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김연명 교수 인터뷰 - "국민 연금 고갈? 7일치만 적립하는 독일이 망했나?"

해암도 2015. 5. 22. 08:13
[김연명 교수 인터뷰 ①] '기금 고갈'은 공포 마케팅

일당백.

최근 몇 주간 김연명 중앙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의 모습은 이 말에 딱 들어맞습니다. 공무원 연금 개혁안을 놓고서 여야 합의 후에 불거진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 논쟁에서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물론이고 청와대와 말 그대로 혼자서 '맞짱'을 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입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청와대 대변인 등 권력자들이 한마디 하면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은 물론이고 언론도 김연명 교수의 입만 쳐다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몇 시간 뒤에는 정교한 데이터와 깔끔한 논리로 무장한 김 교수의 반론이 이어집니다. 교수 개인의 보도 자료를 이토록 기다려본 것은 짧지 않은 기자 생활에서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런 상황이 정작 본인에게는 반가울 리 없습니다. 1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연명 교수는 안쓰러울 정도로 지쳐보였습니다. "다들 내 입만 쳐다보고 있는데 작은 실수라도 하면 안 되잖아요?" 정부 논리를 분석하고 반박 자료를 만드느라 밤을 새는 일이 다반사라는 하소연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김연명 교수는 다시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기금 고갈" "세금 폭탄" 등의 프레임으로 국민 연금에 대한 시민의 불신을 조장하는 세태에 대한 반론이 조목조목 이어졌습니다. <프레시안>은 '대한민국 복지의 미래를 둘러싼 이번 논쟁에서 절대로 질 수 없다'는 절박함이 절절히 녹아 있는 김 교수의 목소리를 세 번에 걸쳐서 기사로 전합니다. 

'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이성'이 빚어낸 그의 목소리를 지금 들어보십시오. 이 인터뷰는 강양구 편집부국장이 진행하고, 김윤나영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 공무원 연금 개혁 실무 기구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했던 김연명 중앙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 ⓒ프레시안(손문상)


사적 연금, 7년 뒤 해약할 확률 66.8%…마이너스 수익
 

프레시안 : 국민 연금을 둘러싼 시민의 불신이 큽니다. '노후는 내가 알아서 보장하면 되는데, 왜 굳이 강제로 국민 연금에 가입해야 하지?', '제대로 못 받는 거 아니야?' 이런 우려가 큽니다. 게다가 많은 시민이 국민 연금을 자신이 낸 만큼 돌려받는 '연금 저축(사적 연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민 연금과 사적 연금의 결정적인 차이가 무엇일까요?  

김연명 : 국민 연금은 그 어떤 개인 연금(사적 연금)이나 은행 적금보다 확실한 노후 소득 대책이에요. 요즘 은행에 돈을 넣으면 (물가 상승률 때문에) 실질 이자율이 0원이지요? 국민 연금은 실질 이자율이 얼마일 것 같으세요? 

초기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70%를 적용받았던 어르신들의 실질 이자율이 무려 29.8%였어요. 거의 사채 이자 수준이었죠. 소득 대체율이 40%까지 떨어진 지금도 1990년생(현재 만 25세)이 국민 연금에 가입했을 때 얻는 실질 이자율이 6.5%예요. 지금 시중 어느 금융 상품이 이자율 6.5%를 보장하나요?

반면에 개인 연금 실질 이자율은 투자 수익률에 결정되는데요. 수익을 잘 내도 실질 이자율이 평균 1%가 안 됩니다. 심지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기도 하죠.  

프레시안 : 6.5%와 1% 미만이면 차이가 크네요. 그렇더라도 개인 연금은 운용 실적이 좋으면 수익률이 올라가는 것 아닌가요? 

김연명 : 그렇게 착각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설사 개인 연금이 수익률을 잘 냈다고 하더라도 가입자에게 그 이익이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어요. 여기서 '강제 가입'인 국민 연금과 '자율 가입'인 사보험의 차이가 나오는데요. 

보험 상품에 가입한 경험을 떠올려 보세요. 주변에 10년 넘게 유지한 사람이 많나요? 개인 연금 가입자들의 60~70%가 만기를 못 채우고 중간에 해지합니다. 중간에 해약하면 어떻게 되나요? 원금도 못 돌려받죠. 그러니 실제 수익은 마이너스 20%대 이상일 겁니다. 실질 이자율을 따지면 개인 연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마이너스예요. 

실제로 1994년에 개인 연금이 처음 판매됐을 당시 개인 연금에 400만 명 이상이 가입했는데, 7년 뒤 유지율이 고작 33.2%였어요. 100명 중 67명이 7년 안에 다 해약했어요. 2000년도에 판매된 연금 저축도 해약률이 비슷합니다. 해약률을 고려하면 가입자의 수익률은 처참한 마이너스인 셈이지요.

ⓒ프레시안(손문상)

 
 
개인 연금 40 줄 때, 국민 연금은 100을 준다  

프레시안 : 젊은 사람이 노후에 대비해 개인 연금을 30년씩 붓기가 쉽지 않으니, 국가가 강제로 가입시켜 노후 대비를 시켜주는 셈이네요. 그것도 100을 주면 180을 돌려주는 식으로요.

김연명 : 그렇죠. 그런데 더 결정적인 차이는 개인 연금과는 달리, 국민 연금 수급액이 물가에 연동해 오른다는 점이에요. 

