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방대한 문헌의 나라로
중국의 가는 길 바로 읽으려면
중국인 사고와 중국 문명 형성한
여덟 권의 고전 읽기가 필수적중국 지도자는 기본적으로 독서인
한·중 관계가 수교 이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드 갈등의 여파가 클 뿐만 아니라 해결책 마련 또한 쉬워 보이지 않는다. 양국 모두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을 반성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로선 중국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높여야 하나.
책, 특히 고전을 통한 중국인과 중국 문명 이해가 절실하다. 왜? 그건 중국이 전통적으로 책의 나라였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먼저 중국 문명의 정통사상인 유학이 무엇보다 독서를 중시했다. 특히 송(宋)대 이후엔 독서가 지도자 선발 시험인 과거와 연결되며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지도자는 기본적으로 독서인인 것이다.
물질문명 측면에서도 중국은 책과 관계가 깊다. 4대 발명품인 종이와 나침반, 화약, 인쇄술 가운데 두 가지가 책과 관련이 있다. 사고전서가 상징하는 수많은 책과 경사자집(經史子集)으로 분류되는 다양한 책 중에서도 중요하기로는 고전(古典)이 으뜸이다.
중국인의 사유가 오랜 기간 고전을 되풀이해 읽는 가운데 형성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전은 한편으론 중국인의 사유를 반영하고, 다른 한편으론 중국인의 사유를 형성하는 텍스트인 것이다. 따라서 중국 이해는 중국 고전 읽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중국인 사고 형성한 네 권의 고전
우선 공자의 언행록인 『논어』. 이는 흔히 인(仁)과 예(禮)를 중심으로 이해하지만, 오히려 학(學)과 정(政)이 주요한 주제다. 공자는 학문과 인격을 지닌 군자(君子)에 의한 정치, 이른바 덕치(德治)를 주장했는데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정치와 윤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다음은 ‘도덕경(道德經)’이라고도 불리는 『노자』로, 이것은 도(道)와 유(柔), 그리고 허(虛)를 강조하면서 과학·예술·종교·무술·의학 등 다양한 방면에 영향을 미쳤으며 무위(無爲)와 자연(自然)의 가치를 제시한다. 특히 도교(道敎)와 관련해 그 중요성이 주목된다.
토생토장(土生土長), 즉 중국 본토에서 생기고 성장한 종교인 도교에 대한 이해야말로 한국인들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중국의 전통과 관련해 영미권에서 가장 활발하게 출간되는 분야가 도교라는 점은 매우 시사적이다.
세 번째는 전쟁술의 고전인 『손자(孫子)』. 이것은 허실(虛實), 기정(奇正) 등의 개념을 통해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제시한다. 춘추 말기에 형성됐지만, 전쟁과 경쟁의 본질 및 원리를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기에 현대 들어 더욱 주목을 받는다. 송나라에서 전쟁과 관련된 일곱 종의 텍스트를 『무경칠서(武經七書)』로 정리한 점은 중국인의 사고를 이해할 때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끝으로 『주역』은 점치는 서적에서 인생과 우주의 이치를 해명하는 경전으로 승화된 고전으로, 음양(陰陽)의 세계관을 전제로 한다. ‘역(易)’은 세계의 모든 존재가 부단하게 변화한다는 변역(變易), 그 변화에는 불변의 원리가 있다는 불역(不易), 그 원리는 간단하고 쉽다는 간이(簡易)의 세 가지 의미를 지닌다.
상징과 비유의 언어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되지만, 의리(義理)와 상수(象數)의 두 방향이 기본적인 해석 노선이다. 특히 『주역』은 네 권의 고전 중 출발 시기가 가장 빠르고 형성 과정이 가장 길다. 그 영향은 철학과 종교, 문학과 예술은 물론 수학·천문학·의학·건축 등 과학과 기술의 영역까지 포괄한다.
중국 문명의 틀을 이룬 네 권의 책
중국 문명을 형성한 고전으로 『사기(史記)』와 『황제내경(黃帝內經)』 『두시(杜詩)』 『홍루몽(紅樓夢)』을 들 수 있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인물은 진시황이지만, 이는 군사적·정치적 통일에 불과하다.
중국의 고대 문명이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한 계기는 최초의 정사인 사마천의 『사기』 편찬에 의해서다. 중국 문명은 무엇보다 역사적 정통성을 중시하는데, 이는 각 왕조의 ‘정사’ 편찬으로 상징된다. 『사기』는 그 선례이자 모범이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기』의 가장 뛰어난 역주 작업을 보면 『사기』의 중요성과 중국에 대한 미국의 근본적 대책을 실감할 수 있다. 참고로 송나라 사마광의 『자치통감(資治通鑑)』은 지식인들에게 중국의 역사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가능하게 만든 고전으로 마오쩌둥(毛澤東)의 애독서였다.
중국의 의학을 정립한 『황제내경』은 단순한 의학 이론서가 아니다. 이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해석의 틀을 제공하는 고전이다. 오늘날에도 작용하는 유일한 전통과학인 한의학을 생각하면, 그 의의는 명백하다. 『황제내경』은 『소문(素問)』과 『영추(靈樞)』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영추』는 중국에서 사라져 고려에서 역수입해 복원한 것이다.
시성(詩聖) 두보(杜甫)의 시를 모은 『두시(杜詩)』는 중국인의 심성을 이해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근래 미국·프랑스 등에서 두보의 시 번역이 잇따라 출간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중국에 대한 근본적 관심의 소산이다. 조선시대의 『두시언해(杜詩諺解)』가 국가적 사업으로 진행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하겠다. 『당시 삼백수(唐詩三百首)』 또한 시의 나라 중국에 접근하는 데 유용한 텍스트다.
끝으로 중국인의 마음을 엿보려면 『홍루몽(紅樓夢)』을 봐야 한다. 청나라 시대는 현재 중국 문명의 원형을 형성한 시기인데, 『홍루몽』은 바로 청나라 문화의 근본과 정수를 제시하고 있는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거론한 여덟 권은 중국 문명의 역사에서 진행된 주요 변천과도 대응하고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며 읽는다면 현대 중국의 사고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철
고려대에서 『황제사경』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전, 고전번역, 문화번역』 등 저서 외 『중국을 움직인 30권의 책』 등의 역서가 있다. ‘고전과 미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문헌학·번역학·정보학에 기초를 둔 새로운 동아시아 고전학 구축에 관심이 있다.
이동철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중앙일보] 입력 2017.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