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비트코인, 미국 빚이 호재다” 내년 2배 뛴다는 주장 근거

해암도 2024. 12. 30. 07:18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용사기(scam)’라고 치부됐던 비트코인은 2024년 안전자산으로 지위가 격상됐다. 이제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최고위급 인사가 비트코인을 금에 빗댄다. 지난 12월 4일(현지시간)에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비트코인은 금의 디지털 버전”이라고 말했다. 잘 알려졌듯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점 모니터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됐던 비트코인은 최근 '디지털 금'으로 격상된 모양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여전히 ‘비트코인=안전자산’ 등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도 적지 않다. 금에 비교하기엔 가격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인식이 있다. 비트코인은 ‘트럼프 2기’ 최대 수혜 자산으로도 꼽히며 한때 개당 10만 달러(약 1억4700만원)를 넘기도 했다. 상승세가 가파른 만큼 곧 긴 조정기가 올 거란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에 비트코인이 금과 비슷한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정받아 장기적으로 30만, 50만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며 ‘지금 투자하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의 지위를 공고히 하며 위험자산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을지 머니랩이 면밀히 살펴봤다. 국내외 전문기관의 내년도 비트코인 전망도 곁들였다. 앞서 머니랩은 2024년 1월 4일, 올해 비트코인에 대한 전망을 담았다. 당일 비트코인에 투자해 12월 20일까지 보유했다면 151.17%의 수익률을 거뒀을 것이다.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Point1 ‘디지털 금’ 반열 오른 비트코인
-비트코인 전략 비축 자산 될까
-제2의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장?
📍Point2 미국 빚과 비트코인의 상관관계
-미국 부채 한도 협상 주목 이유
-미국 빚 줄여주는 비트코인

📍Point3 비트코인 랠리 언제까지
-내년도 비트코인 가격 전망

국가도 기업도…금처럼 모으는 비트코인
한국은행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은 금을 비축해 놨다. 세계금협회(WGC)는 중앙은행이 금을 매입하는 이유를 설문조사해 지난 6월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금을 모아두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①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전혀 없고 ②과거 경제 위기 속에서도 금은 그 가치를 유지했으며 ③금의 가치 저장 수단 역할은 지난 수 세기 동안 이어졌다는 것이다.


신재민 기자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면 중앙은행이 실물 금처럼 비트코인 역시 사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일단 Fed는 선을 그었다. 비트코인을 금에 비유했던 파월 의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우리(Fed)는 비트코인을 보유하도록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비트코인 비축을 위한 법·제도 마련 가능성에 대해선 “의회가 고려해야 할 사안이며 Fed는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암호화폐를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고 시사했지만 Fed가 이에 당장 발맞추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파월의 이 발언에 비트코인 오름세는 일단 꺾였다.

하지만 미국 정부나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을 비축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김민승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비트코인 전략 자산화 관련 법안이 미국 의회에 제출돼 있고, 텍사스 및 플로리다주 정부는 연방정부보다 먼저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에 나섰다”며 “미국 등 국가 단위에서 비트코인 확보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전략적 비축 자산
정부가 비상 상황 등에 대비해 미리 보유하는 자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비축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주목받은 용어다. 현재 미국의 대표적 비축 자산은 원유다.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건 미국만이 아니다. 러시아, 중국 등 미국으로부터 경제 제재나 견제를 받는 국가들도 비트코인의 쓰임새를 키우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최근 자국 기업의 무역대금 결제에 비트코인 사용을 허용했다. 여기에 러시아 정부 내에서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준비금에 포함하려는 조짐이 보인다는 보도도 나왔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크립토포테이토에 따르면 안톤 트카체프 러시아 하원의원은 최근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에게 “전통적인 통화 준비금과 같은 방식으로 러시아의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을 조성할 수 있는지 타당성을 평가해 달라”는 내용의 제안서를 보냈다.

중국 역시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비축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 창립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인 창펑 자오는 지난 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비트코인 준비금을 도입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국의 비트코인 비축이 가시화하면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금 가격 랠리도 중국 중앙은행의 ‘사재기’에 힘입은 거라는 분석이 많았다.