똑같은 100만 원을 주기로 한 국민 연금과 개인 연금 상품이 있다고 해 봅시다. 개인 연금 상품이 주기로 한 100만 원은 죽을 때까지 그냥 100만 원이에요. 그런데 100만 원의 실질 가치는 물가 상승률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집니다. 반면에 국민 연금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서 연금을 지급할 당시의 '미래 시가'로 줍니다. 물가 상승률을 3%만 가정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받기로 한 돈이 쭉 올라가요.

이런 식으로 개인 연금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수십 년 뒤 실질 가치가 국민 연금의 30~40%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즉, 국민 연금이 100을 주면, 사적 연금은 아무리 많이 줘도 40을 줍니다.

(일례로 30년 전 자장면 한 그릇이 600원이었다. 지금은 자장면 한 그릇이 5000원가량 한다. 30년 새 물가가 몇 배 뛰었다. 이를 뒤집어 적용하면, 사적 연금을 통해 받기로 한 100만 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 100만 원보다 가치가 떨어진다.

사적 연금과 마찬가지로 30년 뒤 똑같은 100만 원을 주기로 한 국민 연금은 어떻게 될까? 물가 상승률이 3%라고 가정하면, 국민 연금은 1년 뒤 103만 원을 주고, 2년 뒤에는 103만 원의 3%를 더 준다. 이런 식으로 30년 뒤에 100만 원이 242만 원[100만 원 X 1.03의 30제곱]이 된다. 다시 말해 국민 연금은 2015년 '현재 시가' 100만 원에 해당하는 돈을 2045년 '미래 시가' 242만 원으로 준다. 세상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서 '미래 시가'로 주는 사적 연금은 없다.) 

프레시안 :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적 연금 수익이 반 토막이 나는 것이네요.

김연명 : 게다가 똑같은 100만 원을 받기 위해 내야 하는 보험료는 국민 연금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어요. 이처럼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제도로 설계된 이유는 국민 연금이 이윤 창출이 목적인 사적 연금이 아니라, 그 목적이 '노후 소득 보장'에 있는 공적 연금이기 때문입니다. 

연금 교과서를 보면 "사적 연금이 있는데, 왜 굳이 강제 연금인 국민 연금을 도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와요. 교과서는 이렇게 답합니다. "사보험에는 인플레이션 대처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사보험의 가장 큰 약점은 첫째, 해약률이 높아서 실질 이자율이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둘째, 설사 완벽하게 운용사가 시장에서 투자 수익률을 높였다고 가정해도 인플레이션 대응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사보험과 공보험이 노후 소득 보장에서 차지하는 결정적인 차이죠.

독일은 7일치만 적립…'기금 고갈'은 공포 마케팅  

프레시안 : 국민 연금이 뛰어난 노후 소득 보장 대책이라는 점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국민 연금 수익률이 아무리 높을지라도, 국민 연금 기금이 언젠가 고갈되면 노후에 연금을 못 돌려받을 수도 있지 않나요?' 이른바 '기금 고갈' 공포죠.    

ⓒ프레시안(손문상)

김연명 : 국민 연금 제도를 시민이 안 믿는 이유의 핵심이 '기금 고갈' 공포예요. 기금 고갈 프레임을 깨지 않으면 국민연금에 대한 진보적인 개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설사 국민 연금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연금을 못 받는 일은 없습니다. 실제로 유럽 대부분 나라는 이미 기금이 고갈돼서 없는데도 연금 제도가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어요. 예를 들어 볼까요? 독일은 GDP의 11%를 연금 지급액으로 매년 지출하는데, 불과 일주일치 기금밖에 안 쌓아 두고 있어요. 기금 규모가 가장 큰 국가 중 하나인 일본도 불과 5년치 적립금만 쌓아두고 있는데 "5년 뒤 기금 고갈" 얘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프레시안 : 일주일치면 사실상 적립을 안 해두는 셈인데요. 그래도 연금 지급에 문제가 없나요?

김연명 : 당연하죠. 연금 지급은 국가가 국민에게 한 약속입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 독일은 매달 젊은 세대에게 보험료와 세금을 걷어서 곧바로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합니다. 국민 연금이 '세대 간 연대'의 원리로 운영되기 때문이죠.
 
국민 연금 기금은 무조건 많이 쌓아야 한다고 오해를 하는데, 한국처럼 적립금을 많이 쌓고 있는 나라는 유례가 없어요. 한국처럼 큰 규모로 기금을 쌓는 나라는 한국을 빼고 전 세계에 미국, 일본, 캐나다, 스웨덴 4개 국가밖에 없어요. 그중에서도 한국의 적립금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프레시안 : 하지만 정부는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된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연명 : 2060년 기금 고갈이요? 2060년까지 적립금을 다 쓰고 싶어도 못 써요. 기금 고갈 그래프는 이론적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로 정부는 그렇게 470조 원이나 쌓인 기금을 갑자기 고갈시킬 수가 없어요.

프레시안 : 기금 고갈이 이론상으로만 존재한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김연명 : 2060년 이렇게 딱 시점을 못 박아 놓고 쌓아놓은 국민연금 기금을 다 쓸 수 없어요. 불가능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국민연금 기금은 현금으로 금고에 쌓아두는 게 아니에요. 현금도 있지만, 대부분은 주식, 채권, 부동산 등으로 재투자된 자산입니다. 노인들에게 돈을 주려면 당연히 그런 자산을 현금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죠. 

