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 활어 벵에돔을 마쓰카와 처리해 뜬 회가 3단 부챗살을 펼치듯 차려져 나왔다. 마쓰카와(まつかわ; 松皮)는 포 뜬 돔의 껍질에 끓는 물을 붓고 얼른 얼음물에 담갔다 건져 회를 뜨는 방식이다. 우리말로는 마땅한 대응어가 없다. 여수 ‘어서오소’에서는 밥과 묵은지가 함께 나온다. 삼합으로 먹으니 맛이 아주 새로웠다. 양이 줄어드는 게 아쉬웠다.
여수엑스포역 승강장. 이곳이 전라선 철도의 종단점이다.
여수엑스포역 앞 바다에 보이는 섬이 동백으로 유명한 오동도다. 역 광장에 많이 심어놓은 동백나무에 열매가 과일처럼 달려있다. 중부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갯장어: 풍경횟집(여수시 대경도4길 41/전화 061-666-7766) 요리 전문
▷갈치조림과 돌게장 정식: 청정게장촌(여수시 봉산남4길 23-32/전화 061-643-7855)
▷갈치조림과 선어 회·구이: 홍가(여수시 봉산남1길 25/전화 061-642-9991)
▷낚시로 잡은 갈치 세트·조림: 어부촌횟집(여수시 돌산읍 계동해안길 84-4/전화 061-644-4747)
▷자연산 돔 활어회: 이리오소(여수시 화산2길 2-1/061-643-1464) ※하루 전 예약, 저녁만 가능
▷해산물 정식: 해미락(여수시 성산4길 6/전화 061-691-1745) ※8월 말까지 일시 휴업. 하루 전 예약, 저녁만 가능
▷자연산 선어회와 전통방식 생선구이·찜: 창원식당(여수시 동문로 10-1/전화 061-662-3071)
▷(붕)장어 구이·탕: ①산골산장어(여수시 봉산1로 24/전화 061-642-3455) ②갯마을장어집(여수시 봉산남4길 17/전화 061-643-2477) ③상아식당(여수시 어항단지로 21/전화 061-643-7840) ④자매식당(여수시 어항단지로 21/전화 061-641-3992)
▷서대회: ①개도집(여수시 남산북6길 5/전화 061-666-1381) ②삼학집(여수시 이순신광장로 200-3/전화 061-662-0261)
첫 끼, 봉산동 ‘청정게장촌’ 갈치조림+돌게장 정식
돌산대교 북단과 이어지는 봉산동의 봉산남2길, 3길을 이곳 사람들은 ‘게장 골목’이라고 부른다. 돌게장 정식을 파는 음식점이 10곳쯤 밀집해 있다. 청정게장촌에는 갈치조림과 돌게장을 함께 주는 ‘갈치조림정식(1만6000원)’과 갈치조림만 빠지는 게장백반정식(1만원/혼자는 1만2000원)이 있다. 게장 리필은 1회만 가능하다. 반찬은 간장·양념게장을 포함해 17찬이 차려진다.
여수 봉산동 ‘게장 골목’에 있는 청정게장촌의 갈치조림정식 상차림. 갈치조림을 시키면 간장·양념게장도 함께 나온다. 이런 방식은 여기서 이 집이 처음이다. 그래서 간판에 ‘원조 갈치조림’이라고 쓰고 있다. 갈치조림을 제외하고 17찬이 상에 올라왔다. 갈치조림 3인분과 게장정식 2인분이다.
오전 10시 50분쯤 도착했는데 자리가 절반은 차 있었다. 주문을 하니 바로 상이 차려졌다. 차림은 돌게로 담근 간장게장·양념게장과 젓갈 4종(갈치속·멍게·낙지·굴) 외에 피조개숙회·갓물김치·갓김치·배추김치·쏙(딱새우)장·고춧잎무침·건파래무침·게국·김·고구마줄기무침·잔멸치땅콩볶음, 17찬이 올라왔다. 하나같이 입에 감기는 맛이다. 시늉으로 자리 차지한 접시는 하나도 없었다. 잠시 후 갈치조림이 나왔다.
‘게장 골목’을 만들어준 음식이자 청정게장촌의 대표메뉴인 간장돌게장.
돌게는 민꽃게를 말하는 생활어다. 돌게를 맵게 무친 양념게장.
