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5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죽음' 한국어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6.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죽음'은 언제나 우리에게 무거운 주제이다. 생각만해도 공포스럽다. 공포의 이유는 우리가 죽고난 이후의 삶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종교에서 영혼이 있다거나 환생을 한다는 등 죽음 이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프랑스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58)는 죽음 이후가 궁금했다. 그래서 그는 영매(죽은 사람의 영혼과 의사가 통해 혼령과 인간을 매개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영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을 써내려갔다. 그 책이 바로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소설 '죽음'(열린책들)이다.
5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작가는 "영매들이 말하길, 사람들이 죽고 나서도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옆에서 관찰하기 위해서"라며 이런 가정을 토대로 집필했다고 말했다. 베르베르의 이번 방한은 1994년 첫 방한 이후 8번째 방문으로, 3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것이다.
'죽음'은 인기 추리작가인 가브리엘 웰즈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이후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경찰수사가 진행된다. 영혼으로 남은 웰즈는 영매인 뤼시를 찾아가고, 각자 이승과 저승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베르베르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왜 태어났을까, 죽고나면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등의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삶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렇게 "어떤 삶이 펼쳐질지 모르는 현생 이후의 삶에 대해 탐구한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우리는 육신이라는 물질적인 형태를 빌려서 영혼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살아간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매개체를 이용해 살아가면서 교훈을 얻고, 다음 생에 다른 육신으로 태어나면 또 다른 교훈을 얻는 과정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착안한 '환생'을 주제로 다룬 '판도라의 상자'를 다음 작품으로 내놓을 거라고도 했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5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죽음' 한국어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도중 스마트폰을 이용해 취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19.6.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그러면서 '죽음' 출간에 앞서 생긴 일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베르베르는 출간 즈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이밍이 겹치면서 제 책에 대해 더 차분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게 됐다"며 "혹시 아버지께서 제 말을 듣고 계시다면, 걱정하지 말고 좋은 곳으로 환생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베르베르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떠올렸다. 그는 "나무 바로 옆에서 가부좌를 튼 자세로 앉아서, 저의 친한 친구나 가족들이 둘러싸고 있을 때 죽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 내 삶의 끝이구나라는 걸 온전히 느끼면서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싶다"며 "시체를 관에 넣지 않고 수직 상태로 묻혀 지렁이나 벌레, 나무들이 저를 영양분으로 쓰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베르베르의 소설과는 달리 죽고나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우리. 작가는 그런 우리가 모두 살아있다는 점을 십분활용해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운동도 하고, 여행도 가고, 좋은 음식도 먹어야 한다"며 즐거운 삶을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죽음'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유머러스하고 가볍게 풀어나갔다. 베르베르를 빼닮은 자전적 주인공인 가브리엘의 모습을 보는 것도 꽤나 흥미롭다. 순문학과 장르문학을 나눠 차별하는 프랑스 문단의 대립구도를 보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이다.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19-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