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전국 지역별 칼국수

해암도 2015. 11. 12. 08:35

전라도는 팥칼국수… '칼만'은 원주가 元祖

칼국수는 지역마다 차이가 제법 난다. 강원도에서는 된장이나 고추장을 넣은 장(醬)칼국수가 성업 중이다. 제주도에는 꿩과 메밀을 이용한 칼국수, 전라도에는 시장마다 팥칼국수를 파는 집이 하나씩은 있다. 서해안에는 해물을 이용한 칼국수를 주로 하고, 경북 및 대구와 대전 같은 내륙에서는 멸치 육수를 우린 칼국수를 주로 먹는다. 칼국수란 단어는 조선 시대의 중국어 학습서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1677년)'에 처음 등장한다. 오랫동안 귀한 음식이었던 칼국수는 1960년대 분식 장려 운동 때 본격적인 대중 외식으로 등장한다.


	전라도는 팥칼국수… '칼만'은 원주가 元祖
대구

대구는 1980년대 말까지도 전국 건면의 50% 이상을 생산했던 국수 도시다. 1965년 서문시장에 처음 등장한 왕근이칼국수는 안동의 건진 국수 스타일에 멸치 육수를 사용한다. 서문시장에는 이후 칼국수 골목이 형성돼 지금까지 성업 중이다. 1970년대 대구에는 '할매'란 이름을 단 칼국수집이 잇따라 등장해 인기를 얻고 있다. 대구 칼국수는 면을 다른 지역보다 넓게 썰고 야들야들한 면발을 선호한다. 고명으로 청방배추가 들어가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 국물은 대개 멸치 육수를 기본으로 한다. 대구 칼국수는 멸치 육수와 콩가루를 넣은 야들야들한 면발, 백반상에 나올 정도의 반찬이 나오는 등 안동 칼국수 영향이 상당히 남아있다. 경주할매칼국수 (053)425-2358, 명덕할매칼국수 (053)651-7969, 왕근이칼국수 (053)326-2154

대전

대전의 외식 칼국수 역사는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편에 속한다. 1958년 대선칼국수가 개업해 지금까지 영업 중이고 대전역 앞 신도칼국수는 1961년 문을 열었다. 두 집 다 멸치 육수를 기본으로 한다. 쫄깃한 면발, 자극적이지 않은 국물 같은 오래된 칼국수의 전통을 보여준다. 대전의 칼국수 문화는 공주분식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1975년 대흥동에 문을 연 공주분식의 성공에 힘입어 대흥동 칼국수 거리가 만들어졌다. 이곳에서는 대개 붉은색 육수에 쑥갓을 얹은 소위 '얼칼(얼큰한 칼국수)'을 판다. 얼칼은 멸치 육수를 기본으로 하고 고춧가루를 넣어 붉은색을 내고 후추와 참깨, 김가루, 대파 등을 넣어 맛을 더한다. 쑥갓을 반드시 얹는 것도 공통된 특징이다. 대흥동 재개발로 칼국수 거리는 흩어졌지만 살아남은 명가들은 주변에서 영업 중이다. 대선칼국수 (042)471-0316, 신도칼국수 (042)253-6799, 공주분식 (042)582-8284

속초·강릉

강원도 동해안 일대는 장(醬)을 이용한 음식이 유독 많다. 속초와 강릉 일대에는 장을 이용한 장칼국수집이 많다. 멸치 육수를 기본으로 고추장·된장·막장을 가게마다 다른 비율로 섞어 만든 국물은 진하고 구수하고 얼큰하다. 가게에 따라 홍게·조개·오징어·새우 등 다양한 해산물을 넣고, 고명으로 감자·호박·파에 김을 얹는 것이 이 지역 칼국수집들의 공통점이다. 동치미를 곁들여 내는 것도 공통된 특징이다. 왕박골식당(속초) (033)632-5524, 금학칼국수(강릉) (033)646-0175, 현대장칼국수(강릉) (033)645-0929

원주

원주는 멸치 육수에 된장을 활용한 장칼국수와 '칼만(만두를 넣은 칼국수)'이라는 독특한 칼국수 문화가 있다. 된장을 풀지만 짜지 않고 구수하다. 거기에 들깨를 넣어 걸쭉하고 고소한 맛을 낸다. 중앙시장 주변과 중앙시민전통시장 안에 있는 식당에서는 예외 없이 손만두와 칼국수 그리고 두 가지를 섞은 칼만두를 판다. 김치를 주인공으로 당면과 숙주나물을 조연으로 넣은 김치만두와 칼국수는 가격이 저렴해서 원주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60년대 중반부터 시장 주변에 칼국수 식당들이 들어섰고 1979년 노점을 정리하면서 중앙시장과 원일로 사이 골목에 칼국수 골목이 형성됐다. 원주칼국수 (033)764-0941, 원주김치만두 (033)745-3848

대부도 바지락 칼국수

경기도 안산 시화 방조제 공사가 1987년 시작되면서 인부들에게 칼국수를 파는 가게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 이 지역의 칼국수 문화를 형성했다. 대부도 주변 지천으로 깔린 바지락을 이용한 칼국수는 바지락 육수에 감자와 호박을 넣는다. 가게에 따라 칼국수를 전골식으로 손님상에서 끓여주기도 하고, 커다란 냄비에 익혀 내와 덜어 먹도록 하기도 한다. 동춘서커스 상설 무대 주변에 밀집한 칼국수집들은 가게 이름 앞에 번호가 붙어있는데, 1990년대 중반 시화 방조제 완공 후 칼국수집들이 급격하게 늘어날 때 구청에서 번호를 붙여 허가를 내준 탓이다. 26호까치할머니 (032)884-0770, 우리밀칼국수 (032)884-9083

제주도 꿩메밀 칼국수

꿩고기는 찬 바람이 불어야 제맛이 난다. 제주도에는 꿩과 메밀을 넣은 칼국수 명가가 많다. 꿩으로 우려낸 국물에 메밀국수와 무를 함께 넣은 꿩메밀 칼국수는 덤덤한 맛이지만 가장 제주다운 맛으로 평가받는다. 메밀로 만든 면은 찰기가 별로 없지만 구수한 단맛이 배어 나온다. 모슬포와 우도에는 고둥의 제주말인 보말을 넣은 보말 칼국수가 유명하다. 깊은 감칠맛이 나는 보말과 다시마를 넣은 국물에 쫄깃한 면발을 넣고 유부와 김, 고추와 콩나물로 고명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골목식당(제주시) (064)757-4890, 교래손칼국수(조천) (064)782-9870, 옥돔식당(모슬포) (064)794-8833

서울 돈의동

서울 돈의동 칼국수 골목은 작지만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1965년에 집창촌이 있던 돈의동에 찬양집이 들어서면서 형성됐다. 1965년은 분식 장려 운동이 본격화되는 시점. 칼국수를 파는 식당들이 이때부터 외식으로 등장한다. 찬양집은 바지락을 기본으로 한 해물 칼국수로 유명하다. 1960년대 말 영업을 시작한 할머니칼국수는 멸치, 다시마, 양파 등을 넣고 우려낸 개운하고 진한 국물과 푸짐한 양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수제비도 유명하다. 할머니칼국수 (02)744-9548, 찬양집 (02)743-1384

  • 박정배 음식 칼럼니스트·'음식강산' 저자        조선    입력 : 201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