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티(Thirty)테크’의 목표는 적금과 부동산 중심의 재테크에서 벗어나 ‘20~30대 맞춤 투자 전략을 찾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중앙일보 기자가 직접 금융투자에 나섭니다. 실제 수익률을 공개하고, 혹 성과가 좋지 않다면 실패 원인까지 분석합니다.
국내 거래소 3곳. 홈피서 계좌개설
입금자·계좌주명 같아야 거래 가능
투자인지 투기인지는 더 지켜봐야
‘비트코인으로 대마 거래한 70명 적발’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암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최근 기사다. 인기라곤 하지만 이런 ‘듣보잡’에 투자하는 건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얼마 전 비트코인 투자를 하는 사람을 만났다. 사람이 그렇다. 절대 믿지 않다가도 옆 사람이 하면 눈길이 간다.

자료: 코인원·코인에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다. 블록체인은 ‘분산 원장’ 기술인데, 거래 정보를 암호화해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이에게 분산 저장하는 기술이란다.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해킹 위험이 없다. 블록체인이 금융혁명을 가능케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다만, 일반인 입장에선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관심이다.
먼저, 비트코인이 가상화폐라면 ‘돈’이냐? 애매하다. 가치의 안정성이 너무 떨어진다. 가격 변동이 심하다. 화폐보다는 ‘금’과 비슷하다. 비트코인은 채굴량, 곧 발행량이 정해져 있다. 지금의 달러처럼 무작정 찍어낼 수 없다. 화폐와 비교한다면 금본위제 시절의 달러와 더 비슷할 것 같다.
금처럼 믿을만한 투자 대상이냐? 비트코인은 실체가 없다. 디지털상의 숫자로 표시될 뿐이다. 어느 정부도 비트코인을 정식 화폐로 인정하지 않았다. 올 초 중국 인민은행이 비트코인 거래 조사에 나서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비트코인 값이 급락했다.
비트코인 거래엔 국경이 없다. 국가간 이체가 자유롭다. 중국이 거래를 규제해도 전세계 다른 곳에서 거래된다면 막을 수 없다. 전세계 정부가 공동으로 나서 “비트코인 오늘부터 금지”라고 발표하면 모를까. 한 정부가 막을 수 있는 화폐가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시장 참여자, 곧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사람이 많다. 전면 금지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 오히려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불법자금 거래 통로가 되는 걸 막고, 세금도 물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는 비트코인을 정식 화폐로 인정할 조짐이다.
거래소가 내 돈을 떼먹지 않을까. 이것도 걱정이다. 비트코인 거래소는 정부가 인증을 한 곳이 아니다. 이 업체가 사기를 쳐도 하소연하지도 못한다. 해킹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 과거 유명 거래소가 해킹을 당해 고객들의 비트코인이 도난당하기도 했다.

자료: 코인원·코인에스
국내에는 비트코인 거래소가 3곳 있다. 빗썸·코빗·코인원이다. 거래소마다 수수료(0.1% 안팎)나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가격 차이가 나면 일종의 ‘재정 거래’가 일어나 가격이 다시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진다).
기자는 코인원을 이용했다. 거래 방법은 간단하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전자우편 등으로 회원 가입을 한다. 가상계좌를 만든다. 이 때 돈 보낸 사람과 계좌주 이름이 같아야 한다. 만약 다르면, 계좌주 본인이 보낸 돈임을 입증할 때까지 거래에 제한을 받는다.
거래는 주식 거래와 비슷하다. 주식이 1주 단위로 거래할 수 있다면 비트코인은 사고 싶은 만큼을 입력하면 된다. 원화 기준으로 20만원을 입력하니 비트코인 0.1… 개를 살 수 있다고 나온다. 0.1주를 샀다. 거래 체결. 12만6000원이 나갔다.

자료: 코인원·코인에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365일, 24시간 거래된다. 투자한지 두 달이 넘지 않았지만 1만5000원 밑이던 이더리움이 오늘(24일) 5만7000원선을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15% 정도 올랐다. 올라서 다행인데 반대로 고점에 샀다면 원금이 얼마가 됐을지 상상하기도 싫다. 가상화폐, 투자일까 투기일까.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써티테크 15회에서는 이새누리 기자의 ‘퇴직 나이 따라 수익률 달라진다고? 타깃데이트펀드(TDF) 투자기’를 소개한다. 중앙일보 홈페이지(www.joongang.co.kr)에서 지면보다 먼저 만날 수 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7.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