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품

모방 논란 '코리아구스' 소재, 캐나다구스와 비교해보니

해암도 2013. 12. 5. 06:45
판매 가격이 100만원이 훌쩍 넘는 캐나다구스 패딩점퍼가 여러 유통 채널에서 잇따라 완판(출고된 물량이 모두 판매된 상황을 표현하는 신조어) 행렬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ㆍ외 중저가 패션 브랜드들이 앞다퉈 캐나다구스를 표방한 유사 패딩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패딩은 백화점 판매 가격이 10만원대에 불과한 데다 와펜(재킷의 가슴이나 모자 등에 다는 방패 모양의 기장이나 장식)은 캐나다구스의 것과 매우 유사해, 인터넷상에서 ‘코리아구스’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논란이 되고 있다.


◆캐나다구스, 36% 할인행사 시작하자마자 하루만에 200벌 ‘완판’

캐나다구스의 '시타델'과 '트릴리움' /지마켓 홈페이지
캐나다구스의 '시타델'과 '트릴리움' /지마켓 홈페이지

지마켓은 2일부터 1주일간 캐나다구스의 패딩 200벌을 한정판매하겠다고 밝혔지만, 준비한 물량 중 90%가 특가 판매 행사가 시작된 당일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0%는 ‘XX스몰’ 등 수요가 거의 없는 사이즈의 상품이기 때문에 사실상 완판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특히 ‘시타델’과 ‘트릴리움’, ‘익스페디션’ 등 일부 인기 모델은 비(非)인기 사이즈까지 전량 품절됐다. 백화점 판매가가 125만원인 시타델과 익스페디션은 각각 36%씩 할인된 79만8000원에, 105만원 상당의 트릴리움은 34% 할인된 69만8000원에 판매됐다.

지마켓은 지난달 초 캐나다구스의 1차 할인 행사를 진행했을 때도 150개 물량을 2시간만에 모두 팔았다. 당시 지마켓은 캐나다구스를 백화점가에 비해 44% 할인된 가격에 내놨다.

이마트(139480) (264,500원▲ 1,000 0.38%)의 저가 제품 판매점 ‘트레이더스’도 지난달 20일부터 23일까지 익스페디션 등 15개 모델을 평균 30%씩 할인 판매했다. 당시 트레이더스에서 준비한 물량은 3일만에 전량 품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캐나다구스의 인기가 워낙 높아 후속 할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물량을 수급하는 게 어려울 정도로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도 지난달 22일부터 7일간 캐나다구스 할인 행사를 열어 61개 물량을 모두 판매했으며, 이보다 앞선 18일부터 20일까지 3일에 걸친 1차 할인 행사에서도 80개 물량을 완판했다.

이처럼 병행수입(국내 공식 수입사 외의 다른 수입업자가 제3국이나 홍콩, 마카오 등지의 자유무역항의 판매업자를 경유해 상품을 수입해오는 방식)이나 해외 직구매(해외 현지의 글로벌 셀러가 물건을 직접 사들여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방식)를 통해 할인 판매되는 상품뿐 아니라, 국내 공식 수입사를 거쳐 수입되는 제품도 인기가 높다.

롯데백화점(롯데쇼핑(023530) (384,500원▼ 5,500 -1.41%))은 서울 소공동 본점 에비뉴엘에 입점한 캐나다구스의 10~11월 평균 매출이 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신세계(004170) (247,500원▼ 4,500 -1.79%)백화점도 올 겨울 캐나다구스의 입고 물량을 작년에 비해 2배나 늘렸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1차로 입고한 물량은 추석 전에 모두 품절됐고 2차 물량 역시 거의 대부분 팔린 상태”라면서 “매장에 물건이 부족해 못 팔 정도”라고 전했다.

◆모방 논란 ‘코리아구스’, 캐나다구스와 거의 같은 소재…“가격은 5분의 1”

이처럼 수백만원에 달하는 패딩점퍼가 큰 인기를 끌자 국내 중저가 브랜드들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표방해 비슷한 디자인의 오리털 점퍼를 출시하며 ‘알뜰족’ 잡기에 나섰다. 이들 중 일부 브랜드의 제품은 캐나다구스의 것과 유사한 와펜을 부착하기도 했다.

