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파킨슨병 판정을 받은 박은경 씨(54)는 지난해 8월 이강일 나사렛국제병원 이사장(81)이 맨발로 맨땅을 걸은 뒤 파킨슨병이 호전됐다는 영상을 봤다. 그리고 맨발 걷기 관련 영상과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72)이 올린 ‘맨발 걷기 효과’에 대한 강의 영상도 다 봤다. 책도 읽었다. 그리고 바로 집(경기 부천) 근처 산을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박은경 씨가 경기도 고양시 행주내동 한 비닐하우스에서 맨발로 걷다 포즈를 취했다. 고양=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 단톡방에 누가 이강일 이사장님 동영상을 누가 올려준 거예요. 사실 그동안 맨발로 걸으면 좋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약간 미친 사람들인 줄 알았죠. 그들이 열심히 걷든 말든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난치병이고 약도 없는데 좋아졌다는 겁니다. ‘저분이 나랑 같은 병인데 좋아졌다고? 이게 뭐지’ 하며 영상을 본 다음에 맨발 걷기가 뭔지에 대해 찾아봤어요. 그날 밤새 봤어요. 맨발 걷기 이론에 대한 박동창 회장님 강의를 다 보고 다음 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죠. 토요일 오전이었는데 박동창 회장님이 쓴 ‘맨발로 걸어라’란 책을 빌려 절반 정도 보다 바로 더 볼 것 없이 ‘이것은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바로 나가서 걸었어요.”
지난해 8월 12일이었다. 그때부터 하루도 안 쉬고 맨발로 걸었다. 부천의 원미산 지향산 등을 돌았다. 처음 한 달은 1시간, 그리고 2시간으로 늘렸다. 그는 “1시간으론 부족하다고 해서 늘렸어요. 그러자 진짜 달라졌다”고 했다.
박은경 씨가 경기도 고양시 행주내동 한 비닐하우스에서 국민체조를 함께 하고 있다. 고양=양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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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세포들이 파괴되면서 나타나는 중추신경계 질환이다. 도파민은 운동 능력이나 감정 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 분비가 감소하면 무기력, 우울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손발의 떨림, 몸의 경직, 불안정한 걸음걸이나 자세, 느린 동작 등과 같은 운동 능력 저하 증상이 따르게 된다.
“파킨슨병 환자는 여러 증상이 있어요. 목과 손, 팔다리에 오는 각종 강직은 물론 걷다 갑자기 걸을 수 없는 보행 동결…. 교차로를 걷다 갑자기 보행 동결이 와서 도로 중간에 서서 두려움에 떨어 본 적 있나요? 하루 종일 걷지 못한 경우도 있고, 그런 현상이 주4~5일 나타나죠. 파킨슨병 환자들에게는 늘 있는 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아 남편이 주물러 줘야 움직일 수 있죠. 그런데 70일 정도 걸으니 그런 증상들이 발생하는 빈도가 줄어드는 겁니다. 증세도 완화되고…. 어느 순간부터 남편에게 손가락을 주물러 달라고 안 했어요.”
박은경 씨(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경기도 고양시 행주내동 한 비닐하우스에서 맨발 걷는 사람들과 포즈를 취했다. 왼쪽에서 네 번째가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 고양=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사실 박 씨는 파킨슨병 걸린 뒤 5년 만에 뇌에 쇠막대기를 심는 DBS 수술도 받았다. DBS(Deep Brain Stimulation)는 뇌심부자극술이라고 한다. 약물요법으로 떨림이 조절되지 않거나, 파킨슨병 환자들이 약물 부작용으로 이상운동증 등이 나타나면 실시하는 수술이다. 약으로 조절이 잘 안 될 경우 받는 수술인데 다른 환자들보다 일찍 받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DBS 배터리를 끄고 살아도 생활하는 데 큰 문제 없다고 했다.
박 씨는 목에 강직이 와 걸을 때 목이 뒤로 제쳐지는 현상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졌다. 그는 “목 근육이 굳어 머리를 뒤로 끓어 당긴다. 정말 보기 안 좋다. 지금은 전혀 문제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파킨슨병이 나은 것은 아니다.
“파킨슨병은 악화가 안 되고 현상 유지만 해도 감사한 병입니다. 계속 안 좋아지는 병이죠. 그런데 호전됐으니 얼마나 기쁜지…. 주위에서도 제가 좋아지니까 다 놀랍니다. 전 아무것도 한 게 없고 맨발로 걷기만 했어요. 이러니 맨발 걷기를 안 할 수 없죠.”