지난달 22일, 이날 따라 주방장이 몸이 아파 결근하는 바람에 ‘오너셰프’ 박현숙씨가 조리장으로 직접 나섰다. 남편 정광조씨는 “우리 집 음식의 비법은 모두 아내의 손맛”이라고 자랑했다.
주방 한쪽에서 연신 밥을 짓고, 갈치조림과 게국도 끓이고 있다.
청정게장촌은 게장 골목 돌게장 음식점 중 연조가 네 번째라고 한다. 원조는 1990년대 중반 시작한 ‘황소식당’이다. 원래 게장은 백반의 반찬 중 하나였다. 손님들이 게장 추가를 하도 시켜서 주종목으로 바꿨다. 무한리필까지 해줘 손님을 끌었다.
봉산동 ‘게장 골목’에서 청정게장촌이 처음 반찬으로 내기 시작한 ‘게 왕발 국’.
여수 사람들이 ‘쏙’이라고 부르는 딱새우장. 알맹이를 고스란히 빼 먹는 요령은 현지인에게 배워야 한다.
정씨는 ”사실 여수 사람들은 게장 별로 안 좋아한다. 갈치조림을 더 좋아한다. 갈치+게장 메뉴를 짰더니 외지손님 오면 여수 분들이 우리 집으로 많이 모시고 오더라. 갈치조림 먹으면 게장도 먹을 수 있으니까 여기 분들 입맛에 맞고 손님 대접도 잘할 수 있어 좋아하는 듯하다”고 성공 요인을 설명했다. 이어 “이 골목이라고 게장 집이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도태된 집도 여럿 있다. 현재 10곳이 있지만 잘되는 집은 네 곳 정도다. 우리 집 주방장을 빼다가 시작한 집도 있는데, 가서 먹어보니 모양은 똑같이 했지만 마지막 감칠맛은 못 냈더라. 그 맛은 아내의 손에서 나온다. 손맛이 비법이다. 누가 배워가거나 훔쳐갈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굴젓무침과 피조개찜.
청정게장촌에서 포장판매도 하는 젓갈들. 왼쪽부터 낙지·멍게·갈치속젓.
갓김치(왼쪽)와 배추김치.
갓 물김치.
청정게장촌에는 주말에는 하루 손님이 1000명 정도 온다고 한다. 인증사진 찍는 사람들을 위한 포토존까지 만들었다.
식당 옆에는 ‘땅게빵’을 파는 부스가 있다. ‘땅콩을 품은 돌게빵’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청정게장촌 바로 옆에서 팔고 있는 즉석과자는 ‘땅콩 품은 돌게빵’이라는 말을 줄인 ‘땅게빵’이다.
게 모양 틀에서 구워낸 땅게빵.
둘째 끼, 배 타고 가는 경도 ‘풍경횟집’ 갯장어 요리
여수의 여름은 갯장어의 계절이다. 이곳 사람들은 참장어라고 부른다. 더 익숙하기는 일본말 하모(はも)다. 갯장어가 잘 문다 하여 ‘깨물다’라는 뜻의 일본어 하무(かむ)가 변한 말이라고 한다. 『자산어보』는 이름을 견아려(犬牙鱺)라고 썼다. 개이빨장어라는 뜻이다. 속명은 개장어(介長魚)라고 기록했다. 설명을 보면 “입은 돼지 같이 길고 이는 개처럼 고르지 못하다. 뼈가 아주 견고해 사람을 능히 물어 삼킨다. …뱀이 변한 물고기라고도 한다”라고 했다.
이름이 일본어로 더 알려진 것은 100년 넘게 어획량 대부분이 일본에 팔렸기 때문이다. 1893년 일본에서 나온 『조선통어사정(朝鮮通漁事情)』에 따르면 경상도 도처에 서식하는데 사람들이 잘 잡지 않고, 또 잡더라도 뱀을 닮은 모양 때문에 먹기를 꺼려하여 일본인에게만 판매했다고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요리 이름도 ‘데침회’라는 뜻의 일본말 유비끼(ゆびき)다.
여수 국동항에서 경도를 왕래하는 페리. 배 두 대가 수시로 오간다. 500m 거리여서 10분이 채 안 걸린다. 요금은 들어갈 때 2000원을 내면 나올 때는 받지 않는다.
경도선착장에 내리면 ‘하모의 섬! 경도!’ 여섯 글자가 손님을 격하게 반긴다.
경도선착장에서 900m쯤 떨어져 있는 풍경횟집. 미리 연락하면 선착장까지 차가 나온다. 시간이 있다면 걸어가길 권한다. 경치가 보상을 해준다.
