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18일(현지 시간) ‘올해의 단어’ 최종 후보 중 하나로 글로벌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Bitcoin·BTC)을 꼽았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각국 정부의 양성화 정책도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각종 디지털 화폐들이 경쟁적으로 등장해 기존 금융 시스템과 전자상거래 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독일, 캐나다, 미국 텍사스 주 등에선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해 과세 근거를 마련했고 정보기술(IT) 업계가 가상화폐 시장을 키워오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와 IT 업계, 금융계는 아직 본격적인 논의조차 하지 않아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기존 화폐의 단점 보완한 ‘디지털 금’
비트코인은 디지털 단위인 ‘비트’와 ‘돈(코인)’을 합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온라인에 기반을 둔 대안적 화폐 시스템이다. 2009년 1월 첫 비트코인이 발행된 이래 꾸준히 사용자가 늘어 이제는 아마존을 비롯한 수만 개의 온라인 상점에서 비트코인을 통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결제 도구가 가진 갖가지 제약 때문에 비트코인의 사용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해외로 송금하거나 해외 쇼핑몰을 이용하려면 각종 보안 소프트웨어를 내려 받아 설치해야 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신용카드가 필요하다. 더욱이 500원 정도의 소액을 송금할 때는 수수료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도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수수료 없이 e메일을 보내듯 쉽고 간편하게 소액도 송금할 수 있다.
26일 미국 시장에서 1비트코인은 800∼85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실제 사용할 때는 이것을 소수점 8자리까지 잘라서 사용할 수 있다. 달러화의 최소 단위가 1달러의 100분의 1인 1센트인 것에 비해 비트코인은 ‘0.00000001비트코인’으로 쪼개서 쓸 수 있다. 소액 결제가 필요한 콘텐츠 시장의 유료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지훈 관동대 IT융합연구소 교수는 “비트코인은 이론상으로 논의됐던 가상화폐 이론을 완벽하게 네트워크에 구현한 미래 화폐”라며 “이제는 음지에서 통용되는 수준을 넘어 세계 경제 시스템 안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을 획득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복잡한 암호 문제를 풀어 비트코인 거래의 보안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면 비트코인을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PC를 24시간 돌려도 1비트코인을 얻는 데 몇 년씩 걸린다. 다른 방법은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구입하는 것이다.
기자는 23일 10만 원을 내고 한국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빗에서 0.1비트코인을 구입한 뒤 0.03비트코인을 미국의 지인에게 송금했다. 비트코인을 구입하기 위해선 전용 전자지갑을 설치해야 한다. 송금할 때는 상대방의 전자지갑 주소만 알면 간단하게 수수료 없이 보낼 수 있다.
유영석 코빗 대표는 “전화기에 컴퓨터를 장착한 것이 스마트폰이라면 금에 컴퓨터를 달고 인터넷까지 결합한 것이 비트코인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 부작용 및 산업 연계 효과 연구 필요
2∼3년 전부터 각국 정부는 가상화폐의 활용과 제어를 위해 활발히 논의한 뒤 그 결과물을 속속 내놓고 있다. 영국은 국세청이 감독하는 가상화폐거래소 설립을 검토 중이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규모의 비트코인거래소가 운영되고 있다.
18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비트코인 양성화 암시 발언’은 국내의 가상화폐 관련 논의를 촉발시켰다. 지난주 한국은행과 국세청에서 비트코인 관련 세미나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기초 연구가 부실해 걸음마 단계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의 비트코인이 유통되고 실제 거래됐는지에 관한 정확한 통계도 없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들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장밋빛 미래를 쉽게 그리기 힘들다는 비관론도 만만찮다. 비트코인 한 개의 가치는 올해 초 13달러에서 한때 94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투기적 수요가 실수요를 누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인성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는 기존 국가화폐의 온라인 보완재로 기능할 가능성도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201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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