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빅데이터(big data·디지털화된 방대한 양의 정보) 돌려보니, 海外직접구매 1위는 영양제

해암도 2014. 4. 18. 10:10

[직구族 즐겨찾는 곳은]



'아이허브'서 193억어치 사 최다, 아기·어린이용품은 '짐보리'
백화점은 '색스피프스' 인기… 20대男, 단백질가루 많이 구입

주부 이현경(40)씨는 지난달 친구에게 "피부가 칙칙하니 미국 A브랜드의 여성용 종합비타민을 먹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도 진출해 있는 이 회사의 한국 사이트에서 알아본 이 비타민의 가격은 90정짜리가 6만7000원.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인터넷 검색을 더 해본 이씨는 똑같은 브랜드가 운영하는 미국용 사이트에서 같은 비타민을 20달러(약 2만900원) 정도에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초등학생인 딸을 위한 종합비타민과 눈에 좋다는 루테인을 두 병씩 더 넣어 약 140달러어치를 구매했다. 그는 "미국서 파는 보조제의 성분이 조금 다르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믿을 만한 브랜드 제품이 몸에 나쁘기야 하겠느냐는 마음으로 큰 걱정 없이 샀다. 회원 가입 할인 등 각종 할인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부 건강보조제를 한국의 20% 수준 가격으로 살 수도 있더라"고 했다.

해외 쇼핑몰 직구 물품 목록표
해외 온라인 매장에서 직접 물건을 구매하는 이른바 '해외 직구족(직접 구매족)'이 가장 즐겨 찾은 곳은 건강보조제 쇼핑몰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마케팅팀이 지난해 신한카드를 사용해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산 사람들의 사용 내용을 분석한 결과 해외 직구를 가장 많이 한 쇼핑몰은 건강보조제와 건강용품을 주로 파는 아이허브(iHerb)였다. 이 카드사 회원들은 이 사이트에서 지난해 193억원어치를 샀다. 2위인 패션 쇼핑몰 랄프로렌(95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신한카드 박창훈 빅데이터 마케팅팀장은 "해외 직구가 활성화하면서 가장 빠르게 매출이 느는 제품이 건강보조제다. 옷이나 신발 같은 건 맞지 않으면 환불이나 교환 문제가 걸리지만 건강보조제는 일정한 품질을 유지한다는 생각에 편하게 구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남성은 '몸 키우기 보조제'가 1등

한국인 손님이 몰리자 한국어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는 아이허브는 비타민·영양제 같은 건강보조제와 비누·향초·세제 등의 생활용품을 판다. 지난 한 해 동안 신한카드 사용자들은 아이허브에서 23만번 물건을 구매했고 한 번 살 때마다 평균 8만3000원어치를 썼다.

연령대·성별에 따라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도 대부분의 그룹에서 아이허브가 1위였는데, 20대 남성만은 달랐다. 20대 남성이 해외 직구로 가장 많은 돈을 쓴 쇼핑몰은 단백질 가루같이 남성들의 '몸 키우기'를 위한 건강보조제를 주로 파는 'MDM글로벌'이었다. 이 사이트에서 1년째 단백질 보조제를 사먹고 있다는 30대 회사원 현주원씨는 "한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약 9만원 정도 하는 B헬스보조제(약 2.2㎏ 용량)를 MDM글로벌에선 4만5000원 정도에 판다. 단백질 가루를 하루 세 번씩 퍼먹다 보면 조금이라도 싼 곳을 찾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해외 직구족이 많이 이용한 건강보조제 쇼핑몰은 오플닷컴·비타트라·GNC 등이었다.

◇무선 비행기, 카메라 등 취미용품도 '직구'

직구족이 물건을 산 패션 관련 온라인 쇼핑몰 중 값비싼 명품 사이트는 상위권에 거의 없었다. 패션 쇼핑몰의 매출 1위는 '폴로'등을 파는 미국 패션 브랜드 사이트 '랄프로렌'이었다. 이 사이트에서 파는 물건은 한국의 같은 브랜드 쇼핑몰보다 다양하고, 할인해주는 품목도 많다. 패션 쇼핑몰 중 2위는 미국의 캐주얼 브랜드 '갭'이었다. 3·4위에는 다양한 브랜드를 모아 파는 '숍밥'과 '6PM'이 올랐다. 명품과 중저가 브랜드를 함께 파는 미국의 백화점 쇼핑몰 중에서는 '색스피프스'가 1위였다. 아기와 어린이를 위한 사이트는 짐보리·디즈니 등 친숙한 브랜드가 1·2위를 차지했다.

다양한 취미를 가진 이들이 전문 취미용품을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하고 있는 현상도 나타났다. 미국 뉴욕에 본사가 있는 유명 카메라 전문점 'B&H'의 온라인몰은 한국 직구족들에게 2억3000만원어치를 팔았다. 캠핑용품을 파는 '캠프세이버', 무선조종 비행기와 자동차 등을 파는 '타워호비'도 꽤 인기였다. 이 세 사이트를 이용한 사람들은 한 번 쇼핑에 평균 35만원어치를 구매해 다른 직구족(평균 9만5000원)보다 씀씀이가 컸다.
김신영 기자 |  2014.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