풍경횟집 바로 앞 풍경. 바다 건너 왼쪽부터 국동항, 남산, 돌산대교와 동산도. 대교 너머가 여수 구도심이다. 하얀 공처럼 떠있는 것은 ‘바다 펜션’이다. 한 가족이 들어가 묵을 수 있다. 풍경횟집 옆에 관리사무소가 있다.
경도는 대경도·소경도가 있다. 갯장어의 섬은 대경도를 말한다. 여수 국동항에서 경도선착장까지 0.5km 배를 타야 들어갈 수 있다. 섬 면적 2.32㎢(70만1800평), 해안선 길이는 11.7km이다. 전체 면적의 3분의 2 이상은 2015년 개장한 여수경도골프&리조트이 차지했다. 이름은 시대에 따라 서울(京)·고래(鯨)·거울(鏡)을 뜻하는 ‘경’자를 썼다. 1910년부터 거울 경(鏡)으로 쓰고 있다. 여수 높은 곳에서 보면 섬 모양이 수면 위로 솟구치는 고래를 닮았다 하여 고래(鯨)섬으로 부르기도 했다. 풍경횟집은 고래가 입을 벌린 형상 중 입천장 위치에 자리잡았다. 바로 앞으로 바다가 펼쳐지고 멀리 여수 구도심과 돌산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까이엔 에스키모 이글루 같은 하얀 돔이 바다에 떠있다. 바다 펜션이다. 풍경횟집 옆에 관리사무소가 있다.
풍경횟집 앞마당에 있는 커다란 수조에는 싱싱한 갯장어 수백 마리가 유영하고 있다.
갯장어는 대부분 주낙으로 잡는다. 잡히면 바늘을 빼지 않고 낚싯줄을 끊어 수조로 옮긴다. 바늘 빼려다 물리면 손가락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 이끌어준 서각 작가 철우 곽금원 선생이 낚싯줄을 물고 다니는 갯장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경도에서 나고 자랐고 여수에 살고 있다.
갯장어는 잔가시가 많아 그걸 먹을 수 있게 칼질하는데 요리의 성패가 달렸다. 풍경횟집 주인 조성열씨가 데침회로 나갈 갯장어에 촘촘하게 칼집을 내고 있다. 갯장어 요리의 본가 격으로 알려진 ‘경도회관’ 창업주의 외손인 그는 갯장어를 다룬 지 40년이 넘었다. 방송에도 나가 ‘갯장어 손질의 달인’ 인증도 받았다.
칼질을 마치 갯장어 몸통. 잔가시는 잘리되 껍질은 상하지 않게 칼질 깊이를 맞춰야 한다.
갯장어 등뼈를 발라내고 포를 떠놓은 상태.
갯장어 음식은 마리 수보다 무게를 기준으로 한다. 머리·내장·등뼈·지느러미 제거하면 무게가 반쯤으로 줄어든다.
상으로 나갈 준비를 마친 갯장어 데침회 한 도마(9만원). 2~3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뜰채로 건져 올린 갯장어 눈매가 매섭다. 애호가들이 이 정도 크기(500~700g)를 가장 선호한다.
풍경횟집의 갯장어 데침회 상차림. 자두·바람떡·고구마·옥수수도 올라와 의아했다. 여수에는 정식 상에 떡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
갯장어를 데칠 국물에는 갯장어 뼈와 채소를 달인 물에 인삼·생강·대추·무·양파·파프리카를 넣었다.
갯장어를 데칠 국물이 끓고 있다. 부추와 팽이버섯을 데치기 시작했다.
갯장어의 잔가시가 먹다가 걸리지 않도록 촘촘하게 칼질을 한 살을 끓는 국물에 데치자 한 송이 꽃이 피든 결이 벌어졌다.
갯장어를 데쳐 먹고 남은 국물에 죽을 끓이기 위해 나온 생쌀. 불려서 살짝 갈았다. 음식점에서 생쌀로 즉석 죽을 쑤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죽에 넣을 채소와 땅콩가루. 다진 마늘도 보인다.
잔가시가 먹다가 걸리지 않도록 가늘게 채를 친 갯장어 회.
갯장어 회는 생 양파에 풋고추·마늘 곁들이고 된장 찍어 먹으면 좋다고 현지인은 권했다.
