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서도 예리한 뇌? 산제이 굽타는 외국어 공부를 제안한다

해암도 2021. 6. 26. 09:16

에미상 받은 의사 겸 CNN 기자 “뇌도 근육처럼 관리하면 안 늙어”

 

/니들북 산제이 굽타가 쓴 '킵 샤프'.

 

킵 샤프

산제이 굽타 지음|한정훈 옮김|니들북|376쪽|1만7000원

 

 

“늙어서 그런가봐.”

 

약속을 잊어버리거나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잦을 때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CNN 의학전문기자로 에미상을 받기도 한 미국 신경외과 의사 산제이 굽타는 지난해 출간해 아마존 건강 분야 1위를 차지한 이 책에서, “‘나이가 들면 잘 잊어버린다'는 말은 부분적으로만 진실”이라고 말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뇌를 만지거나 개선할 수 없는 일종의 블랙박스라 믿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뇌는 나이나 경제적 능력에 상관없이 평생 꾸준히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뇌 구조를 마치 근육 단련하듯 강화시키고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생활 습관과 사고 방식을 통해 ‘늙지 않는 뇌’로 거듭날 수도, ‘빨리 늙는 뇌’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건강은 꼭대기(top), 즉 ‘머리’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는 저자 주장의 핵심은 ‘회복 탄력성 있는 뇌’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는 “뇌는 삶 전체에 걸쳐 존재하고 성장하고 학습하고 변화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뇌는 약 25세가 되어야 완전히 성숙하며, 최대 성숙 시기 직전인 24세에 느려지기 시작하지만 나이에 따라 각각 다른 인지 능력이 최고조에 달한다.

 

따라서 나이와 상관없이 특정 행동을 수행하는 능력이 더 발달하기도 한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과 ‘암기’를 동일시하는 착각을 범하지만 기억은 새로운 정보를 취합하고 해석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거나 단어를 암기하는 능력은 어렸을 때 더 좋을 수 있을지언정 어휘력은 성인일 때 더 좋을 수 있다는 것.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나 70대 초반에 어휘 능력이 최고조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사진=니들북

 

 

80세 이상의 노인 중에도 20~30대 젊은이들처럼 예리한 기억력을 가진 ‘수퍼 에이저(super ager)’ 집단이 있다. 이들의 대뇌 피질은 50대와 비슷할 정도로 두꺼운데 과학자들은 이들이 전적으로 유전자의 영향만 받는 것은 아니며, 생활 방식이 뇌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잘 움직이고, 잘 배우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소통하라”는 다섯 가지 원칙이 저자가 제시하는 뇌 건강의 ‘기둥’. 그는 “하루 1시간 운동으로 뇌가 더 총명해질 수 있다”면서 “운동은 이를 닦듯이 매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간을 통으로 낼 수 없다면 매 시간 2분씩 가볍게 걷는 것이 도움이 된다.

 

‘노인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없다’는 믿음도 진실이 아니다. 외국어, 요리, 미술, 악기 같은 것들을 새로 배우는 것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뇌에 생각을 유지하고, 전략을 세우고,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뇌의 손상을 상쇄할 수 있는 용량과 연관된 ‘인지 예비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수퍼푸드’라는 단어는 식품 업계 상술일 뿐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다. 저자는 베리류와 녹색 잎채소, 연어·고등어·정어리 등 오메가 3 지방산이 많이 포함된 생선 등을 먹으라고 조언한다.

 

“노화에 좋다고 많이들 복용하는 건강보조제는 진짜 음식을 대신할 수 없으며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고 경계한다. “치실을 사용하고 매일 2회 이상 이를 닦으라”는 조언은 흥미로운 지점. 치주염 박테리아가 혈전을 유발해 알츠하이머를 촉진시킬 수 있으므로 치실 사용이 뇌 건강에도 좋은 습관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잠이 줄어든다는 것도 오해”라 주장한다. 나이가 들면서 수면 패턴이 변해 잠을 지속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지만 수면 욕구는 성인기 내내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말한다. 친구나 이웃과 산책하며 걱정거리에 대해 대화하라고 권한다. 타인과의 교류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감소시킨다.

 

 

여러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결과적으로 강조하는 건 ‘희망과 낙관주의’다. “여러 해 동안 (치매 환자) 치료와 언론 보도를 하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이 더 잘 살고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른바 ‘셀럽’이 쓴 책이라 맹신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겠지만, 필요한 것만 가려 취한다면 유익한 독서가 될 것이다.  원제 Keep Sharp.

 

 

곽아람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1.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