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알파고 자체 대국 기보

해암도 2017. 5. 30. 06:41

커제 9단의 눈물과 조남철 9단의 어떤 한집 반 승...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나? 

▲ 커제(중국) 9단이 27일‘바둑의 미래 서밋’(중국 저장성 우전시 국제컨벤션센터) 알파고와의 최종 3국 대국 중 사실상 패배가 확정되자 눈물을 흘리는 모습 <조선DB>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계 최강의 바둑 고수 중국의 커제 9단을 30 스트레이트로 격파했다. 승부도 그렇지만 바둑 내용도 월등한 수준을 보여주는 등 압도했다. 커제는 이로 인한 충격으로 펑펑 울었다고 한다. 또 5월 28일 한국에 와서는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고 털어놓았다. 커제가 얼마나 좌절감을 맛보았는지 짐작이 간다.
 
알파고와 커제의 대국 기사를 읽으면서 예전 한국 최고의 바둑기사였던 조남철 9단의 일화가 떠올랐다. 조남철 9단이 일본에서 기력을 연마한 뒤 한국에 와서 당대 최고의 고수로 군림하기 시작한 때였다. 한번은 지방에 사는 바둑 애호가인 만석꾼의 초청을 받고 지도대국을 두어주었다. 예의상 넉점만 받아주고 두었다. 세판을 두었는데 조남철 9단이 내리 1집반을 이겼다고 한다. 상대방인 만석꾼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조 9단은 일부러 그렇게 승부를 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초절정의 고수라면 아마추어와 대국할 때 그 정도 계산은 할 능력이 있다. 반대로 상대방인 아마추어 만석꾼은 조남철 9단의 신산(神算)에 내심 경악했을 것이다. 하지만 좌절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 사람 중에 이렇게 뛰어난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지 않았을까?
 
커제 9단에 승리한 인공지능 알파고도 마치 1집반을 이기도록 승부를 몰고 갔다고 한다.  유리하면 양보하면서까지 1집반 승(勝)으로 끝내려 했다는 것이다. 인간계 최고임을 자부했던 커제 9단! 아무리 노력해도 알파고의 벽을 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마나 경악했을지 짐작이 간다. 커제 9단이 대국 후에 펑펑 울고, 통음하게 된 것도 스스로가 초절정의 고수 앞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하수같은 초라한 처지임을 자각한 때문이 아니었을까? 
 
앞으로 커제9단과 같은 프로기사들은 무엇을 해야하나?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뛰어난 신수, 묘수를 개발할 수 있을까? 알파고를 허사비스라는 인간이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알파고는  인간의 흔적은 전혀 없는 인공지능이다. 알파고는 이번 승부를 마지막으로 바둑에서 은퇴한다. 은퇴하지 않는다면 인간과의 실력차이는 더욱 커진다. 왜? 알파고는 하루에도 무한정으로 바둑을 두면서 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반면, 커제 9단같은 인간은 기껏해야 하루에 몇 판이나 둘까? 게다가 커제 9단 같은 인간의 지력은 어른이 된 뒤에는 쇠퇴해가기 마련이다. 
 
서양의 체스 승부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누른지 오래지만, 인간들은 여전히 체스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파고에게 영원한 패배를 당한 인간 바둑기사들에게 위안이 될까? 바둑을 하나의 문화행위나 전통놀이로 인식할 수 있을까? 반대로 명지대 바둑학과에서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을 가르쳐야 하나?
 
바둑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실력이 이처럼 하늘과 땅 차이라면, 다른 분야는 어떨까?
바둑 아닌, 프로그래밍이나, 디자인, 의료, 법률서비스, 회계 등 인간이 고등지능으로만 할 수 있다는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인간과 승부를 벌인다면...나중에 커제 9단처럼 연패를 당한 뒤 눈물을 펑펑 쏟고, 밤새 술을 마시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커제 9단의 눈물 속에는 다가오는 미래에 인공지능에 밀려 불안정한 위치에 놓이게 될 인간의 서러움, 그리고 인간에 패배를 안긴 인공지능을 창조한 인간의 회한 등이 담겨 있는 듯 하였다. 참으로 예사로이 넘길 수 없었던 커제 9단의 눈물이었다.
 
 
한편 인간계를 석권한 알파고는 이제 바둑을 은퇴한다. 딥마인드 측은 알파고의 바둑계 은퇴와 함게 팬서비스로 알파고와 알파고가 대결한 대국 50국을 선정해 그 기보를 딮마인드 홈페이지(https://deepmind.com/research/alphago/alphago-vs-alphago-self-play-games/)를 통해 공개했다. 알파고는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대국 이후 수백만판을 두며 기력을 향상시켰다. 이번 기보는 그 중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
본문이미지
알파고 대 알파고 대국 장면

이 기보를 살펴본 중국의 스웨 9단은 이전에 본 적이 없는, 먼 미래의 기보를 상상해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구리 9단은 믿을 수 없다.사람들이 그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의 감동근 교수는 62() 오전 10시부터 오후 1230분까지 명지대학교(용인) 창조예술관 Y2266 실에서 김형환 7단과 함께 알파고의 기보를 분석하는 수업을 연다. 감 교수는 명지대학교 바둑학과에 출강해 <컴퓨터와 바둑>이라는 과목을 맡고 있는데, 관심 있는 사람들의 청강을 환영한다고 한다.

    

 조선뉴스     글 | 우태영 조선뉴스프레스 인터넷뉴스부장   등록일 : 2017-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