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배움엔 은퇴 없다… 71세에 유학 온 '도쿄 할아버지'

해암도 2026. 7. 24. 17:48

고려대 한국어센터 '최고령 학생'

경찰 간부 출신 쓰쓰미 야스지로씨

 
지난 21일 서울 고려대에서 유학 중인 쓰쓰미 야스지로(71)씨를 만났다. 그는 고려대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는 외국인 학생 중 최고령이다./김지호 기자
 

21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있는 고려대 한국어센터 한 강의실. 한국어 수업을 듣는 외국인 학생 14명 중 특별한 학생이 한 명 눈에 띄었다. 지난달 일본에서 왔다는 최고령 학생 쓰쓰미 야스지로(71)씨다. 2030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 그는 수업 내용을 쉬지 않고 노트에 받아 적고 있었다. 그는 주 5회, 하루 4시간씩 집중 수업을 듣고도 밤늦게까지 도서관에서 복습을 한다. 이날 고려대 캠퍼스에서 만난 쓰쓰미씨는 “하루 종일 공부를 해도 전혀 힘들지 않다”며 “캠퍼스에서 마주치는 젊은 학생들은 내가 교수인 줄 알고 먼저 인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고령의 나이에 유학길에 나선 것도 특이하지만, 그의 이력은 더욱 눈에 띈다. 일본 경찰 출신인 쓰쓰미씨는 경찰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계급인 경시감에 올라간 후 2018년 퇴직했다고 한다. 1974년 경찰관으로 임용돼 형사, 과학수사 등 다양한 업무를 거쳤고 한국의 경찰대학에 해당하는 경찰간부학교장을 지냈다. 경찰 퇴직 후 도쿄 지역 임기제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퇴직했다.

 

쓰쓰미씨의 한국 유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8년 전에도 고려대 한국어센터로 와 한국어를 배웠다. 쓰쓰미씨가 한국어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2015년 췌장암 수술을 받을 때였다. 그는 “삶이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이라며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생각으로 한국에 왔다”고 했다.

 

쓰쓰미씨는 오래전부터 아내와 ‘대장금’, ‘동이’ 등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게 취미였다. 둘째 아들은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할 정도로 가족 모두 한국 문화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자막 없이 한국어를 이해하고 한국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게 첫 유학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간 그는 지역 사회의 노인들을 보며 두 번째 유학을 결심했다.

 

“도서관에 와서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는 또래 노인들을 보니 제가 한국에서 공부할 때가 떠오르더라고요. 사람은 늙어서도 계속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쓰쓰미씨는 그때부터 지역 노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어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 도전해 4급을 땄다. 그는 “누군가를 가르치기엔 턱없이 부족한 성적이었다”며 “다시 한국에 가서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두 번째 유학을 온 쓰쓰미씨는 올해 11월까지 6개월간 고려대 한국어센터에서 한국어를 공부한다. 이곳에서 사귄 고려대 학생들과도 친구처럼 어울려 지낸다고 한다. 쓰쓰미씨는 “나이 차이가 많지만 친구들이 또래처럼 편하게 대해준다”며 “췌장암 수술을 받아서 매운 걸 못 먹는데 한국 음식이 대부분 매워서 조금 힘들 뿐, 한국 생활에 어려운 건 없다”고 했다.

 

쓰쓰미씨의 한국어 실력이 유창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꿈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나이라는 틀에 스스로를 가두고 싶지 않아요. 뭐든지 망설이지 않고 작은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 게 중요하죠. 암 투병 후 무기력했던 제가 한국어를 공부하며 활력을 찾았듯, 또래 노인들에게도 여전히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