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폭락 후 반등, 7600달러 선
암호화폐 시총 250조원 수준
한국 시장이 거래량 세계 최대지만
상품인지 증권인지 개념도 불명확

지난주 말 비트코인 강세는 미국 월가가 관심 갖기 시작했다는 소식에서 비롯됐다. 블룸버그 등은 “최근 한 회사가 암호화폐를 안정적으로 보관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호예탁 서비스가 도입되면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도 본격적으로 거래할 수 있다. ETF는 금이나 원유 등 매입 대상 자산을 소량 보유한 것을 바탕으로 펀드 가격이 금 값 등과 거의 같도록 한 투자장치다. 월가 뮤추얼펀드는 금 등을 직접 매입하는 대신 금 ETF를 사고판다. 이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올해 말 암호화폐 선물거래를 시작하겠다”고 10월 말에 발표했다. 암호화폐 현물과 선물을 조합해 위험회피(헤징)가 가능해진다. 여태껏 젊은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이뤄진 암호화폐 매매에 월가 주류가 뛰어들 수 있는 인프라가 하나씩 갖춰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암호화폐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비트코인 등이 주식이나 채권처럼 실물 수익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어서다. 런던정경대(LSE) 찰스 굿하트 교수(통화정책) 등은 “암호화폐가 언젠가 보편적인 화폐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expectation)가 최근 가격 급등의 바탕”이라고 지적했다. 또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무정부) 상태’다. 하루 거래량 기준 세계 최대 수준인 한국의 암호화폐는 상품인지 아니면 주식 등 증권인지도 정의되지 않았다. 코인 거래소는 통신판매업으로 등록만 하면 설립할 수 있다. 그 바람에 정부 내에서도 누가 어떻게 감시감독해야 할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도 사정은 비슷하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 브뤼셀(EU 본부) 어느 쪽도 비트코인을 자기 권한 안에 두려고 하지 않는다”며 “모니터링 자체가 자칫 정체불명의 암호화폐를 인증하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요국들이 아직도 어정쩡한 태도란 얘기다. 앨리스테어 밀네 영국 러프버러대 교수는 “암호화폐 시장은 근대 초기 뉴욕의 성벽거리(월가)나 런던의 주식거래 골목(Exchange Alley)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 시절 그곳엔 상설 거래소가 없었다. 그저 찻집 수십 곳을 중심으로 주식과 채권이 사고팔렸다. 합리적인 가치 계산보다 루머가 시장을 주도했다. 대신 “모든 책임이 시장 참여자 몫이어서 시장은 극단적으로 위태로우면서도 효율적이었다”고 밀네 교수는 설명했다.
다만 주요국 가운데 중국만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인민은행(PBOC)은 올 9월 신규코인공개(ICO)를 불법화했다. 또 같은 달 훠비(火幣)닷컴 등 비트코인 주요 거래소가 모든 거래를 중단했다. 비트코인 등이 뇌물 등 각종 불법적인 거래에 이용되고 있어 중국 정부의 반부패투쟁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중앙선데이] 입력 2017.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