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오리 생식기가 나사처럼 꼬인 이유
‘강제 짝짓기’ 성행하는 종일수록 생식기가 길고 복잡
‘섹스 전쟁’이 진화 추동…홍오리 음경은 몸 길이 비슷

아름다운 노래, 현란한 춤, 화려한 깃털 변화 등 새들은 동물 가운데 가장 극적으로 사랑을 표시한다. 그러나 그 모든 사랑 과정의 종착점인 짝짓기 행위는 허무할 정도로 짧고 간소하다. 새들의 수컷은 따로 음경이 없어 배설과 생식 기능을 모두 하는 총배설강을 암컷과 접촉해 짧은 시간 동안 정자를 옮기면 끝이다.(■ 관련 기사: 새들은 어떻게 ‘남성’을 잃어버렸나)
그러나 몇몇 예외가 있다. 타조는 짝짓기할 때뿐 아니라 배설할 때도 총배설강이 뒤집히며 길이가 30㎝나 되는 음경이 휘어져 나와 동물원을 찾은 가족 단위 탐방객을 민망하게 만든다. 타조뿐 아니라 에뮤, 레아, 키위 등 땅 위 생활에 적응한 일단의 새들도 이런 해부구조이다.

다른 예외가 오리 류이다. 수컷 오리 가운데는 자기 몸집만큼 긴 40㎝에 이르는 긴 생식기가 있는 것도 있으며, 와인 따개처럼 나선형으로 꼬인 형태이기도 하다. 패트리셔 브레넌 미국 매사추세츠 대 진화생물학자 등은 2011년 타조와 오리가 포유류와 달리 발기 때 혈액이 아닌 림프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관련 기사: 170년 만에 풀린 과학 숙제, 타조 거시기의 비밀).

오리 생식기의 이런 변화는 오랜 진화 과정에서 일어난 ‘섹스 전쟁’의 결과이다. 그러나 형태 변화는 한 세대 안에서도 일어난다. 브레넌 등은 미국 조류학회가 내는 과학저널 ‘아우크: 조류학 진보’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흥미로운 실험결과를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쇠검은머리흰죽지와 홍오리 등 2종의 오리를 대상으로 한쪽에서는 암컷과 수컷 한 마리씩 짝을 짓도록 하고, 다른 쪽에서는 암컷 한 마리당 여러 마리의 수컷을 넣어 2년 동안 번식 과정을 거치면서 음경 길이의 변화를 조사했다. 그랬더니 암컷과 홀로 있던 수컷에 비해 다른 수컷과 경쟁하게 된 수컷의 음경이 훨씬 커졌다. 브레넌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진화는 유연해지는 능력에 손을 들어줍니다. 주어진 여건에 꼭 필요한 것에 투자하는 능력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오리는 무작정 음경의 크기를 키우는 게 아니라 생식이냐 생존이냐의 갈림길에서 한쪽을 선택한다는 얘기다.
연구진이 홍오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긴 생식기에 투자할 것이냐를 둘러싼 더 극적인 양상이 나타났다. 홍오리는 오리 가운데서도 몸길이에 견줘 음경이 가장 긴 축에 든다. 종종 음경이 자기 몸보다 길다. 이 오리는 또 암컷을 차지하려는 수컷끼리의 다툼이 하도 심해 상대가 죽기도 한다.

실험 첫해에 수컷이 많은 우리에서 홍오리 가운데는 가장 덩치가 큰 개체만 음경이 18㎝로 커졌지만 덩치가 작은 오리들은 0.5㎝밖에 안 됐다. 두 번째 해에 작은 오리들의 음경도 정상적인 크기가 됐지만 이번에는 지속 기간이 5주에 그쳤다. 큰 개체가 석 달 동안 유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홍오리는 해마다 번식기에만 음경을 키운다. 브레넌은 “큰 개체의 괴롭히기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늘려, 음경 크기를 조절하는 안드로젠 효과를 억제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연환경뿐 아니라 사회환경도 음경의 크기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rennan, P. L. R., Gereg, I., Goodman, M., Feng, D. & Prum, R. O. Evidence of phenotypic plasticity of penis morphology and delayed reproductive maturation in response to male competition in waterfowl, Auk Ornithol. Adv. 134, 882–893 (2017) DOI: 10.1642/AUK-17-114.1
'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꿀벌의 완벽한 비행…‘벌 뇌의 비밀’ 밝히다 (연구) (0) | 2017.10.07 |
---|---|
달은 사실 지구 주위를 돌지 않는다 (0) | 2017.10.06 |
최초로 사람 도움 없이 혼자 밭 갈고, 비료 주고, 수확까지 성공한 로봇 (0) | 2017.10.03 |
달에 우주인 살 수 있는 '마을' 만든다 - 39억L 물까지 완비 (0) | 2017.09.28 |
"지구는 45억 살"… 우주서 날아온 운석으로 알아냈죠 (0) | 2017.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