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칠때 와인 역사 알고싶겠나“
김상범 네이버 검색 CIC 책임리더. 토픽 검색 개편과 웹 문서 고도화를 담당한다. 사진 네이버
한국인이 ‘초록색 창’에 검색한 지도 어언 20년. 네이버 대문은 여전하지만, 검색에 적용되는 기술은 계속 변해 왔다.
팩플인터뷰
네이버 검색 CIC 김상범 책임리더
지난달 네이버가 입력된 검색어의 의도를 분류한다는 ‘토픽 검색’을 내놨다. ‘세계 검색엔진 중 최초’라는 설명과 함께. 네이버 검색은 어떤 그림을 그리는 걸까? 개편을 이끈 김상범 검색CIC 책임리더를 지난 9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올해 네이버 전체 검색량의 10~15%에 토픽 검색이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네가 뭘 찾는지, 너는 몰라도 나는 알지
토픽 검색은 콘텐트 검색 결과를 구조화해 보여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검색창에 ‘인테리어’를 입력하면, 결과를 ‘#온라인 집들이’, ‘#인테리어 시공 후기’,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분류해 보여준다. 사용자에게 ‘그 검색 결과에는 대개 이런 종류가 있다’고 정리해준다는 것.
토픽 검색 예시. '홈트'를 검색하면 '#홈트 근력 운동', '#홈트 유산소 운동', '#홈트 운동기구' 같이 세분해 결과를 보여준다. 네이버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가 우선 노출된다. 생활 분야 40개 검색어에 우선 적용했다. 사진 네이버
이걸 왜 만든 건가.
“네이버·구글·다음에서 검색해보고 탐탁지 않으니 인스타그램·유튜브 검색으로 가는 걸 자주 봤다. 정확히 뭘 찾는다기보다는 트렌드를 읽고 호기심 충족하기 위해서다. 그걸 보며 아쉬웠다. 네이버 안에 있는 좋은 콘텐트를 충분히 잘 구성해서 제공하고 있나 하는 반성에서 시작했다.”
의도를 읽는다고 하면 거부감 들 수도 있다.
“사람들이 내가 뭘 찾는지 막연할 때가 있다. ‘와인 먹을까’ 하고 네이버에 일단 ‘와인’이라고 쳐 본다. 그런데 검색결과는 와인 가격, 역사 같은 게 뒤섞여서 ‘아무 말 대잔치’다. 등산·골프·낚시 검색해도 마찬가지인데, 이건 기술 발달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네이버는 이걸 ‘와인 궁합’, ‘소믈리에 되는 법’ 같이 잘 분류해서 보여주겠다는 거다. 콘텐트는 네이버 안(블로그·카페 등)에 다 있다.”
와인, 등산 같은 특정 소재를 다루는 버티컬 서비스를 네이버가 대체하는 건가?
“매거진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인테리어 잡지를 구독하면 그 주제로 매번 업데이트된 내용을 주지 않나. 네이버가 잡지와 다른 점은 내용이 날마다 바뀔 수 있다는 거다. 판도 깔아준다. 인테리어 인플루언서들에게 ‘이런 키워드로 글 쓰면 사람들이 많이 본다’ 알려줘 글 작성을 유도한다.”
토픽 검색은 생활 정보에만 적용하나?
“정답을 찾는 검색을 제외하고,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목동 3단지’ 검색 결과 중 ‘목동3단지 인테리어’, ‘목동3단지 임장’ ‘목동3단지 경매’ 등을 사람들이 많이 클릭한다. 여기에 토픽검색을 적용할 수 있다. 올해 목표는 네이버 전체 검색 횟수의 10~15% 정도를 토픽검색으로 하는 거다. 9월에는 네이버 쇼핑 검색에도 일부 적용한다.”
연관검색어와는 다른가?
“연관검색어는 사람들이 ‘어떤 검색어를 넣었나’ 분석해서 만든다. 토픽 검색은 반대로, 사람들이 검색 결과 중 뭘 많이 봤나 분석한다. 예를 들어 ‘파리 여행 소매치기 안 당하는 법’을 직접 검색하는 사용자는 거의 없다. 그런데 ‘파리 여행’을 검색한 이들은 소매치기 경험담이나 예방법이 적힌 마주치면 꼭 읽는다. 이런 걸 포착해서 ‘이거부터 보시면 도움 될 거에요’라고 주는 거다.”