그런데 그렇게 많은 돈을 갑작스럽게 현금으로 만드는 게 가능할까요? 좀 무리한 가정이지만 예를 들어 봅시다. 국민연금공단이 1조5000억 원을 주고 사서 최근에 팔아치운 영국 런던에 있는 HSBC 빌딩 본사를 그냥 보유하고 있다가 2060년 이전에 노인에게 연금을 주려고 그 빌딩을 팔려고 내놓았다고 합시다. 그게 팔리겠어요? 어느 바보가 그걸 바로 사겠어요. 조금만 더 기다리면 (현금이 필요하니까) 헐값에 급매로 나올 텐데요.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 연금 적립금이 2040년께 GDP의 50%에 달하는데, 2060년에 그 기금을 고갈시키려면 1년에 GDP의 2.5%를 현금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 가운데 GDP 1% 정도의 금액이 주식 시장에 매물로 갑자기 풀린다고 가정해 보세요. 한국 주식 시장이 결딴나겠죠. 아니, 한국 경제가 파탄이 날 겁니다. 그러니 기금 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못 박는 건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얘기입니다.

그 시점에 고갈될 수도 없고, 고갈시킬 도리도 없습니다. 해결책은 적립금의 규모를 줄이거나 아니면 기금 고갈 시점을 훨씬 더 먼 시점,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00년 뒤쯤으로 잡아서 천천히 현금으로 만들어서 쓰는 것입니다. 

ⓒ프레시안(손문상)


"'공룡 국민 연금 기금' 연착륙시켜야" 

프레시안 : 하지만 정부는 기금을 최대한 많이 쌓아서 미래 세대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고 합니다. 게다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금이 소진되는 2060년 이후에 그해 국민 연금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그해 노인에게 지급하는 방식(부과 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세대 간 도적질"이라고 하던데요.

김연명 : 오해가 있어요. 저는 국민 연금 기금을 소진시켜 (그해 보험료를 걷어서 그해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인) '부과 방식'으로 빨리 가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기금 소진 시점을 늘려서 오랜 시간에 걸쳐서 0원을 만들려면 앞으로 100년이 걸린다고 가정해 보세요. 뒤집어서 생각해 볼까요? 우리나라처럼 큰 규모의 국민 연금 기금을 쌓지 않고(적립 방식), 젊은 세대에게 그해 걷어서 그해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부과 방식'으로 이행하는 데 100년이 걸리는 거예요. 100년 뒤에 어떻게 할지를 지금 논의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죠. 

지금부터 100년 전, 우리나라는 어땠나요? 1915년에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였어요. 백성들이 전부 농사짓던 시절이에요. 1915년에 100년 뒤인 2015년의 대한민국 국민 연금 제도에 대해서 설계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코미디죠. 

따라서 지금은 '부과 방식'이냐 '적립 방식'이냐 하는 논의가 의미가 없어요. 쓸데없는 논란만 불러일으킬 뿐이에요. 우선 국민 연금 기금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논의해야 합니다.

프레시안 : 기금을 천천히 소진시킨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연명 : 지금 우리나라 연금 제도가 부분 적립 방식입니다. 보험료를 조금 올려서 2060년 기금이 소진되기로 했던 것을 최소한 20~30년간 혹은 더 뒤로 미뤄야 해요. 우리 세대는 그 정도만 결정하면 충분합니다. 그럼, 그 이후의 일은 어떻게 하느냐고요? 

물론 기금을 GDP의 어느 규모로 쌓을지, 아니면 기금은 비상시를 대비해서 최소한만 보유하고 부과 방식으로 갈지 정해야죠. 그런데 그 결정은 지금 내리는 것이 아니라 30~40년 뒤 다음 세대가 결정하도록 남겨 놓아야 합니다. 연금 기금을 연착륙하기도 전에, 기금 고갈에 대해 겁주는 것은 그야말로 '공포 마케팅'입니다. 기금 고갈은 걱정할 일도, 무서워할 일도 아닙니다.
                                       

국민 연금의 비밀…골드만삭스는 왜 MB를 영접했나? 
                 
[김연명 교수 인터뷰 ②] 기금을 위한 연금? 노후를 위한 연금!


   정부와 청와대가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안을 놓고서 연일 "기금 고갈", "세금 폭탄" 등의 주문을 되뇌며 맹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이런 맹공격에 사실상 나 홀로 맞서는 지식인이 김연명 중앙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언론은 그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죠.

그런데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상식으로는 참으로 납득이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청와대는 국민 연금 보험료를 두 배로 올려서라도 거대 국민 연금 기금을 유지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가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세대 간 도적질"이라는 거친 표현도 나왔죠.

여기서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도대체 지금 정부나 청와대가 언제부터 그렇게 다음 세대 걱정에 노심초사했었나요? 학교를 졸업해도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서 절망에 빠진 청년들에게 대통령이 "그럼, 중동이나 가세요!" 하고 엉뚱한 대안을 제시했던 게 바로 엊그제 아니었던가요? 

또 있습니다. 문형표 장관을 비롯한 지금 국정 운영을 하는 정치인, 관료는 적어도 겉보기에는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는 강한 믿음을 공유한 이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유독 국민 연금 기금을 놓고서는 정부 산하의 국민연금공단이 관리하는 시장의 상식으로도 납득이 안 되는 거대 기금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국내 자본, 외국 자본 할 것 없이 이를 반기죠. 

자, 뭔가 구린내가 납니다. 도대체 저들이 구태여 시민의 쌈짓돈을 모으고 모아서 국내 총생산(GDP)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세계 최대의 국민 연금 기금을 유지하고, 확대하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연명 교수가 지금 그 비밀을 폭로합니다. 그들은 미래 세대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채울 궁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인터뷰는 5월 1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진행은 강양구 편집부국장이, 정리는 김윤나영 기자가 맡았습니다. 5월 15일 소개된 첫 번째 기사에 이은 두 번째 기사입니다.

