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노임을 포함한 대학생의 한 달 평균 수입은 약 47만원. 1일간 주머니에 머무는 금액은 단돈 1만5,000원 남짓이다. 아침은 대충 넘기지만 점심은 대부분 외식을 한다. 그런데 점심 식사비용으로 가용액의 절반을 투자할 손 큰 대학생이 얼마나 되랴. 정체된 수입에 치솟은 물가는 악재다. 밥 한 공기에 술 한 잔 기울이기에도 빡빡해졌다. 대학생이 식당에서 가성비를 우선시하는 이유다. 외식산업 연구에 열정을 품은 20대 대학생 3인이 영남으로 떠났다.
‘곱빼기’가 웬말? 푸짐함에 시골 인심까지<흥덕반점>
경북 문경시의 <흥덕반점>은 엄청난 양의 짬뽕을 제공한다. 별도로 ‘곱빼기’가 없다. 스테인리스 대접에 뜨끈하게 나오는 짬뽕(4,500원)은 해물짬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해산물이 푸짐하다. 특유의 진한 국물 맛은 해물육수의 시원한 맛보다 후추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투박한 맛에 가깝다. 푸짐하게 올린 홍합, 게, 오징어는 모두 국내산이며 시중 곱빼기와 견줄 수 있는 푸짐함은 20대 중반 대학생에게도 버거울 정도다. 짜장면(3,500원) 양 또한 푸짐하다. 달지 않고 농도 옅은 소스에 고춧가루를 뿌려 먹으면 옛날짜장 맛을 연상시킨다. 반찬으로 제공한 고추장아찌는 단무지 못지않게 짜장면과 잘 어울린다. 그릇을 비워낼 즈음 비벼먹을 밥을 더 주는 주인장의 인심에서 서울에선 느끼지 못했던 따뜻함을 느꼈다. 계산하고 나오는데 낯선 대학생에게 장아찌까지 싸주겠다는 걸 겨우 말렸다.
<흥덕반점> 경북 문경시 흥덕동 317-8, 054-555-5127
찹쌀떡의 A to Z, 수제(手製)를 말하다 <뉴욕제과>
경운기 소리 요란한 시골인 문경시 산북면 어귀에 다소 생뚱맞은 제과점이 하나 있다. 이름도 거창한 뉴욕제과다. 20대 취향에 맞는 세련되고 트렌디한 도심 베이커리와 달리, <뉴욕제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 듯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찹쌀떡(모찌, 500원)이다. 이 집 찹쌀떡의 공정에는 진한 땀방울이 묻어있다. 찹쌀 도정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떡과 팥소까지 수제로 당일에 만든다. 식재료는 모두 국내산이다. 예약하고 찾아가 손에 쥔 찹쌀떡의 뽀얀 자태에 때 묻지 않은 찹쌀떡 장인의 순수함이 있었다. 잉크 한 방울 없는 하얀 도화지를 오려 만든 포장박스가 투박함을 더한다. 그날 만든 찹쌀떡은 아기피부처럼 촉촉하고 보드랍다. 속에 감춘 쫄깃함으로 치아를 탄력 있게 밀어내는 반전 매력도 있다. 직접 쑨 통팥 앙금의 식감과 향이 짙다. 과하지 않게 절제된 단맛 덕에 물리지 않고 담백하다. 하루 세 번 만들지만 한정 판매량에 도달하면 맛볼 수 없다. 작은 시골 제과점이지만 예약 전화는 필수다.
<뉴욕제과> 경북 문경시 산북면 대상리 78-1, 054-552-7538
1만원에 마늘 향 풍부한 오향장육을 푸짐하게 <석기시대>
해가 저물면 고요해지는 부산 동광동 중앙경찰서 뒷골목의 <석기시대>는 제법 늦은 시각까지 시끌시끌하다. 오향장육과 만두가 이 집의 대표메뉴다. 오향장육(1만원)은 주문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곧바로 상 위로 올라온다. 그 신속함이 놀랍다. 기다림을 싫어하는 한국인 성향에 알맞다. 오향장육 접시 위에는 썬 오이와 얇게 저민 돼지고기를 담아냈다. 1만원이라는 가격에 푸짐함이 느껴졌다. 마늘 듬뿍 넣은 소스도 흥건하게 뿌려냈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오이와 장육 한 젓가락 들어 소스 앞 접시에 한 번 더 찍어 담갔다. 새콤달콤함과 함께 입 안 가득 마늘 향이 번진다. 돼지 사태살을 사용한 장육은 쫄깃한 식감도 충분했다. 직접 빚은 만두는 육즙과 육향이 풍부하지는 않았지만 심심한 듯 담백했다. 포들포들한 찐만두의 피도 괜찮지만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군만두는 안주로도 제격이었다. 이 집은 방문자 평균 연령대가 높지 않다. 객단가 1만원에 배불리 먹을 수 있어 대학생의 가벼운 지갑에도 부담 없다. 어둑한 언덕배기 골목 내에 아지트 같은 곳이다.
<석기시대> 부산시 중구 동광동 5가 2-27, 051-465-0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