박경민 기자

기업 단위의 비트코인 투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기업 주가가 급등한 미국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같은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2020년부터 비트코인을 구매했고, 이달 들어서도 비트코인을 추가 구매하며 모두 약 460억 달러(약 68조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 항공우주·에너지 기술 기업인 ‘KULR테크놀로지’는 최근 약 2100만 달러(약 310억원)어치의 비트코인 매입 사실을 발표했다. 암호화폐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마켓메이커’인 네덜란드 회사 ‘윈터뮤트’의 제이크 오스트롭스키 트레이더는 “2025년에 더 많은 기업이 회사 자본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할 것”이라며 “기관투자가와 증시 상장기업들이 비트코인 투자를 늘리면 암호화폐 시장에 상당한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디지털 금’으로 보는 국내 부자도 늘고 있다. KB금융그룹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동산 자산 10억원 이상을 동시에 보유한 ‘부자’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보니 한국 부자의 암호화폐 보유율은 지난해 4.3%에서 올해 7.3%(‘2024 한국 부자 보고서’)로 크게 늘었다. 이 비율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보고서는 “암호화폐가 국내외에서 대체투자 수단으로 재조명되고 있다”며 “특히 한국 부자 3명 중 1명은 암호화폐의 ‘디지털 금’으로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빚 늘수록 비트코인에 호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비트코인 투자자에게는 ‘믿는 구석’이다. 최근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트럼프 취임 이후 암호화폐에 유리한 관련 정책이 구체화하면 비트코인에는 큰 호재가 될 거란 기대가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FP= 연합뉴스

여기에 트럼프가 주장한 정책들이 앞으로 미국 부채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비트코인에 또 다른 호재가 될 수 있다. 미국 재정 위기 부각으로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면 투자자들이 비트코인과 같은 대체투자 자산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은 미국 부채 한도 협상이 변수다. 부채 한도는 미국 정부가 차입할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 의회가 설정한다. 내년 초부터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부채 한도 협상을 시작한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인은 여러 차례 부채 한도를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물론 일부 공화당 의원도 반대하고 있다. 부채 한도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박경민 기자

과거 미국에서 부채 한도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며 미국 신용 위기가 불거졌을 때 비트코인 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채 한도 협상이 난항을 겪었던 2011·2013·2023년 당시 미국 정부 디폴트 확률이 높아졌을 때 비트코인이 달러 약세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부각되곤 했다”며 “비트코인은 사실상 트럼프가 허락하는 유일한 달러 헤지(위험회피) 자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부채 한도 불확실성이 부각될 경우 비트코인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트럼프의 여러 정책이 미국 정부 빚을 늘릴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부채 한도 폐지를 주장하는 건 그 자체가 나랏빚을 더 늘리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트럼프 시대를 상징하는 감세 정책 역시 재정 적자를 늘리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불어나는 빚을 줄이는 방편으로 비트코인이 부각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쌓자고 하는 주된 이유도 부채비율 감축이다. 암호화폐 관련 벤처캐피털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너무 많은 빚 때문에 망가진 대차대조표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자산군을 발행해야 한다”며 “그 답은 비트코인이 될 것이고, 비트코인이 부채비율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50만 달러 vs 6만 달러…비트코인 향방은
비트코인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여전히 넘쳐난다. 안전자산으로 대접받기 시작한 비트코인이 트럼프 2기에 관련 규제가 풀리고, 나아가 미국 비축자산 지위까지 차지할 경우 몸값은 ‘퀀텀 점프(대도약)’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은 비트코인의 2025년 말 목표가를 20만 달러(약 2억9500만원)로 제시했다. 올해 대비 2배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번스타인 측은 “트럼프 당선인의 암호화폐에 대한 우호적 정책과 규제 완화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암호화폐 투자사인 갤럭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마이크 노보그라츠 CEO는 “비트코인이 전략적 준비 자산이 되면 가격은 50만 달러(약 7억380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거래소 코빗도 비트코인의 내년 가격을 16만~17만 달러로 전망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더 오를 것이라고 봤다.


신재민 기자

비트코인보다 덜 오른 암호화폐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분석도 있다. 암호화폐 투자사 갤럭시디지털홀딩스의 연구 부문인 갤럭시리서치는 내년 말 이더리움 개당 가격이 5000달러(약 740만원)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이더리움 가격은 2024년 5월 한때 4000달러(약 590만원)를 넘었지만, 최근에는 3400달러(약 5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른 모든 투자 자산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너무 많이, 비교적 오랜 기간 오르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 입장에선 부담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비트코인 가격이 우상향할 가능성이 크지만, 일정 기간엔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암호화폐 분석가 알리 마르티네즈는 “비트코인이 9만 달러 수준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7만 달러까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에디터     하남현     중앙일보 기자   발행 일시2024.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