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속의 액체들
최근 코로나와 함께 독감 같은 호흡기 질환이 퍼지고 있대요. 호흡기 질환에 걸리면 콧물이 많이 나요. 사람 몸은 70% 가까이 물로 이뤄져 있고, 이 물들은 한시도 고여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하죠. 때로는 콧물이 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위나 간, 소장 등 소화샘에서 솟아나오는 소화액이 되기도 하죠. 이처럼 몸에서 나오는 모든 액체를 체액(體液)이라고 하는데요. 감기에 걸리면 왜 콧물이 나고, 이런 체액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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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콧물·땀, 줄줄 흐르는 액체
코 안쪽 점막에서는 감기에 걸렸을 때뿐 아니라 온종일 콧물이 1리터(L) 정도 분비돼요. 콧속 습기를 조절하기 위해서지요. 콧속이 건조하면 외부 공기가 들어올 때 불순물을 제거하지 못하고 나쁜 공기를 마시게 되면서 기관지나 폐 질환 원인이 되기도 해요. 코가 건조해 코 호흡을 못하면 입으로 호흡을 하게 되는데 코골이나 편도선, 인후염도 일으킬 수 있어요.
콧물은 95% 정도 물과 5% 정도 아미노산·탄수화물·효소들로 이뤄져 있어요. 이 중 항균 작용을 하는 ‘라이소자임’(lysozyme)이라는 효소가 폐로 들어가는 공기 속 먼지나 병원균을 1차로 제거하는 역할을 해요.
그런데 바이러스 등 병원균이 콧속 점막에 침입하면 그 부분 조직이 병원균을 죽이려고 혈액 속 백혈구와 라이소자임·수분 등이 포함된 콧물을 더 많이 내보내요. 이 게 콧물이 되어 흐르게 되죠. 또 이렇게 코 안이 끈끈한 점액으로 덮여 있으면 병원균이 달라붙어 몸 안으로 쉽게 침입할 수 없다네요. 감기에 걸렸을 때 콧물이 많이 흐르는 게 이런 이유입니다.
보통 슬프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면 눈물이 나오죠. 그런데 잘 느끼진 못하지만 눈 표면을 촉촉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세하지만 눈물이 종일 흐른답니다. 눈물이 없으면 눈을 깜박일 때 뻑뻑하고 눈에 들어온 이물질을 씻어낼 수도 없어요. 눈물은 사실 눈물샘·결막·지방샘에서 흘러나온 액체가 합쳐진 거라 그냥 물은 아니에요. 눈물샘에서 나온 물과 염분, 결막에서 나온 점액이 합쳐진 거죠. 점액은 단백질을 포함한 부드럽고 끈적거리는 액체라 안구 표면에 눈물이 골고루 퍼지도록 도와요. 눈꺼풀에 있는 지방샘에서는 지방이 흘러 눈물이 마르는 걸 막아주죠.
날씨가 덥거나 운동을 한 뒤 땀이 흐르는 이유도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예요. 땀의 가장 큰 임무는 체온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거예요. 체온이 올라가면 체온을 낮추기 위해 땀샘에서 땀을 배출하는데, 땀이 증발하면서 피부 열을 빼앗아 갑니다. 또 땀을 통해 몸속 노폐물을 내보내기도 해요. 피부 밑에는 약 200만~400만개 땀샘이 있어요. 하나하나 크기는 매우 작지만 모든 땀샘을 모은 무게는 100g 정도는 된다네요. 특히 손바닥과 발바닥에 땀샘이 많이 있어요. 땀은 99%가 물이지만 염분과 구리·아연·철분 등이 약간 있어 짠 맛이 난답니다.
◇침·위액·장액, 퐁퐁 솟아나는 액체
겉으로 흐르진 않아도 우리 몸속에서는 여러 액체가 작용해요. 그중 하나가 침이에요. 침 역시 99% 정도가 물로 이뤄져 있는데, 뺨·입술·혀 등에 흩어져 있는 세 쌍의 주요 침샘과 다수의 작은 샘이 매일 1~2L가량의 침을 분비해요. 침은 음식이 소화될 때 첫 번째로 나오는 소화액이에요. 침 속의 ‘아밀라아제’(amylase)라고 하는 효소가 음식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지요. 주로 탄수화물을 소화해요.
