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틈 없이 일하다가 쉬고 싶어 시작한 공부인데…”
92세 나이. 국내 최고령 박사가 탄생했다. 1931년생 이상숙 씨가 그 주인공이다. 2년 전 석사 학위를 딴 뒤 “평생 간직하고 노력해온 꿈을 학문적으로 풀어내고 싶다”며 학구열을 불태우던 그는 또 한 번 의미 있는 졸업식을 맞이하게 됐다.
이씨는 성공회대 일반대학원 사회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오는 16일 학위수여식에 참석한다. 졸업 명단 속 학부생 250명과 대학원생 98명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것은 물론, 지금까지 국내에서 나온 박사 중 최고령이다.
그의 첫 대학 생활은 50여년 전이다. 이미 아이 셋의 엄마였던 이씨는 가족의 도움으로 1961년 숙명여대 가정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국립서울모자원 수예 교사로 일하다 재능을 살려 1965년 완구제조·수출업체를 설립했다. 대표이사 사장·회장으로 회사를 이끌다 1995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경영인으로 살아온 30년간 이씨는 매사에 열정적이었다. 대통령 표창과 석탑산업훈장 등을 받았고 여성경제인협회장, 숙명여대 총동문회장을 지냈다. 퇴직 후에는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부회장,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상임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여러 사회단체를 이끌었다. 어려운 주변 이웃을 돕는 일에도 힘썼다.
그런 그가 다시 배움의 현장에 뛰어든 건 2018년이다. ‘인생의 황혼기’라 여겨지던 시기, 대학을 졸업한 지 57년 만이었다. 그는 평생을 쉴 틈 없이 일하다 ‘쉬기 위해’ 내린 선택이라고 말했다. 쉬려고 시작한 공부라지만 이씨는 누구보다 성실했다. 두꺼운 전공서를 매주 읽고 시험기간에는 아침 7시부터 자정까지 공부만 했다. 등하교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학교 앞 공부방을 따로 얻을 정도였다.
이씨는 2년 전 석사 학위를 마치고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공부가 어렵긴 하지만 알아가는 즐거움을 알면 노인이어도 공부를 하고 싶어진다”며 “박사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 이념 갈등의 해법과 통일의 길을 찾는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는 이제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씨는 “논문을 쓰면서 연구해보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아져 당분간 책을 쓰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지연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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