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7년 전 피자 1판값 비트코인, 지금 시세는 123억

해암도 2017. 5. 24. 06:25

디지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지난 22일 첫 거래일 기준 7주년을 맞았다.

 
7년 전 비트코인을 사용한 최초의 거래는 ‘피자 2판’이었다. 2010년 5월 18일 미국 플로리다 주에 살던 프로그래머 라스즐로 핸예츠는 인터넷 비트코인 포럼에 “피자 2판을 배달해주면 비트코인 1만 개(1만 BTC)를 주겠다”는 글을 올렸다.
라스즐로가 7년 전인 2010년 5월 18일 비트코인에 올린 게시글. 피자 2판을 보내주면 1만 비트코인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비트코인 포럼]

라스즐로가 7년 전인 2010년 5월 18일 비트코인에 올린 게시글. 피자 2판을 보내주면 1만 비트코인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비트코인 포럼]

 

미국 플로리다서 가상화폐 첫 거래
‘안전 자산’ 인식 가치 54만 배 폭등


라스즐로가 피자 2판의 대가로 제안한 1만 비트코인은 현재 시세로 2200만 달러(약 247억원)에 달한다. 피자 1판을 현재 시세를 기준으로 하면 123억5000만원이나 되는 셈이다. 라스즐로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값을 치루고 피자를 사 먹는 사람이 됐다.
 
당시 라스즐로는 “피자를 직접 만들어 우리 집으로 배달해줘도 되고, 피자집에 주문을 한 뒤 대신 돈을 내주기만 해도 좋습니다. 저는 단지 비트코인으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라며 거래 의도를 설명했다. 비트코인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시장에서 통용될 만큼의 가치를 지녔는지 확인해보기 위한 일종의 모험이었다.
 
라스즐로가 2010년 5월 18일 피자 2판의 대가로 제시한 비트코인 1만 개의 가치는 41달러였다. 당시 피자 2판은 30달러에 구입할 수 있었다. 액면 가치만을 놓고 봤을 때 1만 비트코인과 피자 2판을 교환하는 건 ‘남는 장사’였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그 전에는 지급결제 수단으로 사용된 적이 없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었다.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이유다.
피자를 배달받은 라스즐로가 비트코인포럼에 올린 '인증샷'. 라스즐로의 딸로 추정되는 어린 아이가 피자를 먹으려 손을 뻗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비트코인포럼]

피자를 배달받은 라스즐로가 비트코인포럼에 올린 '인증샷'. 라스즐로의 딸로 추정되는 어린 아이가 피자를 먹으려 손을 뻗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비트코인포럼]

피자를 배달받은 라스즐로가 비트코인포럼에 올린 '인증샷'. 라스즐로의 딸로 추정되는 어린 아이가 피자를 먹으려 손을 뻗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비트코인포럼]

피자를 배달받은 라스즐로가 비트코인포럼에 올린 '인증샷'. 라스즐로의 딸로 추정되는 어린 아이가 피자를 먹으려 손을 뻗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비트코인포럼]

 
당시 포럼 게시판에는 ‘비트코인-피자 거래가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글을 올린 지 사흘만인 5월 22일 오후 라스즐로는 당당하게 ‘인증샷’을 올렸다. 사진 속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의 피자 2판과 라스즐로의 딸로 추정되는 여자 아이가 피자를 먹기 위해 손을 뻗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비트코인 이용자들은 최초로 지급결제에 성공한 이날을 기념해 매년 5월 22일을 ‘비트코인 피자 데이’로 정했다.
 
최초의 피자 데이 이후 비트코인의 가치는 7년간 약 54만배 폭등했다. 특히 올 들어 비트코인의 가격은 120% 이상 오르며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1주일 동안에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했다. 비트코인 정보업체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22일엔 1 비트코인당 22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현지시간) 비트코인 가격 폭등의 이유로 ‘안전 자산’이라는 점을 꼽았다.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이 발행·거래에 개입하지 않고 개인 간 온라인 거래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비트코인 거래내역이 공개 장부인 ‘블록 체인’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점을 들어 안전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비트코인 강세의 원인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꼽는다. 미국 CNN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정치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달러화의 가치도 떨어졌다. 반대로 안전자산에 해당하는 금과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미국 기업 제품의 해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약 달러화 정책을 주장해 왔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7.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