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북한, 축구 발전에 거액 투자…북한 대표팀 감독 생생 증언

해암도 2016. 9. 2. 09:17

  '북한 생활 어떠냐고?' 외국인 北 축구감독의 생생 증언


수십억원 이상의 감독 연봉, 수억원을 들인 해외 평가전 유치. 이것은 다름아닌 북한의 축구 투자 상황이다. 

노르웨이언론 VG는 1일(이하 한국시각) 북한 축구대표팀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예른 안데르센(53) 감독과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안데르센 감독은 VG와의 인터뷰에서 "전담 운전기사와 개인 비서, 통역사 지원을 받고 있으며 평양 고려호텔숙소로 제공 받고 있다"라며 북한에서의 생활을 소개했다. 

안데르센 감독은 작년 11월 개인 에이전트를 통해 북한의 제안을 전해 들었다.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그는 "북한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어 약간 혼란스러웠다"라며 "제의를 받은 뒤 독일 뮌헨에서 3, 4차례 북한 관계자를 만났다"라고 회상했다. 


  • 예른 안데르센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왼쪽). 안데르센 감독 블로그 캡쳐
4월 중순 북한의 제안을 수락한 안데르센 감독은, 5월 1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고려항공을 이용해 북한 평양에 입국했다. 안데르센 감독의 숙소는 평양시 중구역 창광거리에 있는 고려호텔이었다. 45층 규모의 고려호텔은 주로 외국인들과 최고위 간부들이 묵는 평양 최고의 특급호텔이다. 그는 이 호텔 30층에서 생활하고 있다. 

각종 편의도 받고 있다. 그는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으며 개인 운전기사개인 비서, 통역이 생활을 돕는다. 안데르센 감독은 "일에만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안데르센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 출신 지도자다. 이런 지도자와 계약을 하기 위해선 최소한 수십억원의 연봉을 보장해야 한다. 북한이 축구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이유는 대표팀 전력 강화는 물론 젊은 선수들을 유럽 리그에 진출시키는 대한민국에 자극을 받아 북한도 선수를 수출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안데르센 감독 부임 이후 축구 인프라에도 적잖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우선 최고의 훈련 환경을 조성했다. 북한 축구대표팀은 15만명이 들어갈 수 있는 세계 최대의 경기장,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을 훈련장으로 쓰고 있다. 

  • 안데르센 감독이 찍은 숙소, 평양 고려호텔. VG 캡쳐

안데르센 감독도 훈련장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그는 "훈련 환경은 매우 좋다. 해외 평가전을 치르고 돌아오니 경기장의 울퉁불퉁한 곳도 다 정리됐더라"라고 말했다.

최근엔 해외 평가전을 치르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말레이시아에서 이라크와 두 차례 비공개 평가전을 치른 뒤 24일 중국 상하이에서 아랍에미리트와 비공개 친선경기를 했다.

북한은 이라크와 1차전에서 1-0 승리, 2차전에선 1-1로 비겼다. 아랍에미리트엔 2-0으로 이겼다. 대표팀 선수들은 말레이시아 해외 평가전 기간에 휴양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올 가을엔 평양에서 1~2차례 A매치를 준비하고 있다. 

  •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는 안데르센 감독. VG 캡쳐
해외 대표팀과의 경기 유치 또한 안데르센 감독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그는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경기 기회가 적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두 달에 한 번은 A매치를 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적이 있느냐'라는 다소 정치적이라 볼 수 있는 질문에 안데르센 감독은 "없다. 내가 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나는 축구를 하러 온 것"이라고 짧게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한국 김경동 기자 tuytur1534@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