한국산 모방 제품을 뜻하는 코리아구스의 대표 상품으로는 ‘엠폴햄’과 ‘클라이드’가 꼽힌다.

엠폴햄의 오리털 패딩에 부착된 와펜에는 독도 지도가 그려져있다. 북극해를 형상화한 지도를 그려넣은 캐나다구스의 와펜과 매우 유사한 모습이다. 붉은색 띠를 두른 원 안에 파란색과 흰색으로 지도를 표현한 것도 비슷하다. 클라이드도 오리털 패딩점퍼의 와펜에 영국 지도를 그려넣어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같은 코리아구스 상품 출시가 속출하자 캐나다구스측은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캐나다구스의 국내 공식 수입사 코넥스솔루션은 “캐나다구스 본사에서 법적인 소송을 검토중”이라며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엠폴햄(왼쪽)과 클라이드(오른쪽)의 오리털 패딩. 점퍼와 와펜의 디자인이 캐나다구스의 것과 유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인터넷몰
엠폴햄(왼쪽)과 클라이드(오른쪽)의 오리털 패딩. 점퍼와 와펜의 디자인이 캐나다구스의 것과 유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인터넷몰
그렇다면 이들 코리아구스 제품들은 캐나다구스와 비교해 품질, 보온성 측면에서 어떨까.

캐나다구스는 브랜드명(gooseㆍ거위라는 뜻)과는 달리 180만원대의 일부 제품군을 제외하곤 모두 오리털로 제작된다. 캐나다구스의 최고 인기 모델로 꼽히는 익스페디션의 충전재는 오리 솜털 80%와 오리 깃털 20%로 구성돼있다. 후드(모자)에는 라쿤(미국 너구리) 털을 적용했다.

업계에서는 패딩 점퍼의 충전재는 솜털의 비율이 80%가 넘어야 이상적이라고 본다. 솜털이 깃털보다 공기를 많이 함유해, 보온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엠폴햄의 패딩점퍼는 충전재의 성분으로만 보면 캐나다구스 제품과 비슷하다. 오리솜털 80%와 오리깃털 20%로 이뤄졌으며, 후드에는 라쿤털을 적용했다. 판매 가격은 캐나다구스(125만원짜리 익스페디션 기준)의 5분의1도 안 되는 23만9000원이다.

클라이드의 패딩점퍼는 오리솜털 70%와 오리깃털 30%로 제작됐다. 후드에는 라쿤털이 적용됐고 가격은 16만5000원이다. 이 제품은 현재 롯데백화점 인터넷몰에서 전량 품절이 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바이게스의 오리털점퍼는 더 저렴한 15만9000원에 팔리고 있다. 이 제품 역시 오리솜털 80%, 오리깃털 20%로 구성된 충전재로 만들어졌다. 후드에도 캐나다구스와 마찬가지로 라쿤 털이 적용됐다.

웨스트우드의 오리털 패딩은 충전재 중 솜털의 비율로만 보면 캐나다구스 제품보다 오히려 우수하다. 오리솜털 90%와 오리깃털 10%로 이뤄져있으며 가격은 19만6000원이다. 와펜은 빨간 띠를 두른 원 안에 파란색 바탕의 그림이 있는 형태로, 캐나다구스의 것과 매우 유사하다.

캐나다구스가 이들 코리아구스 브랜드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업계와 소비자의 의견은 분분하다. 디자인을 배껴 지적 재산권을 침해한 것은 크게 문제가 된다는 주장도 나오는 반면, 일각에서는 ‘표절’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내 한 백화점에 패딩점퍼를 사러 들렀다는 직장인 김모씨는 “와펜의 도안은 몰라도, 패딩점퍼의 디자인은 브랜드마다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이를 문제삼아 소송을 건다는 것은 납득이 잘 안 간다”면서 “초고가 캐나다구스와 충전재나 후드털은 비슷하면서 가격은 훨씬 저렴한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노자운 기자 : 2013.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