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낮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교외에서 한바탕 차량 추격전이 벌어졌다. 쫓는 이들은 취재진, 쫓기는 사람은 일본계 미국인 도리언 프렌티스 사토시 나카모토(65). 주간지 뉴스위크가 가장 성공적인 온라인 가상화폐로 꼽히는 비트코인의 개발자가 바로 나카모토 사토시라고 지목했기 때문이다. 뉴스위크가 15개월간의 종이판 폐간을 끝내고 재발행한 복간호의 머리기사였다.
2009년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이후 개발자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정체불명의 프로그래머가 만들었다고만 알려졌을 뿐 그가 누군지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그나마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이름도 가명으로 여겨졌다. 그런 상황이 비트코인의 익명성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는 측면도 있었다.
그는 집으로 찾아간 뉴스위크 기자에게 “더 이상은 그 일(비트코인)에 간여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넘어갔고 현재는 그들이 책임지고 있다. 나는 더 이상 어떤 관계도 없다”고 말했다. 그가 비트코인 개발자임을 시인했다고 뉴스위크가 소개한 대목이다.
그러나 나카모토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자 곧바로 자신이 비트코인 개발자라는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AP통신과 두 시간여 동안의 인터뷰에서 “3주 전 뉴스위크 기자가 아들에게 접촉해오기 전까지 비트코인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며 “비트코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뉴스위크 기자가 자신의 말을 잘못 이해했다고도 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중앙일보] 2014.03.08
뉴스위크, 개발자 정체 보도… 지목된 일본계 미국인 학자 "사실이어도 말 못해" 여운
- /AP 뉴시스
이날 오전에 발매된 주간지 뉴스위크 복간호가 소동의 발단이 됐다. 뉴스위크는 1년 2개월 만에 다시 낸 종이판 복간호에서 베일에 가려 있던 가상 화폐 비트코인의 개발자를 단독 보도하고 집의 사진까지 공개했다. 이 집에 살고 있는 은퇴한 일본계 미국인 물리학자인 나카모토 사토시(미국명 도리언 S. 나카모토·64·사진)가 주인공이라는 것이었다. 2009년 탄생한 비트코인은 기존 화폐를 대체할 수단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가상 화폐다. 하지만 비트코인 개발자의 정체는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집에서 나온 나카모토는 AP 통신 기자와 두 시간가량 인터뷰를 했다. 나카모토는 AP 인터뷰에서 자신이 비트코인의 개발자라는 뉴스위크 보도를 부인했다. "3주 전에 기자의 연락이 왔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 비트코인이라는 말을 들어보지도 못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뉴스위크가 보도한 그의 개인 신상 명세는 대부분 시인했다. 보도에 따르면, 나카모토는 1949년 일본에서 태어나 어머니를 따라서 열 살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캘리포니아 주립 폴리테크닉 대학(CSPU)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휴즈 항공사의 군사용 전자통신 장비 부문에서 근무한 뒤 지금은 은퇴했다. 뉴스위크는 비트코인 개발 등으로 인한 그의 개인 재산이 4억달러(약 4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가족들도 그와 비트코인의 관계를 몰랐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비트코인 개발자라는 점을 부인하면서도 "사실이라고 해도 (어떤 회사든) 채용될 때는 비밀 유지 서약을 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털어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비트코인 재단은 "비트코인 개발자의 신원을 밝혀줄 결정적 증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성현 기자 조선 : 2014.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