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거래액 1조5000억원…투자자 100만명
비트코인 1년새 8배 뛰었지만 ‘투기판’처럼 불안
해킹·사기에 취약…“위험요소 줄이는 제도 정비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통화)를 사고파는 시장이 국내에서 가파르게 커지며 해킹을 비롯한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지난달 19일 거래 액수는 시장의 급신장세를 뭉뚱그려 보여준다. 이날 빗썸 거래액은 2조6018억원으로 코스닥시장의 하루 전(19일은 코스닥 휴장일) 거래대금 2조4300억원을 넘어섰다. 일회성이긴 하지만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빗썸에다 코인원과 코빗 등 다른 거래소 수치를 더하면 올해 국내 가상화폐 거래액은 하루 평균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업계 한 관계자가 1일 전했다. 고수익 기대감 등에 힘입어 지난해 전체 거래량(1조5000억원 추산)과 같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는 얘기다. 거래 급증세를 반영해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는 1백만명에 가까울 것으로 분석된다.
가격도 변동 폭이 크긴 하나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가상화폐 대표 격인 비트코인 값은 31일 515만3000원(종가 기준)으로 1년 전의 8.0배에 이르렀다.
시장이 급성장하는 뒷면에서 시장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4월 야피존이란 거래소가 해킹으로 고객 예치금 55억원을 도난당해 투자자들이 손실을 분담해야 했다. 세계 최대 거래소로 부상한 빗썸에서는 6월 직원의 개인용컴퓨터가 해킹돼 3만여 투자자들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가상화폐를 앞세운 사기 사건 등도 빈발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최근 가짜 가상화폐 ‘헤지 비트코인’을 이용해 3만5000여명에게 1552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4명을 구속했다. 한편에서는 가상화폐가 자금 세탁과 국외 돈 빼돌리기 창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국제결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스티븐 체케티 등은 중국과 베네수엘라 사례를 들며 “(가상화폐가) 정부의 자본 통제를 회피하기 위한 주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가치가 급변동하는 것 또한 불안 요소다. 소문에 따라 가격이 춤추는 경우가 잦다 보니 상품으로서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그런 가운데 작전세력 개입설이 돌고 묻지마 투자가 이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기판을 닮았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6월에 ‘가상화폐 투자시 유의사항’이라는 자료를 낸 것은 이 때문이다.
전통적 화폐를 대체하겠다는 가상화폐의 야심 찬 목표가 실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은 가상화폐의 성과가 없지 않다고 얘기한다. 기술적 기반인 블록체인이 핀테크에 활용될 가능성을 높인 점이 그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전자 금융거래를 하면 시간과 돈을 크게 줄일 것이란 기대가 작지 않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참여자가 데이터를 분산해 보관하고 검증함으로써 신뢰를 확보하는 기술이다. 박정운 케이비하나은행 팀장은 “거래소 해킹과는 별개로 가상화폐를 만드는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안전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평가”라며 은행 등이 이 기술을 활용하면 하드웨어 투자 비용이 상당히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화폐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든 지금 시장 상황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시장의 몸집이 불어나는 만큼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거래소의 안전성을 높이고 투자자 보호를 확대하는 쪽으로 규제하자는 얘기다. 국내 2대 거래소인 코인원 차명훈 대표도 “이런 방향에 큰 틀에서 공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