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빈 티안 싱가포르 국립암센터 교수 연구팀은 "두리안의 DNA를 분석해 유전자 지도를 작성한 결과 두리안에는 냄새가 자극적인 화합물의 분비를 조절하는 유전자가 다른 식물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유전학' 9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게놈 분석을 통해 두리안이 유전자 4만5335개로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 이는 인간 유전자(약 2만3000개)의 두 배 수준이다. 연구진은 두리안의 유전정보를 목화, 카카오 등 같은 목(目)에 속하는 다른 식물 11종의 유전자 지도와 비교했다. 그 결과 두리안은 고약한 냄새를 내는 '휘발성 유황 화합물'(VSC)의 분비를 조절하는 유전자 '메티오닌 감마 라이에스'(MGL)가 4개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식물에는 MGL 유전자가 평균 1~2개 있다. 연구진은 두리안이 냄새 화합물 분비에 관여하는 유전자 수가 2배 이상 많아서 독한 냄새를 뿜는다고 설명했다.
두리안이 독한 냄새를 내게 된 것은 꽃가루받이를 하는 왕박쥐를 유인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열대우림에서 수가 그리 많지 않은 왕박쥐가 두리안을 찾게 하려면 멀리서도 바로 알아챌 수 있는 화학 표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처음에 두리안에 포함된 항암 물질을 연구하기 위해 유전자 분석을 했다가 냄새 원인에 대해 추적하게 됐다. 연구진은 향후 30여 종(種)의 다른 두리안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추가로 진행해 두리안에서 항암 성분을 만드는 유전자를 찾을 계획이다. 티안 교수는 "과거 미국 연구진이 주목나무 껍질에서 항암제 원료 성분인 택솔을 추출한 것처럼 두리안에서도 유용한 성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최인준 기자 입력 : 201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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