침의 또 다른 역할은 입안의 세균과 싸우는 일이에요. 침에는 항균성 물질이 있거든요. 세균뿐 아니라 입안의 음식 찌꺼기, 죽은 세포 등을 제거해 치아 붕괴를 지연시키기도 하지요. 침이 약간 끈적끈적한 것은 뮤신(mucin)이라는 점액이 섞여 있기 때문이에요. 뮤신이 수분과 함께 입안의 점막을 덮고 있어 입안이 마르지 않는 거지요.
침을 통해 일차적으로 분해된 음식은 식도를 통해 위로 이동해요. 그러면 위벽에서 위액이 분비되는데, 위액은 주로 단백질을 소화시키는 역할을 해요. 위액 속의 소화효소 펩신(pepsin)이 고기 속의 단백질을 죽처럼 흐물흐물하게 분해하지요. 또 위액에는 위산(염산)이 섞여 있어 세균을 죽이기도 해요. 단, 위산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면 위벽이 헐기도 한답니다.
위에서 4시간쯤 머문 음식물은 십이지장을 거쳐 소장(작은창자)에 이르게 돼요. 소장에서는 온갖 종류의 소화액 혼합물인 장액이 쏟아져 나와요. 먼저 소장으로 들어가는 좁은 입구인 십이지장에서 쓸개(담낭)즙이 분비되고, 십이지장 부근의 이자(췌장)에서는 이자액이 나와요. 쓸개즙은 위액에 의해 산성으로 변한 음식을 중화시켜요.
위장은 어느 정도 산성에 견딜 수 있지만, 다른 기관은 산성에 약하기 때문이지요. 이자액은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모두 분해하고요. 소장벽에서도 3대 영양소를 분해하는 여러 장액이 분비되는데요. 소장액에는 에렙신·말타아제·인베르타아제 등의 소화효소가 들어 있어 소장까지 내려온 음식 가운데 아직 분해되지 못한 것을 마저 분해시켜 준답니다.
◇혈액·림프액, 빙글빙글 도는 액체
우리는 매일 1~2L의 물을 마셔 수분을 보충해야 해요. 그 이유 중 하나는 혈액의 흐름이 원활해지도록 하기 위해서지요. 혈액이 끈적이지 않고 잘 흘러야 정상적인 혈압 수치를 유지하고, 각 신체기관과 조직으로 영양 성분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어요.
혈액은 크게 혈장(55%)과 혈구(45%)로 구성돼 있는데요. 혈장은 액체 성분이고, 혈구는 세포 성분이에요. 혈장의 약 92% 정도가 물로 이뤄져 있지요. 혈액은 동맥·정맥 같은 굵은 혈관, 그리고 모세혈관을 통해 몸 전체에 운반돼요. 모세혈관은 동맥과 정맥을 연결하는 그물 모양의 가는 혈관으로 온몸에 퍼져 있어요.
혈액의 주요 역할은 물질 수송이에요. 폐에서 산소를, 위나 장 등의 소화관에서 영양분을 가져다 몸의 구석구석 필요한 곳에 공급하지요. 이산화탄소나 영양분 찌꺼기는 일종의 하수처리장인 신장으로 옮기기도 한답니다.
우리 몸에는 모세혈관만 퍼져 있는 것이 아니에요. 림프관도 온몸에 퍼져 있지요. 92% 정도가 물인 혈장은 모세혈관과 림프관을 오갈 수 있는데, 특히 림프관으로 다니는 혈장을 림프액이라고 불러요. 이 액체는 몸을 순환하면서 소장으로부터 지방을 혈액으로 운반해요. 이때 섞여 들어오는 병원균을 림프액 속의 림프구와 대식세포가 공격해 몸을 보호해주지요. 혈액과 림프액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소중한 액체랍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조선일보 조유미 기자 입력 20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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