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나이는 80대, 육체와 정신은 40대...타고난 유전자 아니라도 가능[BOOK]

해암도 2024. 7. 20. 20:12



세계보건기구(WHO)의 질병분류표는 노화를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에선 노화를 억제‧지연시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절실한 소망을 찾기는 힘들다.

일간지 기자로서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에 ‘불로장생의 꿈: 바이오 혁명’ 시리즈를 연재해온 지은이는 특히 80대인데도 40대의 육체와 정신을 지닌 ‘슈퍼에이저’에 주목한다. 전 세계의 다양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은 타고난 유전자 없이도 유전자 치료나 의약품, 식사나 생활습관 개선 등 다양한 방법으로 후천적으로 슈퍼에이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의학‧보건학‧생물학에선 오래 전부터 인구집단이나 동물을 대상으로 수명‧노화 매커니즘과 통제법을 연구해왔다. 이미 1980년대에 예쁜꼬마선충 대상의 동물연구에서 age-1이라는 유전자를 조절하면 평균수명이 2배로 늘어남을 관찰했다.

지은이에 따르면 최근에는 정상세포를 손상하지 않고 노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세놀리틱’이란 물질을 찾는 연구가 활발하다. 투자자는 연구자보다 더 기민하게 희망의 냄새를 맡는지 이 분야에 이미 조 단위의 투자가 쏟아지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저스 같은 미래지향적 투자가까지 나섰다. 관련 스타트업의 창업도 줄을 잇고 있다.

노화와의 ‘전쟁’에는 기존 의약품도 ‘참전’하고 있다. 고전적 혈당조절약인 메트포르민에 노화세포 축적감소 작용이 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위고비‧삭센다 등 최근 각광받는 비만치료제의 성분인 ‘글루카콘 유사 펩타이드-1(GLP-1)’은 노화를 늦추거나 심지어 역전시킨다는 사실이 동물실험에서 발견됐다. 노화를 되돌리려는 후생유전자 연구도 활발하다.

사실 대중의 최대 공포는 자아를 허무는 치매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일단 파괴되면 재생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성인 뇌세포가 계속 생겨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 어쩌면 머지않은 장래에 뇌세포 생성을 돕는 의약품을 개발해 치매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KAIST 윤기준 교수와 바이오벤처 지뉴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실험결과는 이런 꿈의 구체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에게 항암제 트라메티닙을 주입했더니 뇌세포가 자라고 대뇌피질의 신경세포 발생이 향상되면서 인지장애 같은 증상이 줄어들었다. 암세포와 신경세포는 발생기전이 서로 비슷하다고 한다.

문제는 과학적 엄밀성이 요구되는 이 분야에 상업적 가짜뉴스나 확증편향에 따른 억측이 범람한다는 사실이다. 지은이는 근거를 확실하게 제시하고 전문가 검증을 거친 정보만 전달하는, 과학저널리즘의 윤리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채인택 전 중앙일보 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입력 202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