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神
‘카 페 드 람브르(Cafe de l'Ambre).’
1948년 문을 연 이곳의 창업주 세키구치 이치로 옹은 98세로 여전히 주인이다.
이곳은 도쿄 지하철 긴자(銀座)역 5번 출구로 나오면 10분 거리에 있다.
50m²(약 15평) 남짓한 공간에 의자가 8개 있는 ‘ㄴ’자 모양의 바와 2인용 테이블 6개가 전부다.
명성에 비해 규모는 작다. 오직 커피만 판다.
하지만 커피를 갈고 물을 내리는 직원 4명의 솜씨는 눈을 의심할 정도로 놀랍다.
보통은 주전자만 회전시키는 게 일반적인데 이들은 넬이 달린 채까지 회전시키며
때로 물의 양을 늘리고, 때로 뚝뚝 떨어지게 한다.
이 모든 동작이 군더더기가 없고 절도 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원두였다.
내가 고른 메뉴는 ‘cuba 74’라고 적혀 있었다.
설마 1974년에 쿠바에서 수확했단 말인가?
직원에게 물어보니 정말로 그렇단다.
상온에서 38년간 보관했고, 사흘 전에 볶았다고 한다.
할 말이 없다.
원두 18g을 써서 커피 70cc를 뽑아낸다.
내가 하는 방식보다 3배가 진하다.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약간 혀를 마비시키는 듯,
정말 숙성이 잘된 와인을 마시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주문한 커피는 ‘콜롬비아 54’.
58년 된 원두다.
커피를 마셔 보니 맛의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잘 삭힌 홍어 같고, 묵은 김치 같다.
맛과 향이 배 안에서부터 치고 올라와 입안을 가득 메운다.
어떻게 이 맛을 흉내 낼 수 있을까. 내 정신이 혼미해졌다.
83년간 커피와 살아온 세키구치 옹이 내 앞에 서 있었다.
'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착한 식당 착한 이야기] - 경기 여주 나물식당 ‘걸구쟁이네’ (0) | 2013.03.16 |
---|---|
경상도·충청도 - 최고맛 빵집 - 색다른 맛, 속 다른 빵 (0) | 2013.02.28 |
먹거리X파일 추천 전국의 ‘착한 식당’ 리스트 (0) | 2013.02.17 |
누가 "해운대"에도 이런빵집 하나 만들어요! (0) | 2013.02.16 |
우리나라 각 지역별 대표 음식들...? 대충 맞나요? (0) | 2013.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