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술 먹고 바로 자는 습관, 나이 들면 임플란트도 못한다”

해암도 2023. 1. 22. 08:54

[명의를 찾아서] 

경희대치과병원 최병준 구강악안면학과 과장
“50대 양악수술 가능하지만 합병증 커”
“선(先)교정 과정 필요...씹는 기능 약해지면 안돼”
”염증으로 한번 내려앉은 잇몸뼈는 재생 불가”

 
 
경희대치과병원 최병준 구강악안면학과 과장이 지난 16일 서울 동대문구 병원 진료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김명지 기자

경희대치과병원 최병준 구강악안면학과 과장은 전공의 시절이던 2000년대 후반 50대 여성 환자의 얼굴형을 교정하는 ‘양악수술’을 했다. 양악수술은 아래위 턱 뼈를 절제해서 치아를 교정하는 수술이다. 입 안에 장치를 넣어서 치료하는 ‘일반 교정’도 병행해야 하고 전신 마취가 필요한 큰 수술이기 때문에 10~20대 젊은층이 주로 한다.

이 환자는 안면비대칭이 눈에 띄긴 했지만 생활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치아와 뼈의 수분이 빠지면서, 단단해져서 수술 후 회복도 느리고 합병증도 더 심하다. 최 과장은 ‘왜 이제야 오셨을까’ 궁금했다고 한다. 이 환자는 결혼적령기인 20대 딸이 상견례만 하면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것이 자기 외모 탓인 것만 같았다고 한다.

 

‘사돈 될 사람이 내 얼굴을 보고 결혼을 반대하나’라는 오랜 고민 끝에 병원을 찾아 양악 수술을 받았고, 수술과 교정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한다. 2010년 외모를 바꾸기 원하는 지원자를 선정해 무료로 성형수술을 해 주는 케이블 방송 예능 ‘렛미인’ 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양악수술은 수술로 얼굴형을 갸름하게 바꾸는 ‘미용수술’로 주목을 받았다.

 

양악수술은 미국에서 1950년대에 시작돼 상당히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서양에서는 미용 목적으로 잘 시행되지 않는 수술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성형 프로그램 영향으로 양악수술이 새로운 성형 트렌드로 부상했다. 양악수술이 대중화되면서 2010년 초반 2000만원을 넘던 수술비는 현재 1000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양악수술은 턱관절 장애, 안면 마비 같은 후유증이 생길 수 있는 위험한 큰 수술이다. 환자가 수술후 사망에 이르는 ‘의료 사고’가 잦은 분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양악수술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졌다. 양악수술을 비롯한 턱교정 수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최병준 구강악안면학과 교수(과장)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치과병원에서 인터뷰했다. 전국에는 11곳의 치과대학 병원이 있고 그 중에 서울에 있는 치과대학병원은 서울대 연세대 경희대 세 곳 뿐이다. 최 교수는 국내에서도 양악수술을 많이 하는 의사로 꼽힌다. 구강악안면학과는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를 앞두고 환자가 몰려들고 있다. 최 교수는 “수술방을 교수 6명이 번갈아가며 쓰는데, 지난달부터 수술방이 하루도 빠짐없이 차 있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됐다. 환자가 좀 늘었나.

“양악수술은 수술 전에 1년 정도 교정을 미리 하고, 이후에 수술에 들어가야 한다. 코로나 유행 첫해에는 교정 환자가 없었으니, 2021년엔 수술 환자도 없었다. 그런데 조금씩 늘고 있다. 올해 겨울에 작년보다 늘었고, 최근 교정하는 환자가 늘었으니 내년엔 환자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一 10년 전만 해도 양악수술이 ‘성형수술’처럼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그런가.

“양악수술이 ‘버스 광고판’에 붙어 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를 생각해 보면 꼭 양악수술을 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던 것 같다. 의료사고도 빈번했다.그런 의료사고가 기사화되면서 대학병원으로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았다.”

一 양악수술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의료사고는 어떻게 나는 건가.