(☞관련 기사 : ① "국민 연금 고갈? 7일치만 적립하는 독일이 망했나?")

▲ 공무원 연금 개혁 실무 기구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했던 김연명 중앙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 ⓒ프레시안(손문상)


"GDP 140% 쌓기 위해 보험료 두 배 인상? 미친 짓" 

프레시안 : 앞서 정부가 '기금 고갈'을 얘기하는 것은 '공포 마케팅'일 뿐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 '기금 고갈'은 '세금 폭탄' 프레임과 바로 연결되기에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애초 정부는 국민 연금 기금(적립금)을 최소한 17년치 이상은 쌓아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니까 애초 정부가 기금 고갈 시점으로 예상한 2060년 이후에도, 그러니까 2100년까지 17년치 정도의 기금을 계속해서 쌓아두려면 보험료를 18%로, 즉 지금보다 두 배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지요.

물론 이 주장은 정부 스스로 곧바로 거둬들였습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7일 "국민 연금의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3.5~4%포인트 정도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꼬리를 내렸죠. 그러나 '보험료 두 배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이렇게 정부 스스로 철회했는데도, 여전히 많은 시민이 헷갈려 합니다.

김연명 : 많은 국민이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려면 보험료를 아주 많이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그렇게 착각하도록 조장했기 때문이죠. 정부는 두 가지 전혀 다른 이야기를 섞어서 논점을 흐렸습니다. '소득 대체율 인상'에 필요한 보험료 인상분과 '기금 규모 증대'에 필요한 인상분을 섞어서 이야기한 것이죠. 

앞에서 저는 국민 연금 기금 고갈 시점을 애초 정한 2060년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뒤로, 그러니까 최소한 20~30년을 더 미뤄서 2100년쯤으로 미뤄서 연착륙을 시켜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쌓아둔 기금을 차근차근 현금으로 바꿔서 쓰면서 연착륙을 시키려면, 당연히 한 30년쯤 뒤인 2040년대쯤에는 보험료를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가 황당한 욕심을 부립니다. 2060년 이후에도 즉 2100년까지 무려 17년치 적립금을 계속해서 쌓아두자고 주장한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국민 연금 기금 규모 자체를 늘려야 하니, 보험료율을 18%로 현행보다 두 배 올리자고 한 것이고요.

프레시안 : 그 돈이 어느 정도인가요? 

김연명 : 감이 안 오시죠? 그렇게 보험료를 올리면 우리나라 GDP의 140% 되는 국민 연금 기금이 쌓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기금을 운용했던 일본이 가장 많이 쌓았을 때 GDP의 30% 정도까지 갔어요. 우리는 지금도 국민 연금 기금 규모가 GDP의 35%입니다. 세계 1위입니다. 

지금도 이렇게 많은데 앞으로 GDP의 140%를 쌓겠다니요? 연금을 전공하는 학자들이 들으면 미쳤다고 할 거예요. 

물론 다양한 사적 연금 기금을 모조리 다 합치면 GDP의 140% 규모가 되는 나라는 있습니다. 하지만 단일 공적 연금 기금으로 GDP의 140%를 쌓는 것은 그 어느 나라도 간 적이 없는 길이에요. 그야말로 황당한 얘기입니다. 그렇게 쌓으려고 보험료를 18%까지 올려야 한다는 것이 복지부 주장이었어요.

소득 대체율 올리고 기금 고갈 연기하는 데 보험료 3~4%포인트 인상이면 충분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 : 진실은 무엇인가요?

김연명 : 국민 연금 기금을 그렇게 쌓아둬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면, 보험료율을 12~13% 정도로만 올려도 소득 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고, 기금 고갈 시점을 2060년 이후로 연기하기에 충분합니다. 문형표 장관 스스로 '보험료 두 배 인상' 주장을 철회하고 바로 그렇게 말했죠. 그러니까 국민 연금에 대한 신뢰를 키워야 할 책임이 있는 부처가 여론을 호도한 것이죠.

만약 문형표 장관이 국민에게 이렇게 설명했다면 어땠을까요?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13% 정도로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복지부 장관인 저는 앞으로 우리나라 국민 연금 기금을 계속해서 많이 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17년치는 쌓아 놓고 싶은데, 그러려면 18%로 두 배 올려야 합니다. 동의해 주십시오.'

그런데 문형표 장관과 정부는 어땠나요? 다짜고짜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보험료를 두 배 인상해야 한다'며 괴담을 퍼뜨렸습니다. 이게 정부가 할 일인가요?
 
프레시안 : 여전히 헷갈리는 시민을 위해서 한 번 더 짚고 넘어 가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적립금을 쌓은 일본도 5년치 적립금만 쌓아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기금 고갈 공포를 조장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기금 고갈 시점이 앞으로 45년 뒤인 2060년인데도 벌써 기금 고갈 얘기가 나오고 있고요. 이 차이가 어디서 비롯된 걸까요? 

('5년치 적립금'이란 보험료를 걷지 않고 5년 동안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돈을 적립한 경우를 의미한다. 그러나 5년치 적립금만 보유한 경우에도 보험료가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5년 뒤에 기금이 고갈되지는 않는다.)

