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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화재 年5000건… 연기 난다고 보닛 함부로 열지 마세요

해암도 2018. 8. 16. 08:52

불났을땐 이렇게… 뜨거워진 보닛 바로 열면 화염 치솟아 위험

BMW 연쇄 화재를 계기로 차량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BMW의 화재는 차량 결함으로 인한 화재로 밝혀지긴 했지만, 차량 화재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려진 것이다.

연간 5000건… 방화·사고 등 제외한 전기적·기계적 원인은 하루 평균 8건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차량 화재는 해마다 5000건 정도 발생한다. 하루 14대꼴이다. 지난해 차량 화재(4971건) 중 방화·교통사고·부주의 등 외부 요인이나 원인 미상의 화재를 제외하고 기계적·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화재는 58%(2863건)였다. 하루 평균 8대 정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왜 BMW 화재만 문제로 삼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화재 원인이 노후화·정비 불량·사고 등인 반면, BMW처럼 연식이 오래되지 않은 차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한 것은 차량 결함이 확실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올 상반기 등록 대수당 화재 건수를 보면, BMW는 1만대 중 1.5대꼴로 가장 많았고, 현대차(1.18대), 벤츠(0.82대) 순이었다.

연료 누유·전기 합선이 주요 화재 원인

내연기관 자동차는 가솔린·디젤·LPG 등 연료를 열이나 전기로 폭발시켜 동력을 얻는 기계다. 발화물질과 열이 공존하기에 화재 위험을 늘 안고 있다. 문학훈 오산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화재 원인을 크게 ▲연료 누유 ▲전기 합선 ▲엔진오일 등 각종 오일류 누유 등 세 가지로 꼽았다.

지난 2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영동고속도로를 강릉 방면으로 달리던 BMW 520d의 엔진에 불이 나 화염이 치솟고 있다. 최근 BMW의 연쇄 화재는 차량 결함이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노후화·정비 불량 등으로 인한 차량 화재도 빈번하다.
지난 2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영동고속도로를 강릉 방면으로 달리던 BMW 520d의 엔진에 불이 나 화염이 치솟고 있다. 최근 BMW의 연쇄 화재는 차량 결함이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노후화·정비 불량 등으로 인한 차량 화재도 빈번하다.

먼저 엔진으로 연료를 분사시키는 파이프에 구멍이 나거나 연결 부위가 빠지는 등 누유가 발생하면 고온 가스와 만나 불이 날 수 있다. 연료 누유는 사고로 인한 충격·노후화·부품 불량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길 수 있다.

두 번째는 전기다. 자동차는 수많은 전선 다발로 둘러싸여 있다. 엔진 등 각종 부품이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ECU(전자제어장치)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충격·부품 불량 등으로 전선 피복이 벗겨지거나 전장부품 내부에 수분이 침투하면 합선에 의해 불이 날 수 있다. 이 밖에 기계를 부드럽게 작동시키기 위해 필요한 엔진오일·브레이크오일·미션 오일 등의 누유로 불이 날 수도 있다. 노후화·사고 등도 원인이지만, 엔진오일 등을 제때 갈아주지 않으면 기계가 뻑뻑해지고 마찰력이 강해지면서 부품이 파손돼 누유가 발생하기도 한다. 간혹 배터리가 충격이나 과열에 의해 폭발해 화재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최근 배터리 기술이 발달해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전조 증상은 냄새·연기·경고등… 소화기·망치 운전석 가까이에 보관 필요

가장 쉽게 발견되는 화재의 전조 증상은 탄 냄새와 연기다. 화재는 엔진룸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기가 차량 하부를 지나 뒤쪽으로 가기 때문에 발견하기 힘들 수도 있다. 뒤차에서는 연기를 보기 쉽기 때문에, 뒤차가 경적소리를 내줄 필요도 있다. 또 차량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뜰 수 있다. 엔진룸에 있는 주요 센서들이 화재로 고장 난 경우로, ECU가 인위적으로 엔진을 멈추기 때문에 가속 페달이 먹히지 않는다. BMW 화재 경험자들도 "경고등이 뜨고 가속페달이 밟히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때는 이미 화재가 상당 부분 진행한 것으로 차를 서서히 늦춰 갓길에 세우고 대피해야 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사고로 차가 찌그러졌을 때는 문이 안 열릴 수도 있으니 평소 운전석 가까운 곳에 망치와 소화기를 비치하는 것이 좋다"며 "보닛을 곧바로 열면 화염이 치솟아 위험하니 손으로 만질 수 있을 정도인 경우에만 보닛을 열고 진화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차주가 차량 관리를 잘하더라도, BMW 사건처럼 제작 결함에 의한 화재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차업체의 결함에 대해 좀 더 강력한 사전 조사와 사후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선 1979년 포드자동차가 소형차인 핀토의 설계 결함으로 가솔린 탱크가 폭발해 운전자 등이 사망하자, 피해자에게 징벌적 배상금 1억2500만달러(약 1400억원)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하종선 변호사는 "자동차 업체들은 차량의 내구성과 안전성 관련 실험을 철저히 해서 아무리 노후된 차라도 화재가 안 나게끔 만들어야 한다"며 "중대한 설계·부품 등의 결함이 드러나면 차값을 완전히 환불해주는 등의 미국식 리콜 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