박은경 씨가 경기도 고양시 행주내동 한 비닐하우스에서 맨발로 걷다 양손으로 V자를 그리고 있다. 고양=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박 씨는 하루 다섯 번 먹던 약을 네 번으로 줄였다. 그는 “파킨슨병 환자는 운동 세포가 죽어 강직되면서 발걸음도 못 떼고 행동이 느려진다. 그래서 도파민을 먹는다. 파킨슨병 환자가 약을 줄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환자들은 다 안다. 그만큼 좋아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이강일 이사장님이 ‘완치는 안 되지만 좋아진다면 맨발로 걸어야 한다’는 게 어떤 뜻인지 알게 됐다”고 했다.
이강일 이사장은 2023년 8월 12일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 “맨발 걷기로 파킨슨병 호전,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로 썼던 인물이다. 이 이사장은 8년 전 파킨슨병에 걸려 고생했다. 그는 “누웠다 앉는 게 힘들었다. 걷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2022년 9월 지인으로부터 “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건강이 좋아진다”고 해 원리를 공부한 뒤 바로 시작했고, 지금은 누웠다 일어나는 것, 걷는 데도 큰 문제 없는 상태가 됐다. 이 이사장도 “지인의 말을 들은 뒤 박동창 회장이 쓴 ‘맨발로 걸어라’란 책을 봤다. 그래서 일리가 있는 얘기라고 생각해 걷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강일 이사장이 인천 연수구 청량산에 올라 맨발로 황톳길을 걷고 있다. 맨발걷기국민운동분부 인천연수구지회 제공.
이 이사장은 병원 근처인 인천 연수구 청량산을 올랐다. 처음엔 제대로 걷지도 못해 양쪽에 목발을 짚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걸었다. 매일 하루 2시간30분 이상을 걸었다. 이 이사장의 말이다.
“도파민을 먹다 보면 변비가 생겨요. 그래서 증상이 심할 때 도파민 복용량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었죠. 그런데 맨발로 한 달 정도 걸으니 변비가 없어진 겁니다. 잠도 잘 왔어요. 전 스트레스 받으면 잠을 푹 못 잤는데 맨발로 걸은 뒤엔 잠도 쉽게 들고 깨지 않고 끝까지 잤어요. 다리 부종과 이명증도 사라졌어요. 다리가 자주 부어 신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봤는데 그게 호전된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제가 알 수 없는 몸에 있는 문제점이 해 해결이 된 것 같습니다. 물론 걷는 것도 편안해졌고. 아직 약간 불편하긴 한데 누웠다 일어나는 것, 걷는 게 아주 좋아졌어요. 완전히 좋아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려야겠지만 맨발걷기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이사장은 맨발 걷기가 노인성 질환인 파킨슨병, 알츠하이머(치매), 뇌졸중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질병들은 뇌 신경 및 혈관에 이상이 있어 온다는 점에서 유사하죠. 그래서 맨발 걷기가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치매도 호전될 수는 있는데 치매 환자의 의지가 발현되기 쉽지 않아 예방을 위해 맨발 걷기를 해야 합니다. 파킨슨병과 치매, 뇌졸중 예방엔 큰 도움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믿는 것입니다. 저를 보십시오. 믿고 따라 해서 파킨슨병도 호전됐습니다. 특히 치매는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합니다.”
이강일 이사장(왼쪽)과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이 인천 연수구 청량산에서 맨발로 포즈를 취했다. 맨발걷기국민운동분부 인천연수구지회 제공.
박동창 회장에 따르면 맨발 걷기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지표면에 놓여 있는 돌멩이나 나무뿌리, 나뭇가지 등 다양한 물질이 발바닥의 각 부위와 상호마찰하고, 땅과 그 위에 놓인 각종 물질이 발바닥의 각 반사구를 눌러준다. 발바닥 자극은 오장육부 등 모든 신체기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고대 중국과 이집트에서부터 이어졌다.
그리고 접지다. 접지는 맨발로 땅을 밟는 행위다. 시멘트 아스팔트 등은 효과가 없다. 황톳길이 가장 좋다. 우리 몸에 30~60 밀리볼트의 양전하가 흐르는데 맨발로 땅을 만나는 순간 0볼트가 된다.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성화되는데 이때 우리 몸에 쌓인 활성산소가 빠져나간다. 박 회장은 “원래 활성산소는 몸의 곪거나 상처 난 곳을 치유하라고 몸 자체에서 보내는 방위군이다. 치유하고 나면 활성산소는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멀쩡한 세포를 공격해 악성 세포로 바뀌게 한다. 암 등 각종 질병이 활성산소의 역기능 탓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맨발 걷기를 하면 활성산소가 배출되고 면역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박은경 씨가 경기도 고양시 행주내동 한 비닐하우스에서 활짝 웃고 있다. 고양=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