김연명 : 미국의 예를 들어보죠. 미국에서는 정부가 매년 국민 연금 재정 보고서를 냅니다. 그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우리처럼 '2060년도'라고 딱 연도를 지정해서 고갈이 된다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2020년대 후반과 30년대 초반 사이쯤에 적립금이 소진된다"고 표현해요. 

그런데 미국 언론에서는 이런 기금 고갈 시점에 우리처럼 과도한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잘 안 다뤄요. 왜냐고요? 미국은 그 해 젊은 세대가 낸 보험료로 그 해 노인의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 방식'으로 국민 연금이 운영되기 때문이죠. 독일이 마치 일주일치 적립금만 쌓아두고 그 때 그 때 거둬서 노인의 연금을 지급하는 것과 똑같은 식이죠. 

그러니 미국의 적립금은 비상시를 위한 대비일 뿐이죠. 이렇게 비상시를 위해서 쌓아둔 적립금을 완충 기금(buffer fund)이라고 합니다. 엄청난 규모로 쌓아둔 우리나라 국민 연금 기금과는 성격이 다르죠.

앞서 언급되긴 했지만 다시 한 번 부과 방식과 적립 방식의 차이를 설명하죠. 우리에게 익숙한 적립 방식은 쉽게 말해 연금 가입자가 평생에 걸쳐 낸 보험료를 쌓아 놓고, 그 돈을 노후에 연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이죠. 부과 방식은 그 해 젊은 세대가 낸 보험료를 토대로 그 해 노인들을 부양하는 방식입니다.

그럼, 국민 연금은 어떤 방식일까요? 애초 국민 연금은 '덜 내고 더 받는' 제도로 설계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쌓아둔 기금으로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하다 어떤 시점이 되면, 그러니까 기금이 고갈되면 그 해의 젊은 세대가 낸 보험료로 노인을 부양하는 부과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이행하도록 설계되었죠. 앞서 국민 연금을 운용한 나라들도 다 그렇게 했고요. 

문형표 장관이 부과 방식을 놓고서 "세대 간 도적질"이라고 했었죠? 이게 어떻게 도적질입니까? 지금 이 사회의 기반을 닦아 놓은 앞 세대 노인을 다음 세대가 부양하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세대 간 연대' 아닌가요? 실제로 국민 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 제도는 현실에서 세대 간 연대의 원리로 운영될 수밖에 없어요.

프레시안 : 그럼, 우리나라도 어느 시점에서는 부과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김연명 : 세대 간 연대를 실현하는 방식으로 부과 방식이 장점이 많은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세대가 그렇게 못 박을 필요가 없어요. 앞서도 얘기했지만, 그것은 기금 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추면서 30~40년 뒤에 다음 세대가 치열한 논쟁을 통해서 결정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결정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어요. 이는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프레시안(손문상)


정부가 기금을 쌓으려는 진짜 이유는? 

프레시안 : 화제를 좀 바꿔보죠. 한국의 적립금 규모가 세계 1위라면, 정부는 왜 그렇게 기금을 많이 쌓으려는 걸까요? 

김연명 : 첫째, 세계은행(World Bank) 프레임 때문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는 국민 연금 제도를 설계할 때부터 '처음에는 적립 방식으로, 장기적으로 부과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설계하고 제도를 출범시켰어요. 우리나라가 국민 연금을 도입했던 1980년대에는 부과 방식이 전 세계의 표준이었습니다.

그 패러다임이 시장주의가 득세하던 1990년대부터 바뀝니다. 세계은행이 "부과 방식은 악이고, 적립 방식은 선"이라는 프레임을 짰어요. 적립 방식이 노후 소득 보장에도 좋고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탄탄한 논리를 만든 거죠. 그 당시 연금 제도를 공부한 이들이 바로 이 세계은행 프레임의 강력한 영향을 받았죠. 문형표 장관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개인적으로 문 장관이 "세대 간 도적질"이라고 말한 게 이해는 됩니다. 자신이 그렇게 배웠으니까요. 

시장주의에 입각한 사고방식으로, 정부가 적립금을 많이 쌓아서 후세대 부담을 줄이고, 재정 적자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세계은행 프레임으로 즉 적립 방식으로 연금 제도를 설계하면 결론은 어떨까요? 시민은 보험료를 더 내고, 받는 연금은 깎일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 70%였던 우리나라 국민 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40%까지 깎인 게 그 예죠. 

문형표 장관이 알아야 할 사실은 이 세계은행조차 최근에는 적립 방식만을 '유일한 선'이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부과 방식에서 적립 방식으로 바꾸기도 힘들고, 적립 방식도 완벽한 노후 소득 보장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죠. 세계은행조차도 부과 방식의 의의를 인정하는 편입니다. 물론 여전히 적립 방식을 좀 더 나은 방식이라고 여기긴 하지만요. 

"재벌 주식을 사되, 주주 총회에는 오지 마" 

프레시안 : 제도를 추동하는 담론의 힘이 얼마나 센지 실감할 수 있는 예군요. 그런데 다른 이유는 없을까요? 거대 기금을 유지하려는 정부의 집착을 시장주의 시각으로 연금 제도를 개혁하려는 전문가가 많다는 것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해 보입니다. 혹시 연금 기금 규모에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이 있는 건 아닐까요?

김연명 : 맞습니다. 국민 연금 기금이 클수록 이득 보는 대상이 누구일 것 같으세요? 재벌입니다. 국민 연금 기금 470조 원 중에 국내 주식에 84조 원 정도가 들어가 있어요. 그중 85%는 대부분 재벌 기업 주식인 상위 100대 기업 대형주예요. 국민연금공단이 전 국민한테 돈 걷어서 재벌 기업들 돈을 대주고, 주가를 받쳐주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셈이죠.

