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보름달 뜨면 4천m 고공으로 치솟는 칼새의 비밀

해암도 2022. 3. 23. 10:50

[애니멀피플]

 

나방 등 날벌레 사냥 추정…개기월식 땐 급강하 즉각 반응

 

아메리카 검은칼새는 유라시아 칼새처럼 삶의 대부분을 공중에서 곤충을 사냥하며 보낸다. 자크 폴런 제공.

칼새는 번식기를 빼고는 삶의 대부분을 공중에서 날면서 먹고 쉬고 잔다. 이 새가 달빛에 반응해 고도를 바꾸며 보름달이 뜰 때는 4000m 상공까지 솟아오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안데르스 헤덴스트룀 스웨덴 룬드대 교수 등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아메리카 검은칼새에 소형 무선추적장치를 달아 연구한 결과 달빛에 따라 극단적인 높이로 상승하는 신비로운 행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북미 아이다호 주에 둥지를 튼 검은칼새. 주로 폭포 뒤나 절벽에서 번식한다. 취약종이다. 테리 그레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미국 콜로라도 주 해발 2890m에 있는 자파타 폭포 뒤편에 둥지를 튼 검은칼새 7마리 포획해 빛, 가속도, 고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무선추적장치를 부착했다. 유라시아 칼새와 마찬가지로 이곳의 칼새도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는 석 달 남짓 기간을 빼고는 주로 공중에서 생활했다.

검은칼새는 로키산맥에서 번식하고 아마존 등 중남미에서 월동하는데 번식지를 떠난 뒤 다시 돌아올 때까지 8달 반 동안 99% 이상의 시간을 공중에서 보냈다. 연구자들은 “드물게 아주 잠깐 땅에 내려앉는 것을 빼고는 평균 258일 동안 공중에서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라시아 칼새. 최고 10달까지 땅에 내리지 않고 공중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유라시아 칼새도 번식기를 빼고 1년에 10달까지 공중에서 보내며 순풍을 타고 하루에 한반도 거리를 날아 이동하는 사실이 소형 무선추적장치를 이용한 연구로 밝혀진 바 있다(▶칼새는 '공중급유' 받으며 9일에 8000㎞ 난다).

연구자들은 검은칼새의 비행기록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주 저자인 헤덴스트룀 교수는 “칼새가 달이 기우는 정도에 따라 고공비행을 한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 새는 낮 동안 수백m 상공을 날았지만 보름달이 뜬 밤에는 20004000m까지 고도를 높였다. 가장 높이 오른 칼새는 4400m를 기록했고 보름 밤의 평균 비행고도는 2741m였다. 보름달이 뜬 낮 동안의 평균 고도는 497m였다.

폭포 뒤 절벽에서 새그물로 포획한 검은칼새에 소형 무선추적장치를 부착하는 연구자. 마디 조르단 자파티 제공.

 

칼새는 왜 보름달이 뜬 밝은 밤에 고공에 오르는 걸까. 연구자들은 “달빛이 약할 때보다 상승하는 고도가 지나치게 높은 데 비춰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행동은 아니며 오히려 먹이를 추격해 올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고 주장했다.

실제로 많은 비행 곤충들이 만월 때 활동이 고조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미국에서는 항공기에 포충장치를 매달고 4500m 상공에서 곤충을 채집했으며 호주에서는 나방이 2900m 상공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도 2400m에서 이동하는 곤충 무리가 레이더에 잡히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곤충의 고공 이동에 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지만 칼새가 나는 고도에 다수의 곤충이 사는 것으로 보인다”며 “밤중에 곤충을 사냥하는 칼새는 사냥시간에 제약을 받아 늘어난 달빛을 놓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가 막 진 뒤 사냥하는 쏙독새도 달빛이 밝으면 사냥시간을 연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식이 벌어지던 날 칼새 5마리의 고도 변화. 부분월식이 시작되자 고도를 떨어뜨리기 시작해 개기월식 때 최저 고도를 기록하다 다시 상승했음을 가리킨다. 안데르스 헤덴스트룀 외 (2022)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이번 연구에서는 뜻밖의  자연 실험’이 이뤄지기도 했다. 칼새의 월동지에서 개기월식이 벌어졌을 때 칼새가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데이터로 남았다.

칼새 5마리는 보름달이 뜨자 30004000m 고도로 상승했는데 새벽 4시 반부터 1시간쯤 월식으로 달이 사라졌다. 그러자 새들은 즉각 고도 400m로 고도를 낮췄다. 연구자들은 “달빛이 칼새의 야간비행에 즉각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자연이 수행한 실험에서 드러났다”고 밝혔다.

헤덴스트룀 교수는 “이번에 드러난 칼새의 행동은 대양의 동물플랑크톤이 달빛에 따라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행동을 떠올리게 해 흥미롭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2.03.00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기사입력 2022.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