자 [중앙일보] 201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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