국민연금공단에 재벌이 요구하는 게 뭘까요? '내 주식을 사서 갖고 있되, 주주 총회에는 오지 말라' 바로 이거예요. 국민연금공단은 한 번 산 주식을 웬만해서는 다시 팔지 않고, 심지어 주가가 떨어지려 하면 추가 매수까지 해주니 재벌 기업 입장에서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투자자입니다.

국내 재벌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 투자한 외국 투자자에게도 거대 국민 연금 기금은 좋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거대 기금이 주가를 받쳐주니 한국 주식 시장에서는 돈을 따면 땄지 잃을 확률이 적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본전에 이문까지 얹어서 현금화하기도 좋고요.

국가 재정 규율 망가뜨리는 '공룡 적립금' 

프레시안 : 재벌이나 외국 투자자 말고도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을까요?

김연명 : 국민 연금 기금이 크면 국가 입장에서도 좋습니다. 국민 연금 기금이 채권을 대규모로 사주기 때문에 채권 발행이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1년에 30조 원씩 부채가 늘고 있는데, 대부분 채권 발행으로 메우고 있지요. 그런데 국채를 구매하는 최대 고객이 국민연금공단이에요. 최근에 정부가 '30년 만기 국채'를 찍었어요. 누가 30년짜리 채권을 삽니까? 사실상 '국민 연금 채권'이죠. 

하지만 그럴수록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국민연금 기금 때문에 국가의 재정 규율이 망가지는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국민연금기금이 채권을 안정적으로 사주는데, 국가 입장에서는 채권을 찍으려는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겠어요? 거대 국민 연금 기금이 시장주의자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재정 규율을 헤치고 있어요.

프레시안 : 국민연금공단이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지가 제대로 감시되고 있지 않는 것도 큰 문제죠?

김연명 : 언론이 나서서 왜 탐사 보도를 안 하는지 답답해요. 국민 연금 기금이 커지면 정부가 그 큰 돈으로 장난을 치기도 쉬워요. 얼마 전에 지하철 9호선 민간 자본 파동을 일으킨 맥쿼리 인프라가 논란이 됐죠? 하지만 맥쿼리 인프라에 국민 연금 기금이 투자돼 있었다는 점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이처럼 국민이 낸 보험료로 수십 조, 수백조 원을 투자하는데,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지 아무도 제대로 몰라요. 스웨덴 국민 연금 기금이 삼성전자 주식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는 홈페이지에서 금방 검색이 됩니다. 그런데 국민 연금 기금이 어느 회사 주식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국회의원들에게도 공개하지 않습니다. 사실상 국민연금공단은 대통령과 정부의 영향권 하에 있습니다. 그러니 청와대와 관료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기금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가끔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행사할 때 골드만삭스 등 미국의 유명 투자 회사 CEO들이 온다고 하잖아요. 그게 대통령 때문에 오겠어요? 국민 연금 기금이란 세계 금융계의 슈퍼 파워가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 연금이 해외 주식에 57조 원, 해외 채권에 20조 원 등 100조 원이 넘는 돈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국민 연금 기금 투자 받으려고 줄 서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불러도 안 오는 미국 금융계 거물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전화 한 통화면 바로 온다고 언론에 보도될 정도니까요.

생각해 보세요. 국민연금공단은 한 해에 보험료로 35조 원을 걷고, 투자 수익금으로 25조 원을 냅니다. 그렇게 모은 60조 원 가운데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하면 한 해 40조~45조 원이 남아요. 전 세계의 자본이 바로 이 눈 먼 돈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전쟁을 벌이고 있는 거예요. 정작 우리 국민은 '용돈 연금'으로 노년 걱정을 하고 있는데요. 


'노후'를 위한 연금 vs. '기금'을 위한 연금? 

프레시안 :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서는 적립금 규모를 더 늘려야 하니 보험료를 두 배 인상하라고 시민을 협박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렇게 쌓은 적립금으로 재벌 기업과 외국 자본이 돈 잔치를 하고 있는 모습이군요. 이쯤 되면 독자들도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을 것 같아요. 

김연명 : 너무 당연한 질문을 해볼까요? 연금 제도를 왜 만들었습니까?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었잖아요. 지금보다 두 배 오른 18%의 보험료를 내서 국민 연금 기금을 GDP의 140%나 될 정도로 쌓자는 것은 주객전도입니다. 이건 '기금을 위한 연금'이지,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연금'이 아니에요. 지금도 국민 연금 기금이 너무 커 '연못 속에 고래'라고 하는데 이게 앞으로는 '연못 속의 공룡'이 됩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노인들은 쫄쫄 굶고 있는데, 정부는 옆에 현금을 쌓아 놓고 있습니다. 노인 부부가 겨울에 연탄도 못 때고 냉방에서 찬밥을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방에는 금은보화를 쌓아 놓았어요. 그리고 심지어 그 금은보화는 더 형편이 좋은 이웃에게 필요할 때 쌈짓돈처럼 투자 자금으로 빌려주고 있어요. 정말로 기막힌 상황 아닙니까? 물론 위험 분산 차원에서 해외 투자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해외 투자를 유치하려고 그렇게 애를 쓰면서, 정작 국민 연금은 100조 원 가까운 돈을 해외에 쏟아 붓고 있으니…. 그 돈의 일부만 써서 신혼부부 전용 임대 주택을 짓는다고 해보세요. 출산율 올라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프레시안 : 앞으로는 세계 1위 규모로 쌓아 놓은 국민 연금 기금을 어떻게 운용할지를 놓고도 사회적 토론이 필요할 것 같아요. 

