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의 오마이갓]

‘종교 호감도 조사’라는 여론조사가 있습니다. 한국리서치가 매년 연말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입니다. 각 종교에 대해 ‘감정의 온도’를 물어보는 방식인데요. 매우 차갑고 부정적이면 0점, 매우 뜨겁고 긍정적인 감정은 100점, 중립적 감정은 50점으로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지난 12월 ‘2024년 종교 호감도 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불교가 51.3점으로 호감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천주교 48.6점, 개신교 35.6점, 원불교 28점, 이슬람교 16.3점이었습니다. 호감도 순위는 2023년도와 같은데, 점수는 조금씩 등락이 있네요. 2023년과 비교하면 불교는 52.5점, 천주교는 51.3점에서 소폭 하락했습니다. 개신교는 33.3점에서 소폭 올랐습니다. 결과적으로 50점(보통) 이상은 불교 뿐이었습니다.
‘각 종교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생각할 거리를 제공합니다. 올해 처음 물어본 문항이라고 하네요. 불교의 경우, 신자들은 ‘자비’와 ‘마음’, 비신자는 ‘스님’ ‘절’ ‘느낌’이란 단어를 떠올렸네요. 천주교의 경우, 신자들은 ‘마리아’ ‘신부’ ‘성모’ ‘평화’, 비신자는 ‘마리아’ ‘성모’ ‘성당’ ‘신부’ ‘수녀’ 등의 단어를 떠올렸답니다. 개신교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신자는 ‘사랑’ ‘믿음’ ‘하나님’ ‘구원’ ‘십자가’를 떠올린 반면, 비신자들은 ‘목사’ ‘교회’ ‘전도’ 외에도 ‘사이비’ ‘이기주의’를 연상했다는 응답도 나왔습니다.
또한 눈여겨 볼 대목은 각 종교에 대한 호감도가 0~49점으로 평균보다 낮은 사람들의 답변입니다. 이런 응답자는 불교에 대해서는 ‘스님’ ‘절’ ‘목탁’ 등으로 답한 가운데 ‘세속’ ‘싸움’ 등의 단어도 나왔습니다. 천주교에 대해서는 ‘마리아’ ‘신부’ ‘성당’ 등의 답변과 함께 ‘정의구현사제단’ ‘동성애’ 등의 단어도 나왔네요. 개신교에 대해서는 ‘사이비’ ‘이기적’ 등의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불교와 천주교의 경우에는 비신자 가운데에도 호감을 가진 사람과 비호감인 사람이 어느 정도 나뉘어 있는 반면, 개신교의 경우엔 비신자들이 그다지 호감을 갖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종교가 내 삶에 영향을 준다’에 응답한 비율에서는 종교별 차이가 나타납니다. 전체 응답자는 34%가 ‘영향을 준다’고 답했는데, 각 종교별로는 차이가 컸습니다. 개신교 신자는 79%, 천주교 신자는 62%, 불교 신자는 44%가 ‘종교가 내 삶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습니다. 개신교 신자들이 자신의 종교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다고 해야 할까요. 이런 종교별 신자들의 태도는 역시 올해 발표된 한국리서치의 ‘종교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도 나타납니다. 개신교 신자는 63%가 ‘종교는 절대적 진리를 담고 있다’고 답한 반면 천주교 신자는 65%, 불교 신자는 51%가 ‘모든 종교는 결국 같은 진리가 다른 방식으로 구현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 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각 종교계 언론에서도 기사로 다뤘습니다. 불교의 ‘불교신문’은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종교 호감도 1위 ‘불교’>라는 제목의 기사로 반겼지요. “불교가 높은 호감도를 유지하는 것은 강요하지 않는 포용성과 실천적 가치를 중시하는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할 수 있는 자비와 화합의 메시지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은 <젊은층 천주교 호감도 떨어져, 종교 호감도는 2위>라는 제목의 기사로 보도했습니다. 부제에서는 <한국리서치 2024 종교 호감도 조사 20대 38.6점, 중장년 층에 비해서 낮아>라고 젊은층에서 호감도가 떨어지는 현상에 대한 우려를 담았습니다.
‘종교가 향후 한국 사회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서는 견해가 비슷했습니다. ‘지금과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53%, ‘지금보다 커질 것’이라는 응답은 19%, ‘작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20%였습니다. ‘지금과 비슷할 것’의 의미가 어떤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지난 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처음으로 ‘종교가 있다’는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도 다시 조사가 있을텐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각 종교계는 관심이 큽니다. 최근의 추세는 종교 인구는 줄어들지만 ‘종교성’에 대한 관심을 더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요. 각 종교계는 이 같은 조사에서 나타난 호감도와 이미지를 참고해 국민들의 마음을 보다 세심하게 보살피는 데 힘써줬으면 합니다.
김한수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5.01.2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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