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의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은 여러 해에 걸쳐 비트코인을 ‘애완 돌(pet rock)’ ‘바보들의 금(fool’s gold)’이라고 부르며 무시해 왔다. 하지만 그의 딸은 비트코인을 사들여 JP모건 주식보다 더 큰 수익률을 냈다. 심지어 지금은 JP모건도 비트코인에 일정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대기업들도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 비트코인 보유량을 늘리는 추세다.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중남미 국가 엘살바도르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서 올해 2월 기준 40%의 수익률을 냈다.
‘비트코인 화폐’ 엘살바도르 경제고문 아모스 교수의 코인론
사이페딘 아모스 레바논 아메리카대 경제학과 교수의 얼굴을 합성했다. 아모스 교수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의 경제고문이기도 하다. [그래픽=주이안], [사진 다산북스]
미국 월가의 조롱을 받던 비트코인은 15년 만에 위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공식 승인했다. 홍콩 정부도 지난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를 승인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이자, 아시아에서는 최초다.
하지만 아무리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고 해도 비트코인에는 피할 수 없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과연 비트코인이 법정화폐를 대체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사이페딘 아모스 레바논 아메리카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트코인의 상용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아모스 교수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의 경제 고문이다. 그는 지난달 1일 서울 광화문에서 머니랩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15년간 비트코인은 많은 이의 예상을 뒤엎고 빠르게 성장했다”며 “앞으로 성장 속도가 더뎌진다고 해도 20~30년 뒤엔 세계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글로벌 화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모스 교수는 정부가 비트코인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으며, 정부 규제가 강화될수록 오히려 그 가치가 더 빛을 발해 급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한국에 출간된 『더 피아트 스탠다드(The Fiat Standard)』를 통해 무한정 돈을 찍어내는 정부와,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는 법정화폐(법화) 사이의 ‘통화가치적 모순’에 대해 지적했다. 법정통화 본위제는 미국 정부가 금 태환 의무를 사실상 이행할 수 없게 되자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아모스 교수는 “오히려 지금의 법화 체계는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들여다보면 비트코인보다 특이하고 기형적인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화는 정부가 채무 불이행에 대처해 온 역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본위제 폐지 이후로 돈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고, 모두가 미래를 당겨쓰는 삶을 당연히 여기는 등 기형적인 자본시장을 만들어버렸다”며 “이러한 불안정한 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모스 교수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제프리 삭스 교수의 조교로 일하며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학문의 영향을 받았다.
1. 마약전쟁 이긴 정부 봤나…비트코인 300배 오를 것
여전히 비트코인이 화폐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생각보다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에서도 비트코인을 받는 술집이 있다. 어젯밤 동료들과 방문한 한 바에서 술값을 비트코인으로 결제했다. 물론 여전히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엔 갈 길이 멀다. 현재 전 세계의 현금자산 총 규모가 약 300조 달러다. 비트코인의 가치(시가총액)는 1조 달러밖에 안 된다. 나는 궁극적으로 지구 상에 존재하는 300조 달러의 현금 자산 수요를 비트코인이 대체할 것이라고 믿는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앞으로 300배 성장할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박경민 기자 중앙일보 입력 2024.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