네이버는 ‘검색 유저’에게 무엇을 주고 싶은 건가?
“신뢰성과 다양성이다. 믿을만한 출처의 콘텐트와 함께,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도 보여주려 한다. 예를 들어 ‘간암 예방’을 검색했다면 상단에는 권위 있는 출처의 의학 정보가 나오고, 그 아래에는 일반인이 쓴 후기 같은 다양성도 보여줘야 사용자들이 만족한다.”
네이버, 유튜브, 구글 검색 이용자들이 해당 채널에서 검색을 이용하는 주 용도를 3개까지 고른 결과. 그래픽=정다운 팩플 인턴
“가두리 양식? 물고기도 키워야지”
네이버는 한동안 ‘가두리 양식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출처에 무관하게 결과가 나오는데, 네이버 검색 결과는 지식인·블로그·카페 같은 네이버 내부 콘텐트 위주로 나온다는 것. 네이버는 2017년부터 웹검색을 개선했고 그 담당자가 김 책임리더였다. 그는 “네이버 검색결과를 클릭해 외부 사이트로 나가는 비중이 늘었다”면서도 “가두리 양식도 필요하다”고 했다.
가두리 양식이 왜 필요한가.
“물고기가 없으면 우리가 키워야지. 초기에 좋은 한글 검색결과를 얻기 힘들었던 건 한글 웹 문서 자체가 적어서이기도 했다. 한국어 콘텐트를 만드는 생태계가 필요했다. 당장 돈은 안 되지만, 회사가 블로그용 좋은 웹 에디터를 만드는 데 투자를 많이 했다. 양식 산업을 한 거다. 그게 네이버가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검색엔진이 된 비결이다.”
파워블로거 상업성이 한때 문제였다. 네이버가 최근 인플루언서에 다시 힘을 싣는 것 같다.
“네이버가 인플루언서 검색을 만든 건 블로그에도 ‘신뢰성’이라는 요소를 넣기 위해서다. 같은 블로그 중에서도 누구의 글을 더 신뢰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려는 거다. 예를 들어 ‘부산 맛집’에 대한 신뢰도는 ‘부산에 10년 살았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네이버와 구글, 숙명의 대결
네이버와 구글, 몸집(시가총액: 네이버 72조원, 구글 1990조원)은 30배 차이 나지만 한국 검색 시장에서만큼은 서로를 견제하며 컸다. 나만의 장점으로 차별화하기도, 서로의 장점을 배우기도 했다.
네이버는 구글에 비해 여전히 ‘손맛’이 들어간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느낌이다.
“초창기에 구글은 깔끔하게 각 웹 문서 링크만 주는데, 네이버는 만들어진 답을 준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정작 한국 사용자들의 수요는 다르다. 예를 들어 ‘김대중’이라고 검색하면 그래도 전직 대통령인데 사진도 나오고, 약력도 나와야 한다. 그래서 검색 결과를 반은 자동, 반은 수동으로 한 거다.”
연관성을 찾는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건가.
“기술도 갖춰야 하지만, 콘텐트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본다. 구글도 유튜브를 갖고 있다. 유튜브를 인수할 때 검색 결과에 나올 콘텐트를 확보하는 목적도 있지 않았을까.”
네이버 김상범 책임리더 약력. 그래픽=정다운 팩플 인턴
지난해 데뷰(네이버 개발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며 “세 번째 일본 검색 시장에 도전하는데,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얻은 노하우가 있고, 일본 라인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검색 테스트를 하고 있다. AI 시대가 되면서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 기술 돌파구)를 뚫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졌고 일순간에 상향평준화가 됐다. AI를 쓰면 갑자기 성능이 확 올라가는, 지름길이 생긴 거다. 우리에게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 네이버가 지닌 풍부한 한국어 데이터 역시, AI 시대에 글로벌 빅 테크와 맞설 경쟁력이다.”
검색의 미래는 뭐라고 생각하나?
“인간이 뭘 검색하는 행위는 죽을 때까지 안 없어질 거 같다. 예를 들어 앱을 켜서 택시 호출하는 것도 검색이다. 내 위치가 질의고, 주변에 있는 차가 검색 대상이다. 검색과 매칭은 인간의 행위의 본질이다. 이에 대한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수요도 커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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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2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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