김연명 : 딱 한 가지만 말하죠. 재벌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의 우량한 중소기업에 주식에 더 투자해야 합니다. 사실은 그것이 장기적으로 국민 연금 재정 안정화에도 기여하는 일입니다. 국민 연금 재정이 안정되려면 결국 시민들이 아이를 많이 낳아서 그 아이들이 취업을 해야 하잖아요. 그래야 보험료가 더 걷히죠.

따라서 국민 연금 기금은 양질의 고용 창출을 유도할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명분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기업의 고용 창출 유발 효과는 적습니다. 유망한 중소기업을 찾아서 투자해야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죠. 스웨덴도 한국처럼 GDP 대비 27.2%(2010년 기준)의 큰 기금을 운용하는데, 펀드가 6개로 쪼개져 운용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의 펀드는 북유럽의 중소기업에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중소기업 전용 펀드입니다.
                                                         강양구 기자, 김윤나영 기자2015.05.18

"연금 전쟁, 노인 아닌 청년의 싸움이다!" 
                 
[김연명 교수 인터뷰 ③·끝] 복지 국가 대한민국의 꿈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 50% 인상을 놓고서 정부, 청와대에 '일당백'으로 맞서고 있는 김연명 중앙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는 요즘 조바심이 납니다. 이번에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이 좌절되면 '복지 국가 대한민국'의 꿈이 이뤄질 가능성이 더욱더 희박해지기 때문입니다. 그가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에 이토록 적극적으로 매달리는 것도 이런 사정 탓입니다.

복지 국가는 시민의 강한 지지 없이는 가능하지도, 지켜지지도 않습니다. 복지 국가에 대한 시민의 강한 지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올까요? 그것은 늙고, 아프고, 직장을 잃었을 때 복지 국가가 내 삶을 지켜준다는 믿음, 그리고 그런 신뢰를 가능케 한 경험에서 나옵니다. 이런 경험과 신뢰 없이는 절대로 복지 국가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김연명 교수는 복지 국가 대한민국의 첫걸음이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을 올려서 노후 보장에 턱없이 모자라는 '용돈 연금'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목소리를 높입니다. "국민 연금이 계속 '용돈 연금'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중산층을 비롯한 많은 시민이 결코 국민 연금 제도를 비롯한 복지 국가의 지지자가 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급하다 보니, 열불도 터집니다.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을 놓고서 논쟁이 한창인데, 진보 언론 등의 지면을 통해서 뜬금없이 '기초 연금'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삼스럽게 기초 연금을 언급하는 이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국민 연금은 비정규직, 저소득자 등의 사각지대가 불가피하니 기초 연금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평소 기초 연금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김연명 교수가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이렇게 반문합니다. "그럼,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은 필요 없다는 얘기인가요?" 

김연명 교수는 시민의 노후 보장을 위해서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과 기초 연금 인상이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답답함을 호소합니다. "지금 한강(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데, 몇 명 되지도 않은 아군은 낙동강(기초 연금)에서 대포를 쏘고 있군요."

김연명 교수의 복지 국가를 향한 꿈, 이참에는 한 걸음이라도 진전할 수 있을까요? 이제 공은 우리에게 넘어왔습니다. 

이 인터뷰는 5월 1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진행은 강양구 편집부국장이, 정리는 김윤나영 기자가 맡았습니다. <프레시안>은 5월 15일과 18일 소개된 두 차례의 기사에 이은 세 번째 기사입니다. 

(☞관련 기사 : ① "국민 연금 고갈? 7일치만 적립하는 독일이 망했나?", ② 국민 연금의 비밀…골드만삭스는 왜 MB를 영접했나?) 

▲ 공무원 연금 개혁 실무 기구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했던 김연명 중앙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 ⓒ프레시안(손문상)


사적 연금인가, 공적 연금인가? 

프레시안 : 앞에서 국민 연금이 사적 연금보다 좋은 이유, '기금 고갈' 주장의 허구성, 누가 왜 공룡 기금을 원하는지 또 그런 거대 기금 운용의 부작용 등을 언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핵심 논점을 정리하겠습니다. 국민 연금의 명목 소득 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려야 한다는 게 이번 논쟁의 핵심입니다.

많은 국민 연금 가입자들이 소득 대체율 40%라고 하면 노후에 자기 월급의 40%를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40년 가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최대치입니다. 실제로 가입자의 평균 가입 기간이 25년에 불과해 실질 소득 대체율은 25%(가입기간 평균 소득 × 25%)에 불과합니다. 말 그대로 '용돈 연금'이죠. 이런 용돈 연금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일까요? 

김연명 :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이 지금처럼 낮으면, 노후에 기초 연금까지 받아도 최저 생계비 수준입니다. 국민 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이 200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가입자가 25년 동안 보험료를 부으면 노후에 한 달 50만 원을 받습니다. 기초 연금 10만 원을 합쳐도 60만 원입니다. 이 정도 돈으로는 중산층의 노후 소득 보장이 안 되죠. 

프레시안 : 그래서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이 낮으니, 많은 사람이 사적 연금에 가입합니다. 정부도 이를 권장하고 있고요. 

김연명 : 지금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개인연금이나 퇴직 연금 같은 사적 연금을 키울 것인가? 아니면 공적 연금을 키울 것인가? 

