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30대 몸으로 150살까지 사는 인류...‘역노화’ 해법 찾는다

해암도 2023. 12. 6. 16:14

5일 대전서 생명연 연례 콘퍼런스 개최
국내 최고 노화 전문가들
근골격계부터 DNA, RNA 단위의 노화까지 연구

 

“가까운 미래에 30대의 몸으로 150세까지 사는 ‘인체 2.0 시대’ 온다”

 

미국 노화연구연맹 이사이자 장수비전펀드를 설립한 세르게이 영은 ‘역노화’라는 저서를 통해 유전공학과 재생의학의 발전이 질병을 없애고 노화를 늦출 뿐 아니라 오히려 역으로 젊게 만들 것이라 봤다. 레이 커즈와일 전 구글 엔지니어링 부문 이사 역시 10~12년 이내에 역노화 기술 발전의 속도가 노화 속도를 추월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두 사람의 예상처럼 전 세계 노화 분야의 연구개발(R&D) 규모도 크게 늘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2023년 글로벌 항노화 치료제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항노화 치료제 시장은 올해 6억 8000만 달러(약 8930억원)에서 연평균 17.5%씩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약 8년 뒤인 2031년에는 24억 7000만 달러(약 3조 2440억원) 규모로 지금보다 4배 가까이 커진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투자한 미국의 엑스프라이즈(XPRIZE) 재단도 노화를 역전할 수 있는 연구에 약 1300억원의 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한국은 2025년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이에 앞서 국내에서는 전 세계 노화 연구의 흐름에 맞춰 노화를 진단하고 치료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5일 대전 호텔 ICC에서 열린 2023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연례 콘퍼런스에서는 국내 최고의 노화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생물학적으로 노화를 측정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노화 치료제 개발에 대한 성과가 공유됐다.

5일 대전 호텔 ICC에서 열린 2023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연례 콘퍼런스에서는 노화를 주제로 한 세션이 열렸다./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근골격계의 노화 메커니즘 규명… 진단과 치료 전략 제시

노화 연구는 생물학적 나이를 정확히 계산하고, 노화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를 모두 일컫는다. 노화는 가장 복잡한 생물학적 과정 중 하나로 꼽힐 만큼 골격과 근육은 물론 DNA, RNA와 같은 생체학적 거대 분자에서도 일어난다. 그만큼 다양한 만성질환의 위험인자로도 작용할 수 있어 관련 연구 범위가 매우 넓다.

 

대표적인 세부 분야가 노화로 인한 근 손실 증상이다. 특히 근육감소증은 골격근량과 기능이 감소해 노화 관련 질병을 악화시키고 삶의 질을 낮추며,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약물이 없어 기초 메커니즘 규명과 치료제 개발이 시급하다.

 

권기선 KRIBB 노화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연령에 따라 증가하는 골격근 손실의 분자 메커니즘을 밝히고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권 연구원은 “세포가 노화하면서 세포막에 비정상적으로 지질이 쌓여 세포가 딱딱하게 굳어버린다”며 “해당 증상은 단백체 발현에 영향을 미쳐 근육감소증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권 연구원 연구진은 이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근육감소증을 진단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약물 후보물질을 선별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류동열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해 근육 노화와 근육 감소증을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발굴했다. 류 교수는 “연령별로 근육의 전사체를 분석해 기계 학습에 학습시킨 뒤 근육 노화 정도와 같은 추세를 보이는 유전자를 찾아냈다”며 “사람과 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해당 바이오마커를 타깃으로 한 치료제 개발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노화 과정은 생체 내 DNA나 RNA 등의 거대 분자와도 관련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이를 타깃으로 한 노화 치료제 개발이 한창이다./이코노미조선
 

◇DNA, RNA 등 거대분자부터 세포 단위의 치료 타깃도 발굴해

노화는 DNA 자체에 돌연변이가 생기거나 독성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일어나기도 한다. 이를 바탕으로 거대 분자가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승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한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mRNA(메신저 RNA)나 단백질 형태로 번역되지 않은 비번역 RNA도 노화와 관련 있을 것으로 봤다. 실험 결과, mRNA 정보를 인식해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노화한 세포의 자가포식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신체 장기에 노화 세포가 쌓이면 염증을 일으키며 조직 재생을 억제해 노화 증상을 앞당긴다. 이 교수는 “비번역 RNA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형(circular) RNA를 자르는 리보뉴클레아제를 활용하면 건강하게 장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유전자 편집을 이용해 노화 관련 장애를 치료할 수도 있다. 김종필 동국대 화학과 교수는 DNA의 특정 위치를 자르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로 세포의 특정 유전자를 활성화하면 노화를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 재프로그래밍 과정을 마우스 모델에 적용하자 노화의 징후를 개선해 ‘회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전자기에 반응하는 일종의 유전자 스위치를 개발하고 있다”며 “원하는 부위에 부분적으로 재프로그래밍을 유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자형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교수는 여러 작은 분자들이 뭉친 거대한 분자를 뜻하는 ‘초분자’ 단위의 세놀리틱스(Senolytics)를 개발하고 있다. 노화한 세포를 분해해 없애는 세놀리틱스는 노화 관련 질환의 새로운 치료제로 떠오르고 있으나 특이도가 낮고 부작용이 심각하다. 유 교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원하는 타깃 세포에서만 여러 분자가 뭉쳐 치료 효과를 내는 인공단백질 형태의 세놀리틱스를 개발했다”며 “마우스 모델에 적용해 노화 관련 질병인 노인성 황반변성의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