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https://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911/09/2019110900171_0.jpg)
소설가 김훈(71·사진)씨가 최근 법원을 찾아 "우리 사회의 한 특징은 권세가(權勢家)의 무법천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고등법원·서울중앙지법 판사들을 대상으로 한 초청 강연에서다.
그는 서울법원청사 1층 청심홀에서 열린 이날 강연에서 "동물들은 어쩌면 약육강식이 아니라 최소한의 먹이만 취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완전한 약육강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어 "(우리 사회의) 먹이 피라미드 단계마다 이렇게 적대적인 시대는 처음이다. (서로) 의존적이지 않고 투쟁적"이라며 "젊은이들은 그런 세태를 언어로 '헬조선' 등 단어를 사용한다"고 했다. 힘 있는 권세가 등이 모든 것을 차지하려 하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반발이 터져 나오면서 사회 전반에 적대적인 분위기가 높아졌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는 그러면서 "성경에서 예수가 가장 미워한 자가 바리새인 율법학자들이다. (예수는) 이 자들을 위선자로 규정했다"며 "이들은 입으로는 끝없이 정의를 말하면서 (뒤로는) 돈을 탐한다. 세상의 고난은 남의 어깨에 얹는다"고 했다. 그는 강연에서 '권세가'와 '율법학자'를 비슷한 의미로 사용했지만 구체적으로 누구를 말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강연에 참석한 복수의 판사들은 "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정권 실세이자 법학자로 자주 '정의'를 입에 올린 조 전 장관을 빗대 이런 말을 하는 것으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 전반적 특징을 말한 것이지 특정인을 겨냥했다는 느낌은 없었다"고 말하는 판사도 있었다.
김씨는 "'조국 사태'에서 말하는 국민은 도대체 누구를 의미하나. 언어의 타락이다"라며 "언어에 당파성을 개입시켜 소통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 여 야(與野)가 조국 사태 때 '국민의 뜻'이라며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이라는 정반대 주장을 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또 "집단 광기, 파시즘은 다수의 숫자로 형성된다. 숫자로 모아 법을 안 지킨다"며 "다수에서 정의가 오지 않는다"고 했다. '조국 찬반(贊反)'을 놓고 대규모 집회를 통해 세 과시를 했던 최근의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김씨는 "'조국 사태'에서 말하는 국민은 도대체 누구를 의미하나. 언어의 타락이다"라며 "언어에 당파성을 개입시켜 소통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 여 야(與野)가 조국 사태 때 '국민의 뜻'이라며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이라는 정반대 주장을 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또 "집단 광기, 파시즘은 다수의 숫자로 형성된다. 숫자로 모아 법을 안 지킨다"며 "다수에서 정의가 오지 않는다"고 했다. '조국 찬반(贊反)'을 놓고 대규모 집회를 통해 세 과시를 했던 최근의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조백건 기자 입력 2019.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