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를 꿈꾸며 패블릿(5인치 이상의 대화면을 갖춘 스마트폰), 태블릿PC로 '공책'을 대체하려다 실패한 경험. 기자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있을 것이다. 보기에는 그럴싸해 보여도 사실 휴대폰, 태블릿PC의 '빛나고 매끄러운 스크린' 위에서는 영 필기할 맛이 안 난다. 분명 종이에 필기구로 적는 행위에는 디지털 제품으로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직접 펜으로 꾹꾹 눌러 적어야만 더 생각도 잘 떠오르고, 집중도 잘 되는 기분이다.
'공책'과 '스마트폰' 둘 다 포기할 수 없다면? 이들을 위한 아이디어 상품이 나왔다. 펜앤프리(PNF)가 내놓은 '롤롤(lollol)' 이야기다. 어떤 이는 이름에서 90년대 초반을 휩쓸었던 여성복 브랜드가, 어떤 이는 많은 게임 폐인을 만들어낸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 LOL)' 게임이 생각날 것 같다.
롤롤은 사용자가 종이에 쓴 내용을 그대로 스마트폰으로 옮겨주는 제품이다. 설명만 들어도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는가? 기자도 그랬다. 롤롤은 안드로이드 버전, 아이폰 버전이 있다. 이번 기사에서 다룬 제품은 안드로이드 제품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4.0(아이스크램샌드위치) 이상의 삼성전자 갤럭시S2, 갤럭시S3, 갤럭시S4, 갤럭시노트, 갤럭시노트2와 팬택 베가넘버6, 베가R3, LG전자 옵티머스G프로 등과 호환 가능하다. 이외에도 USB OTG(on-the-go, USB 메모리 등을 연결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기능) 기능을 갖춘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롤롤을 사용할 수 있다.
볼펜으로 종이에 쓴 것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네?
학생의 '공책'과 '펜'을 군인의 '총'에 비유하는 교사가 많다. 아마 매번 무언가를 적어야 하는 학생들이 가장 롤롤에 관심이 많을 듯싶다. 수업 시간에 필기할 때나 자습 시간에 공책에 무언가를 정리할 때 롤롤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공책에 적은 내용이 그대로 스마트폰 속에 '복사'된다.
꼭 글씨만 쓰란 법 있나? 그림도 그릴 수 있다.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마인드맵'처럼 발상의 전개도 등을 그릴 때 좋다. 물론 색상도 넣을 수 있다. 여기저기 낙서한 내용을 스마트폰 속에 모아 정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간단하다
사용법도 무척 간단하다. 제품 수신부를 종이 모서리에 클립을 이용해 끼운다. 이때 수신부가 종이의 대각선 모서리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 후 제품 커넥터를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마이크로USB 포트에 꽂는다. 이제 (미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받아 놓은) 롤롤 전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인 'LolNote'을 실행한다. 캘리브레이션을 위해 펜으로 종이 모서리 세 군데에 차례로 점을 찍는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무언가를 적기만 하면 된다.
롤롤은 적외선과 초음파를 이용해 동작하는 제품이다. 그래서인지 롤롤 전자펜을 귀에 갖다 대면 '지이잉'하는 전자음이 들린다. 제조사는 "강한 금속성 소리(동전 등)나 냉, 온풍기 바람 밑에서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실제 제품을 사용할 때 동전 몇 개를 흔들어보니 제품의 오작동이 일어났다. 롤롤 사용 중에 '홀짝' 놀이를 하거나 동전으로 탑을 쌓는 사람은 없겠지만, 혹시 동전을 세어 가며 가계부를 작성한다면 조금 곤란할 수 있겠다.
깔끔한 디자인
롤롤은 전용 파우치에 돌돌 싸면 '롤필통'같은 모양새다. 제품 무게도 가볍고 디자인도 예뻐서 가방에 챙길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아이폰용 제품은 흰색, 빨간색, 연두색 3종이지만 안드로이드용 제품은 흰색 1개뿐이다. 다양한 선택안이 없어 아쉽다.
전자펜은 통통한 소시지같이 매끈하니 귀엽다. AA건전지 1개를 넣어 작동하므로 손에 잡았을 때 약간 무게감이 있다. 너무 가볍지 않고 묵직해 필기감이 좋았다. 볼펜심은 0.7mm 흑색이다. 다 쓰면 새 볼펜심으로 교환할 수 있다. 기자는 얇은 0.3mm 펜을 선호한다. 롤롤도 다양한 굵기의 볼펜심을 쓸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색을 칠하거나 글씨를 옮길 수 있다
온갖 형광펜과 색깔 펜을 동원해 공책을 정리하다 글씨를 잘못 썼을 때의 그 기분. 마치 고려청자를 만들던 장인이 손을 삐끗해 표면에 흠집을 낸 상황과 감히 비교하고 싶다. 아마 공책 필기에 공을 들여본 학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잘못된 부분을 수정펜으로 덧칠해도 기분이 영 탐탁지 않고 공책을 훑어볼 때 그 부분만 유독 눈에 띈다. 완벽주의자 학생인 경우 그 페이지를 찢고 다시 처음부터 필기하기도 한다.
