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대한 욕망이 강해진 요즘이다. 글로 소통하는 데 익숙한 소셜미디어 시대의 풍경이다. 나 역시 독자들과의 만남에서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쓰는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때, 내가 가장 많이 꺼내는 단어는 '리추얼(ritual·의식)'이다. 작가들 사이에서 유용하게 통용되는 진리가 하나 있다. 첫 문장이 반이라는 것. 시작은 언제나 어렵기 때문에 시작할 용기를 주는 '의식(儀式)'은 중요하다.
'리추얼'은 의식적으로 반복되는 행위다. 헤밍웨이는 자만하지 않으려고 그날 쓴 단어의 수를 기록했다. '롤리타'의 작가 나보코프는 줄이 쳐진 색인 카드에 연필로 초고를 작성하고 그 카드를 길쭉한 파일 박스에 보관했다. 아멜리 노통브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4시간씩 작업했다. 가장 흥미로운 사람은 평생 425편의 책을 쓴 조르주 심농이다. 그는 소설 한 편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땀의 양을 정확히 1.5ℓ라고 생각했다. 그의 리추얼은 작품을 시작하기 전과 끝낸 후의 체중을 재는 것이었다.
내 생각에 창작에 관해 가장 쓸모 있는 말을 한 작가는 헨리 밀러다. "새 비료를 뿌리기보다 매일 조금씩 땅을 다져라!" 결국 창작의 비밀은 매일의 반복에 있는 것이다. 책을 조금씩 매일 읽어두는 건, 시장에 가서 신선한 야채를 매일 사오는 일과 같다. 책을 읽으며 문장을 익히고 메모하는 습관은 사온 야채를 틈나는 대로 다듬어 요리에 필요한 형태로 가공하는 작업에 비유할 수 있다. 이렇게 틈틈이 작은 작업을 해두면, 큰 작업을 할 때 생기는 스트레스를 방지할 수 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당장 펜을 들고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쓸 때, 생각이 가장 활발히 작동하기 때문이다. 물속에 있는 사람은 '
물이란 무엇인가! 어떤 물질로 이루어졌는가!'라고 묻지 않고 수영을 한다. 같은 이치다. 중요한 건 '변화'를 믿는 태도다. 다만 변화는 천천히 온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누구나 소나기 속을 걸으면 온몸이 젖으리란 걸 안다. 하지만 변화란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걷는 과정과 비슷하다. 헤매며 걷다 보면 결국 안개가 온몸이 젖게 한다는 걸 깨닫는 것 말이다.
조선일보 백영옥 소설가 입력 : 2017.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