“주로 수술 과정의 문제도다는 마취 과정에서 사고가 났다. 양악수술은 혈액이 많이 필요하다. 보통 수술을 할 때는 해당 부위에 출혈을 막으려고 지혈을 한다. 양악수술을 얼굴 수술이라서 지혈이 어렵다. 목을 조를 수도 없고. 그래서 혈액이 부족한 병원의 경우에는 출혈을 최소화하려고 마취를 좀 강하게 하게 된다.”

경희대치과병원 최병준 구강악안면학과 과장이 지난 16일 서울 동대문구 병원 진료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김명지 기자

一 수술 환자의 남녀 성비는 어떻게 되나.

“그렇게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대학병원은 성형수술이 목적이 아니라 기능 개선을 위한 전문 수술을 주로 하다보니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一 어떤 연령에서 가장 많이 수술을 하나.

“고등학생일 때 미리 교정을 하고, 졸업하자마자 수술을 하는 사례가 제일 많다. 그 다음이 대학생, 사실 30대 이상 환자는 잘 없다.”

一 40대 이상 중장년층도 양악수술을 많이 하나.

“오랫동안 망설이기만 하다가 용기를 내서 오는 40대 환자들도 있다. 나이가 많다고 수술이 특별히 어려운 것은 없다. 하지만 교정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수술후 합병증도 잦다. 치아는 턱 뼈와 인대로 연결돼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뼈와 인대가 단단해지면서 이동이 어렵다. 그러다보면 교정 기간도 길어지고, 치아 뿌리가 잇몸에 흡수돼 버리는 합병증도 늘어난다.”

一 수술 후 회복이 더디다는 것을 이해되는데, 그럼 수술 과정은 어떤가.

“수술 과정은 비슷하다. 수술후 회복 이외의 문제는 수술의 효과를 들 수 있다. 골격은 바뀌는데, 나이가 들면 피부와 근육의 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술 후에 얼굴이 쳐진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래서 ‘예뻐지려고 했는데, 나이 들어 보인다’는 얘기를 하는 환자들이 있다.”

一 양악수술의 기간을 최장 2년이라고 했는데, 이 기간을 단축할 방법은 없나. 일부 치과에서는 수술 전 교정하는 과정을 생략하면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광고한다.

 

“수술 전 교정을 뛰어넘는 것을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양악수술은 ‘수술’만 한다고 치아와 얼굴뼈가 교정되는 게 아니다. 양악수술은 미용도 미용이지만, 기능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음식을 씹어먹어야 할 것 아닌가. 선(先) 교정 과정 없이 얼굴뼈만 손댔다가는 음식을 씹지 못할 수도 있다.”

一 음식을 씹지 못한다니 어떤 뜻인가.

“치아는 윗니가 아랫니를 약간 덮는 모양을 ‘정상교합’이라고 한다. 얼굴뼈가 비대칭이라도, 사람의 치아는 음식을 씹기 위해서 어떻게든 윗니가 아랫니를 덮을 수 있게 같이 비틀어져 있다. 그래서 턱 뼈를 이동했을 때 ‘정상교합’을 유지하기 위해서 치아의 모양을 교정해 줘야 한다. 이 과정 없이 수술했다가는 회복도 어렵고, 음식을 씹고 물을 마시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一 ‘치아 안빼도 된다. 치료해서 아껴 쓰자’라는 얘기도 있는데, 사실인가. 치주질환 약도 있다.

“관련 기사가 기억난다. 사실이 아니다. 치아는 모르지만, 잇몸뼈는 절대 그렇지 않다. 잇몸뼈는 20세 이후 조금씩 내려간다.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고, 양치질 등 관리를 잘 하는 사람은 잇몸뼈가 유지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치석이 생기고, 그 곳에 세균들이 자리잡으면서 염증을 일으키면 잇몸뼈가 녹기 시작한다. 그렇게 사라진 잇몸뼈는 다시 재생이 안된다. 끝이다.”

一 다른 뼈는 재생이 되는데, 잇몸뼈는 왜 안되는 건가.

