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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암 말기의 엄마가 죽음 앞두고, 두 아들에게 남긴 '감동'의 편지

해암도 2017. 11. 5. 12:36

뇌암 말기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호주의 한 30대 엄마가, 세 살과 18개월된 두 아들에게 쓴 편지가 감동과 눈물을 전하고 있다. 호주 매체 뉴데일리가 지난 1일 처음 보도한 이 편지는 영미권 인터넷 매체에서 인용되고 있다.

뇌암이 재발해 말기 판정을 받은 엄마 새라가, 남편 리와 두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뉴데일리

호주 멜버른에 사는 34세의 엄마 새라 치버스는 2008년에 뇌암과 싸워 이겼지만, 지난 3월 세 종류의 뇌암이 재발했고 ‘말기’라는 판정을 받았다. 게다가 지난 달에는 18개월 된 아들 알피도 뇌암이라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진단을 받았다. 다만 의사는 “아들의 뇌암은 다른 종류라서, 엄마보다 생존 확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 엄마는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나보다도 아들 알피 때문에 더 병과 싸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들 휴와 알피에게 자신이 죽더라도, 엄마의 뜻을 분명히 남겨놓기로 작정했다.

엄마는 두 아들에게 최선을 다해 살고, 정말 훌륭한 아빠인 리(Leigh)가 나중에 새 배우자를 만나더라도 존중하라는 마음 아픈 편지를 썼다.

다음은 엄마 새라가 쓴 편지의 요약이다.

“너희들이 자라는 걸 못 볼 것 같구나. 말하기도, 직면하기도 참 힘들다. 엄마가 좋아했던 향수, 시리얼은 뭐였고, 엄마가 겨울을 참 좋아했다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 듣겠지. 아빠가 엄마의 스물한 살 생일 때 써 준 시, 너희들이 처음 입었던 옷들, 너희들의 병원 이름표 다 간직하고 있는데. 나는 아빠와 가족, 친구들이 엄마를 계속 너희에게 ‘살아있게’ 해 주리라는 걸 잘 알아. 그렇지만, 내가 직접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어.

감정을 표현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거라. 엄마는 아빠랑 너희, 그리고 가족이 하는 “사랑한다”는 말은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을꺼야.

정말 사랑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이,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던 것보다는 그래도 나은 것 같아. 이게 너희들에게 내가 느끼는 거야. ‘가슴이 찢어진다’는 말로는, 너희들이 자라는 걸 보지 못하는 엄마의 고통을 전혀 묘사할 수 없어.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과 너희가 엄마에게 줬던 그 엄청난 기쁨을 결코 잊지 않을 거야. 너희들이야말로 엄마가 한 가장 자랑스러운 성취니까.

공부도 열심히 하되, 학교엔 교과서 말고도 참 많은 것이 있어. 팀 스포츠도 즐기고, 악기 연주랑 외국어도 배우렴. 늘 최선을 다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 성공보다 실패에서 더 많은 걸 배울 테니까. 또 새로운 것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가능한 한 여행도 많이 다니고. 그게 너희를 형성해갈 거야.

확신에 용기를 갖고, 스스로를 믿어. 너희와 다르다고, 남을 결코 놀리지 말아라. 네 주변에 네 생각과 믿음을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너는 더 나은 사람이 될 거야.

식사예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끝이 없구나. ‘플리즈(please)’와 ‘땡큐(thank you)’를 잊지 말고. 친구 부모님은 ‘미세스’ ‘미즈’ ‘미스터’로 부르고. 친구 집에서 자더라도 침대는 꼭 정리하고. 그릇 설거지와 식탁 청소는 너희가 하겠다고 얘기하거라.”

아빠 리가 세살짜리 아들 휴와 함께 보내는 모습/뉴데일리

엄마 새라는 이어 아빠 리에 대해 두 아들에게 썼다.

“아빠에게 잘 해드려라. 혼자서 너희를 키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그러나 아빠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늘 너희에게 뭐가 가장 좋은지 생각해서 내리는 거야. 아빠는 정말 훌륭한 아빠이고 롤모델이야. 아빠가 너희를 엄마가 꿈꿨던 멋진 사람으로 키우려고 한 훌륭한 일들을 의심 들게 하지 말아라.

아빠가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서 행복을 찾고 싶은 때가 올 거야. 아빠의 선택을 받아들이렴. 그 여성은 너희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되리라는 걸 알아야 해. 엄마는 아빠가 아빠와 너희 둘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리라는 절대적인 확신이 있어. 너희가 엄마의 삶을 풍성하게 했듯이, 새로운 엄마는 너희 삶을 풍성하게 할 거야.

너희 아빠는 엄마가 알았던, 가장 멋지 고 용감한 남자야. 아빠는 엄마에게 친구였고 든든한 바위였고, 엄마의 모든 것이었어. 우리가 역경을 헤치는 동안 아빠는 정말 용기를 보여줬고 아빠가 곁에 없었더라면 엄마는 무너졌을 거야.

엄마는 아빠와 함께 보낸 시간, 함께 만든 기억들, 우리가 나눈 사랑을 영원히 감사할 거야. 엄마에겐 늘 아빠였고, 앞으로도 늘 아빠일거야.

사랑한다. 엄마가.”



              조선일보    이주영 인턴     입력 : 2017.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