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2.22 03:04
- ▲ 게릭 하일먼 런던 정경대(LSE) 경제역사학부 교수MacroDigest.com 창립자
비트코인의 바탕이 되는 기술은 지급 시스템을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함으로써 금융 활동의 체계적인 위험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금융 시스템이 비효율적인 이유 중 하나가 금융기관의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점이다. 영국 금융 당국은 최근 수표를 은행 간 물리적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틀이라는 수표 정산 기간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수표를 스캔한 이미지 파일이 거의 즉시 처리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렇게 시간을 지체시키는 것은 가능한 한 오랜 기간 돈을 움켜쥐고 이자를 받는 '플로트(float)'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은 이처럼 금융 서비스 산업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데 활용하는 수수료와 시간 지연 그리고 다른 비효율성을 상당히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11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준 의장은 "보다 신속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지불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혁신이 가능하다면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 전망이 밝다"는 서신을 상원 의원들에게 보냈다.
비트코인이 가진 익명성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보다 안전하게 만들고 소비자와 기업이 떠안아야 하는 불편과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동시에 비트코인은 대안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고, 교환 수단으로서의 역할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제공하는 가장 흥미로운 혁신은 '블록체인(block chain)'에 있다. 이는 사용자들을 직접 연결하는 P2P 방식으로 모든 거래 및 소유 기록을 유지하는 소프트웨어이다.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오늘날 은행이 하는 것과 같은 '원장(元帳·거래 내역을 적은 장부)' 기능을 소비자와 기업에 제공하지만, 그 비용은 지극히 저렴하다. 오픈 소스 알고리즘, 그리고 누구나가 비트코인 시스템 유지에 참여한다는 비트코인의 개방성은 돈과 은행이 공동체적 접근으로 복귀함을 상징한다. 이 과정에서 오늘날의 '대마불사' 은행처럼 거대하고 획일적인 제3의 관리인은 떨어져 나갈 것이다. '블록체인' 같은 소프트웨어와 함께 사람이 실질적으로 은행이 되는 것이다.
비트코인과 그 생태계는 여전히 성숙하는 단계이며, 시간이 흘러야만 현재의 가격 수준이 투기적 거품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만들어낸 혁신은 보다 안전하고, 저렴하며, 효율적인 금융시스템을 만드는 데 획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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