“인몸뼈는 치아랑 운명공동체다. 어릴 때 사고가 나거나 충치가 심해서 치아를 뺀 채로 그냥 놔두게 되면 잇몸뼈가 계속 얇아진다. 그렇게 임플란트를 하려고 온 환자들 중에서 ‘내가 10년 전에 이를 뺐는데’ 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런 환자들은 뼈가 너무 얇아져서 임플란트를 할 수조차 없는 상태일 때가 많다. 그런 경우 뼈 이식을 해야 한다.”

一 잇몸뼈를 어떻게 이식하나.

“다른 데서 뼈를 떼서 오거나, 인공뼈를 해서 쓰거나 하는 식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 약 먹는다고 없는 잇몸뼈가 살아나지 않는다.”

一 50대 후반이 되면 임플란트를 고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이가 들수록, 잇몸뼈가 내려가기 때문에 아직 치아가 좀 쓸만 하더라도 임플란트로 치아를 더 잘 쓰기 위해서 미리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하는 경우도 있다. 치과의사들이 돈 벌려고 멀쩡한 치아를 발치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 치아를 3년 정도 더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때는 임플란트가 불가능해 보이는 경우일 때가 있다. 물론 임플란트를 한 치아도 평생 쓰는 게 아니다. 그러니 관리가 필수적이다.”

一 치주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임플란트를 하면 좋아질 수 있나.

“치아를 빼면 아픈 건 일단 해결이 된다. 그러나 역시 관리가 필수적이다. 치주질환이라는 것이 잇몸과 잇몸뼈에 염증이 생겨서 아픈 것이다. 치아는 잇몸에 딱 붙어있는 게 아니라 잇몸과 치아 사이에 틈이 있다. 이 사이에 음식물이 끼면서 치석이 생기고 세균이 번식한다. 의사들이 칫솔질을 위 아래로 쓸어내리라고 하는 게 바로 이 틈을 청소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잇몸뼈를 아래로 밀려 내려가면 그 틈이 깊어지고, 양치질을 아무리 잘 해도 그 틈까지는 닦아 내지를 못한다.”

一 발치를 한 다음에 바로 임플란트를 해도 되나.

“발치 후 한달 정도 기다렸다가 심는 것을 권한다. 콘크리트가 굳은 다음에 못을 박는 것이 더 단단하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좋다.”

一 턱 관절도 인공관절 수술을 하기도 하나.

“있지만, 잘 하진 않는다. 인공관절도 유효기한이 있다. 20년 정도 쓰면 닳는다. 턱 관절은 아래위 턱과 붙어 있는데, 뼈 자체가 매우 얇고 뇌와 가깝기 때문에 쉬운 수술이 아니다. 로봇 부품을 갈듯 쉽게 할 수 있는 수술이 아니란 뜻이다. 예를 들어 60대 환자는 큰 부담이 없을 수 있지만, 30대 환자는 50대에 수술을 다시 해야 하는데 누가 그렇게 하겠나.”

一 외국인 환자들도 많이 찾아오나.

“러시아 환자를 본 적이 있다. 러시아는 스스로 선진국이라고 여기지만, 또 의료는 다르더라. 예전에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도시로 의료 지원 차원에서 간 적이 있는데, 현지 내과의사를 진료한 적이 있다. 최근 한국이라는 나라의 매력을 느껴서 동남아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쪽 의대생들이 연수로 많이 오긴 한다.”

一 혹시 마지막으로 치아 건강을 위해 해 주실 말이 있다면

“술이 치아를 직접 부식시키거나 그렇진 않는다. 술 먹고 이를 닦지 않고 그냥 잠들어 버리는 게 문제다. 자고 있을 때는 움직일 때의 10% 정도밖에 침이 안나온다. 낮에는 당장 칫솔질을 안해도 침이 음식물을 쓸어낸다. 그런데 자기 전에 먹은 음식물은 이와 잇몸 사이에 붙어서 세균을 번식한다. 게다가 술안주는 짜고 달고 기름지지 않아. 그러니까 꼭 자기 전에 칫솔질 하셔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