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염색체’ 유전학적 우월성 근거 제시
의료계의 ‘XX염색체’ 부정적 시각 비판
샤론 모알렘/이규원/지식의 날개/1만7000원
우리의 더 나은 반쪽/샤론 모알렘/이규원/지식의 날개/1만7000원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라고 하지만 세계적인 유전학자이며 의사인 샤론 모알렘의 ‘우리의 더 나은 반쪽’에서는 여자는 결코 약한 자가 아니라 유전학적으로 남자보다 강하고 우수하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산다. 여성은 남성보다 강력한 면역계를 지녔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낮다. 여성은 암을 더 잘 극복하고 신체적 고난으로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 더 잘 버틴다. 여성은 발달장애를 겪을 확률이 낮고 남성보다 100배 다양한 색상을 볼 수도 있다. 면역력, 회복력, 지구력, 뇌 기능, 그리고 생존력에서 남성에 비해 강하다. 이를 두고 흔히 남녀의 사회적 환경 차이 때문이라고 믿는 이들이 많지만, 더 근본적인 요인이 있다. 저자는 그 요인을 ‘XX 여성의 유전학적 우월성’이라는 새롭고 명백한 근거를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의대 재학 시절, 인간이라는 종에서 Y염색체가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 반대로 X염색체가 일으키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강의는 끝도 없었다. 그러나 의사가 된 후 그가 임상에서 목격한 바는 전혀 달랐다. 수많은 X-연관 질환이 있지만, 이는 거의 남성의 경우에만 해당했다. X염색체가 2개일 때 이야기는 달라졌다. X염색체는 남성에게는 색맹이라는 질환을 유발하지만, 여성에게는 1억 가지 이상의 색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 자폐스펙트럼을 비롯한 수많은 X-연관 지적장애 역시 남성에게만 편향돼 나타난다.
2개의 X를 가진 여성은 유전학적으로 선택지를 가진다. 신체적으로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거나 돌연변이가 발생했을 때 여성이 가진 2개의 X염색체는 유전학적 선택과 세포 협력을 통해 1개의 X염색체보다 우월한 결과를 도출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성은 남성처럼 오직 하나의 X염색체만 이용한다고 여겨졌다. 다른 한쪽의 염색체는 XIST 유전자에 의해 거의 완전히 불활성화되어 바소체가 된다고 생각되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 지금은 명확히 알려져 있다. 유전자들은 필요할 때마다 X불활성화에서 탈출하여 활동 중인 자매 X염색체를 돕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더 나은 반쪽’에서 저자는 X염색체 2개를 보유한 여성의 유전학적 우월성의 근거를 제시하며 여전히 X염색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한 채 남성만을 연구하는 의료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XX 여성’ 우월성을 인정하고 제대로 연구해야 남녀 모두의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저자는 2개의 X가 ‘선택과 협력’을 통해 도출하는 탁월한 결과물에 대해 의학계는 여전히 무지하다고 주장한다. 현대의학이 남성만을 표준으로 하여 수컷동물과 남성의 세포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실험 용역을 준 회사에서 수컷 쥐만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암컷 쥐는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라고 들었지만, 이후에 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암컷 쥐가 훨씬 더 강력한 면역계를 가지고 있어서 양쪽 성별에 똑같이 효과적인 감염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더 길고 복잡한 실험과정을 거쳐야 했던 것이다. 전임상 약물시험에서 암컷 동물과 여성의 조직 및 세포가 배제됨으로써 생겨난 구멍 때문에 의사 대부분이 여성 환자에게 처방할 약물의 적정 투여량이나 치료법을 추정하거나 최악의 경우 대충 짐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연구를 위해 수컷과 암컷 생쥐를 동일하게 확보하려면 암컷을 특별 주문해야 했다. 당시 대부분의 실험동물 사육 시설에서 암컷 생쥐를 비축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암컷 생쥐를 주문하면 실험 시작이 몇 개월이나 지연되어 프로젝트 전체 스케줄이 틀어질 것이 뻔했다. 하지만 기다렸어야 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마침내 암컷과 수컷을 모두 준비하여 전임상 연구를 진행한 결과는 수컷만 이용하여 얻은 결과와 달랐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이후의 약물 설계 전략 일부를 재고하고 재작업해야 했다는 것이다.
책에선 여성과 남성의 유전적 차이에 흥미로운 몇 가지도 사례도 제시한다. 여성에게만 주어진 유전학적 선택지에 대한 놀라운 진실이다. 인간은 보통 100만 가지의 색상을 본다. 그러나 여성의 5~15%, 혹은 그 이상은 1억 가지의 색상을 본다. 1억 가지 색상을 볼 수 있는 남성은 단 한 명도 없다. X염색체에는 1000개의 유전자가 존재한다. 반면 Y염색체에는 70개의 유전자만이 존재하는데 그중 한 개의 역할은 남성의 귀에 털이 자라게 하는 것이다.
여아 100명당 남아 105명이 태어난다. 남성이 더 강한 존재여서가 아니라 여성의 발생과정이 유전학적으로 훨씬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적게 태어난다는 것이다.
또 40세가 되는 시점에서 여성과 남성의 인구는 거의 동일해진다. 그러나 100세가 되면 생존자의 약 80%가 여성이다. 110세를 넘어가면 여성이 95%를 차지한다. 신체적 고난으로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는 언제나 여성이 더 잘 버틴다. 그가 사례로 든 서부 개척에 나선 일행을 6개월간 고립시킨 눈보라에서도, 우크라이나 대기근에서도 여성이 더 많이 살아남았다.
여성은 예방접종 후 통증과 부작용이 더 심한 경향이 있다. 그것은 탁월한 면역계가 백신과 더욱 활발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항체 생성과 유지에 있어 남성보다 우월하다.
여성은 졸피뎀을 비롯한 여러 약물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우리는 최근까지도 남녀에게 동일한 양을 처방했다. 남성 세포와 수컷동물만이 임상에 사용되는 관례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유전학적으로 더 진화한 성별은 여성이라고 결론짓는다. 여전히 X염색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한 채 남성만을 연구하는 의료계를 강하게 비판하며 XX 여성의 우월성을 인정하고 제대로 연구해야 남녀 모두의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말이다. “병원체가 들끓는 지구에서 살아남는 것은 우리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난관 중 하나다. 극심한 세균성 감염증을 이겨내는 것이든 인플루엔자 A의 최신 변종을 물리치는 것이든 혹은 범위를 넓혀 기근과 유행병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이든 여성에게 더 유리하다. 그 이유는 전적으로 XX 염색체와 관련이 있다. 유전학자로서, 항생제 연구자로서 말하건대 여성은 진정으로 면역학적 특권을 누린다. 지금도 앞으로도 인류의 생존은 여성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입력 2020.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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