풍경횟집에서 제작해 게시한 갯장어 설명문. 여수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대로 ‘참장어’라 표기한 것도 눈에 띄지만 갯장어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경험 지식이 잘 정리돼있다.
철우 선생에게 갯장어에 관해 아주 많은 얘기를 들었으나 기사가 너무 길어져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겠다. 다만, 먹는 얘기 하는 자리이니 젓갈 얘기 하나는 소개한다.
갯장어를 일본으로 많이 수출하던 시기에 여수 일대에서 잡히는 전어는 이깝(‘미끼’의 방언)으로 다 들어갔다. 갯장어 철이 끝나야 전어가 시장에 나왔다. 그 시절 여자만을 끼고 있는 감도마을(여수시 화양면 이천리) 배는 거의 전어 배였는데 갯장어잡이 배의 이깝 공급선 역할을 했다. 전어를 세 토막으로 잘라 갯장어 주낙 바늘에 꿴다. 이때 전어밤(강낭콩만 한 위)이 나온다. 뱃사람들은 그걸 모아 배에 굴러다니던 소주 됫병에 담고 소금 한 줌 뿌려둔다. 일이 끝나면 한 병씩 나눠 들고 집에 가지고 가 두어 달 삭힌다. 익으면 고춧가루에 버무린 다음 마늘과 매운 고추 숭숭 썰어 넣고 통깨 흩뿌려 무치면 맛이 정말 좋았다고 한다. 그는 ”전어밤젓은 갯장어잡이 배에서 만든 것보다 맛있는 걸 지금껏 보지 못했다”며 입맛을 다셨다.
셋째 끼, 낚시광의 횟집 ‘이리오소’ 자연산 돔 회
간판을 보면 일단 웃음부터 나오는 집이다. ‘이리오소’ 앞에 긴 설명이 붙어있다. ‘술 한잔 생각날 때 친구와 함께’라고. 이 말로만 보면 주인은 사람을 꽤나 좋아하는 성향으로 보인다.
간판을 보면 웃음부터 나온다. 상호가 길다. ‘술 한잔 생각나면 친구와 함께 이리오소’.
생선은 껍질과 살 사이에 맛있는 지방층이 있다. 그 부분을 가열하면 지방이 녹았다가 잠시 얼음물에 넣으면 녹은 상태에서 응결한다. 그렇게 하면 회로 먹었을 때 고소한 맛이 훨씬 진해지고 껍질의 독특한 식감도 즐길 수 있다. 또 일본사람들은 돔을 아주 귀하게 여겨 껍질까지 버리지 않고 먹으려고 그런 조리법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10년간 요리를 배운 여의도 ‘쿠마’의 김민성 오너셰프의 설명이다.
음식은 간결하다 4가지 돔만 취급한다. 자연산 활어만 쓰기 때문에 손님이 지정할 수도 없다. 그날 고기가 잡히는 대로 먹어야 한다. 값도 모두 ‘싯가’라고 씌어 있어 공포감을 주지만 회 값만 1인 3~4만원 꼴로 잡으면 된다. 예약 손님만 받는다.
곁들이 음식으로 나온 참고둥. 깊은 바다에서 잡아야 굵은데, 이 정도면 굵은 편에 속한다.
참고둥은 다른 고둥들보다 속살이 온전하게 잘 빠졌다.
바지락조개를 데쳐서 간장양념을 했다. 꼬막을 이렇게 하는 건 흔하지만 바지락은 생소하다.
말린 홍합 살을 풋고추 넣고 조렸다.
전어초무침. 전어는 가을에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남해안에서는 7월부터 전어 철이다.
돔 고기로 만든 물회.
벵에돔 회는 4인 상에 모두 48점이 나왔다. 부챗살이 펴지듯 회를 담아 눈으로 먼저 맛이 들어왔다.
초밥을 쥐듯 엄지손가락만 하게 뭉친 밥에는 참깨가 섞였고 참기름도 들어간 듯했다.
회·밥과 삼합으로 먹도록 내준 묵은지. 싱싱한 생선이 많이 들어가 잘 삭은 맛이 났다. 삼합으로 먹으니 회의 고소함이 극대화 됐다.
회를 뜨고 남은 자연산 뱅에돔 활어의 서덜로 끓인 맑은 탕. 싱싱한 생선 굵은 뼈의 깊은 맛, 고급스러운 고소함을 경험했다.
식탁은 모두 좌식이다. 작은 방에 5개쯤 있는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