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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까지 '2시간 벽' 깬다" 기적에 도전하는 마라톤

해암도 2016. 12. 16. 05:13

[나이키, 특별 테스트로 선수 3명 선발… 20명 전담팀 구성]

- 1년 안에 3분 줄여야하는데…
현재 최고기록 2시간 2분 57초… 최근 기록 단축 속도 주춤해
2075년 돼야 '1시간대 돌파' 전망

- '스포츠 과학' 총동원
산소 효율성·잠재력 살펴본 후 킵초게·데시사·타데세 선발
생체역학·심리학 전문가 등 투입, 가장 적합한 날씨·코스 분석도

마라톤에서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1991년 미 메이요클리닉의 의사 마이클 조이너는 "이상적 조건에서 인류의 한계는 1시간 57분 58초"라고 주장했고, 미 켄터키대 존 크릴 교수는 "1시간 57분까지 가능하다"고 추산한 일이 있다. 인류는 할리드 하누치(모로코)가 1999년 2시간 5분 42초로 처음 2시간 5분대에 진입한 이후 17년간 고작 2분 45초를 줄였다.

현재 세계기록은 2014년 케냐의 데니스 키프루토 키메토가 베를린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 2분 57초다. 미국의 마라톤 전문 매체 러너스월드는 2014년 "지금 추세라면 2075년은 돼야 2시간 벽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시 불붙은 2시간 논쟁

그러나 나이키가 내년까지 이 '마(魔)의 2시간'을 깨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나이키는 지난 13일 "선수 3명을 훈련시켜 내년까지 2시간 기록을 깰 것"이라며 야심 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계획의 이름은 '브레이킹 2(2시간 깨기)'다. 러너스월드가 예상한 기록 달성 시기를 58년이나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이 발표에 세계 마라톤계에선 다시 '인간의 한계' 논쟁이 불붙고 있다. 외신들은 '대담하다(audacious)' '상상도 할 수 없다(unimaginable)' '터무니없다(absurd)'는 상반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러너스월드는 "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내년) 1년 만에 3분을 당기기는 어렵다"고 본다. "사람들 관심을 끌어보려는 업체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평가 절하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2시간 벽을 깨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국 브라이턴대학의 야니스 피칠라디스 박사는 2014년 '5년 내에 2시간 벽을 깨겠다'고 공언했고, 그가 훈련시킨 케네니사 베켈레(에티오피아)는 지난 9월 역대 2위에 해당하는 2시간 3분 3초를 기록했다.

스포츠 과학 총동원

이번 프로젝트는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가 엄청난 돈을 들여 수년간 준비한 끝에 내놓은 것이어서 주목받는다. 장거리 선수 수백 명을 테스트했고, 최종 후보 18명을 추린 뒤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쳤다. 선수의 산소 이용 효율성과 표정, 몸 상태까지 체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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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 2’ 프로젝트 팀 전문가들이 이달 초 마라톤 2시간 이내 돌파 도전자인 엘리우드 킵초게(케냐)의 최대 유산소 능력을 체크하는 모습. 이 테스트를 통해 선수가 러닝 페이스에 따라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지 등을 파악했다. /나이키

이렇게 해서 뽑힌 '인류 대표 2시간 도전자'가 바로 엘리우드 킵초게(케냐), 렐리사 데시사(에티오피아), 제르세나이 타데세(에리트레아) 3명이다. 지난 8월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킵초게는 마라톤계에서 낯익은 얼굴이지만 나머지 2명은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은 선수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현재 기록뿐 아니라 잠재력과 성실성까지 점검했기 때문이다.

최근 놀라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킵초게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뒤에도 훈련 캠프의 화장실을 직접 청소하는 등 초연한 태도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타데세는 하프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로 산소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선수 중 한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 대한 구체적 훈련 방법, 비용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들의 '세기의 도전'을 위해 생체역학, 생리학, 디자인, 엔지니어링, 심리학, 영양학, 환경 등 각 분야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이 이미 결성됐다. 나이키는 "그동안 인류가 해온 달리기 방식을 총체적으로 재구성하겠다"고 했다. 날씨나 마라톤복 등 달리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세세하게 분석해 최적화된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들의 도전 무대는 아직 미정이다. 내년에 열리는 대회 코스, 날씨 등을 비교 분석해 각 도전자가 가장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 대회에 나설 예정이다. 기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아니라 최적의 마라톤 코스를 직접 조성한 뒤 달릴 수도 있다.

                           조선일보    최종석 기자     입력 : 2016.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