이미 종이에 적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롤롤 앱 내 노트는 잘못된 부분을 수정할 수 있다. 그것이 디지털의 장점 아니겠는가? 지우개로 틀린 부분을 금방 지우고 다시 깔끔하게 쓰면 된다. 이뿐인가? 문단, 그림 등을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쓰다 보니 이 부분은 뒤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을 때 손쉽게 선택해 이동할 수 있다.
또한, 노트에 녹음 파일, 사진, 지도 등도 추가할 수 있다. 일기, 요리 레시피, 여행기 등을 작성할 때 유용하다.
A4용지, 공책, 수첩, 메모지 등 다양한 크기의 종이에서 롤롤을 사용할 수 있다. 종이 모서리에 수신기를 꽂고 종이 모서리 세 군데에 점을 찍어 캘리브레이션만 끝내면 되기 때문. 여러 공책에 필기한 것도 스마트폰 하나에 모을 수 있다. 또한, 수업 시간에 필기한 것을 집에서나, 통학 중에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볼 수 있다.
작성한 노트의 공유도 쉽다. 드롭박스 등 클라우드 서버에 올리거나 이메일, 메시지, 카카오톡 등을 이용해 친구에게 보내줄 수도 있다.
롤롤의 윈도용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PC에서도 노트를 작성, 편집할 수 있다. 펜앤프리 홈페이지(http://www.penandfree.co.kr/customer_download.html)에서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설치하면 된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작성한 노트를 JPEG 이미지 등으로 저장할 수 있다. 다만, PDF로 저장할 수 없는 점은 아쉽다. 한 장씩 이미지로 저장하기 때문에 여러 장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기 불편하다.
하드웨어는 좋으나, 소프트웨어는 조금 부족
롤롤을 사용하려면 전용 앱을 써야만 한다. 그런데 이 앱이 조금 기대에 못 미친다. 6월 11일 기준, 종종 캘리브레이션이 안되거나 앱 동작이 멈추는 등 오류가 발생했다. 개개인의 취향 차이겠지만, UI(User Interface, 사용자 환경)가 사용하기 불편한 편이다. 펜의 색상, 종류를 바꾸거나 첨부 파일을 넣는 등 무언가 조작을 하려면 계속 단말기의 메뉴 버튼을 눌러야 한다. 단순히 스마트폰 화면의 아무 곳이나 눌렀을 때 메뉴 창이 나타난다면 더 편리할 것 같다.
실행 취소하는 과정도 번거롭다. 간편하게 단말기의 취소 버튼을 눌러 실행 취소하고 싶은데 메뉴 버튼을 누른 후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이 외에도 사진을 넣고 적용할 때도 화면을 두 번 두들겨야 하는 등 직관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이를 헷갈려 사진을 첨부하지 못한 적이 몇 번 있다). 펜의 종류도 현재 3종인데 더 추가됐으면 좋겠다.
롤롤로 옮겨진 노트 필기를 봤을 때 '내가 이렇게 글씨를 못 썼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해서 공책에 쓴 것과 롤롤에 쓴 것을 비교해 봤더니 (부끄럽지만) 기자가 못 쓴 게 맞았다. 그런데 왜 공책이 아닌 스마트폰 화면에 뜬 글씨가 더 미워 보였을까? 만약 앱에서 표현하는 선이 일반 펜선처럼 압력에 따라 얇아졌다 굵어지는 형태라면 훨씬 더 글씨가 자연스러워 보였을 것이다. 실제 팬택 베가넘버6 등의 기본 노트 앱은 선의 굵기를 그렇게 표현한다.
PNF 관계자는 "제품을 출시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부족한 점이 있다"며, "사용자의 의견 등을 최대한 반영해 전용 앱을 계속 업데이트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추후 롤롤 관련 노트 앱뿐 아니라 메모, 스케치 등 다양한 전용 앱도 제공할 예정이다.
롤롤의 가격은 8만 4,000원이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더 자세한 정보는 펜앤프리 홈페이지(http://www.penandfree.co.kr/product_lollol_android.html)에서 볼 수 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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