냉정히 따져 봅시다. 사적 연금 활성화로 누가 이익을 볼까요? 국민 연금이 주는 돈이 적으니 중산층이 앞장서 개인 연금, 퇴직 연금에 가입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다 손해만 보고 있습니다. 사적 연금은 국민 연금보다 애초 수익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3분의 2 이상이 중간에 해지까지 하니 가입자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관련 기사 : "국민 연금 고갈? 7일치만 적립하는 독일이 망했나?")

그럼 누가 덕을 볼까요? 정작 사적 연금 활성화로 덕을 보는 건 재벌 기업입니다. 지금 퇴직 연금 기금이 107조 원 정도 쌓였는데, 절반은 삼성생명 같은 보험사가, 나머지 절반은 은행이 운용하고 있어요.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이 22조 원을 갖고 있어 삼성의 시장 점유율이 21%정도 됩니다. 사적 연금 가입자가 많아질수록 재벌 기업은 이득입니다. 그러니 공적 연금 규모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거죠.

국민 연금, 중산층만의 문제 아니다 

프레시안 : 공적 연금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국민 연금이 '중산층'을 위한 제도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국민 연금에 가입한 사람들은 정규직일 확률이 아주 크죠. 이런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한국의 진보는 우리 사회가 유럽식 복지 국가로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복지 국가의 핵심이 뭘까요? 

김연명 : 복지 국가의 두 가지 핵심은 공적 연금과 건강 보험입니다. 이 두 제도가 복지비 지출의 60%를 차지합니다. 중산층이 노후 소득 중단이나 실업 또 의료 문제 같은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거기서 발생하는 소득 상실의 위험을 공적 연금, 실험 보험 그리고 건강 보험 제도가 막아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중산층이 복지 국가에 강력한 지지를 보냅니다. 

ⓒ프레시안(손문상)

한국은 어떤가요? 현재 국민 연금은 중산층의 노후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합니다. 이런 용돈 연금을 받으며 중산층 대다수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국민 연금 따위는 차라리 없는 게 낫겠네!' 이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크죠. 그럼, 국민 연금을 흔드는 세력이 있을 때 중산층이 그들에 저항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동조하겠죠. 2004년에 있었던 국민 연금 8대 비밀 사건 같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2004년 한 누리꾼이 '기금 고갈' 등으로 노후에 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요지의 글을 올려 연금 불신이 커진 사건).

이렇게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공적 연금이 무너지면 복지 국가로 절대로 갈 수가 없어요. 복지 국가로 가려면 국민 연금의 소득 대체율을 올려서 중산층이 국민 연금에 이해관계가 생기도록 해야 해요. 그러면 중산층이 국민 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의 강력한 지지자가 되어서 이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겠죠.

유럽의 복지 국가를 대표하는 독일이나 스웨덴은 바로 이런 모습이죠. 반면에 공적 연금의 기능이 약화되고 대신에 개인 연금이나 기업 연금에 의존하는 미국이나 영국은 어떻습니까? 사회의 불평등은 커지고, 언젠가부터 우리가 꿈꾸는 복지 국가와는 한참 거리가 먼 모습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국민 연금 명목 소득 대체율을 올리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바로 복지 국가의 꿈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국민 연금 명목 소득 대체율을 올리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절대로 유럽식 복지 국가의 길로 갈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어요.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줄인다면…  

프레시안 : 국민건강보험이 전형적인 예일 것 같습니다. 중산층을 포함한 시민이 이 제도에 보내는 신뢰는 큰 편이죠. 2000년대 들어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많은 시민이 그 수혜자가 되면서 나타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연금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 시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죠?

김연명 : 맞습니다. 만약 정부가 나서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국민 연금처럼 현재의 65%에서 40% 수준으로 깎는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난리가 나겠죠. 중산층을 비롯한 시민이 이 제도를 신뢰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어떤 우파 정치인도 감히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낮추자는 얘기를 함부로 하지는 못합니다.

물론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지금의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65%를 앞으로 85% 수준으로 올려야죠. 그럼, 유럽의 복지 국가 수준이 됩니다. 국민 연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40%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려 공적 연금이 최저 생계비는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초 연금과 국민 연금 등 공적 연금의 전체의 소득 대체율을 더 높이는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여 중산층의 노후 불안을 해소시켜 주어야 합니다.

지금 이 기사를 읽는 독자부터 자신의 노후를 위해서라도 '용돈 연금' 수준의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을 올리는 데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국민 연금의 소득 대체율을 올리는 일이 다시 좌절된다면, 장담하건대 우리나라는 복지 국가의 꿈을 접어야 합니다. 

지금은 국민 연금 강화에 힘 모으자! 

프레시안 : 국민 연금이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으므로, 기초 연금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김연명 : 기초 연금 강화 주장에 100% 동의합니다. 이런 얘기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저는 박근혜 정부가 2013년에 기초 연금 제도를 개악했을 당시에 가장 중심에 서서 싸웠던 사람입니다. 기초 연금 강화의 필요성을 누구보다도 강조해 왔고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 국면입니까?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을 놓고서 싸우고 있잖아요? 

심지어 일부 진보 언론은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보다 '국민 연금 사각지대' 해소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답답합니다. 이번 여야 합의안에 이미 그에 대한 대책이 여럿 포함되어 있어요. 비정규직, 영세 사업장 노동자 같은 취약 계층에게 보험료를 지원하고, 크레디트 제도(출산, 실직, 군 복무 등으로 연금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대상자들의 보험료를 국가가 대신 내줌으로써 실질적으로 받는 연금 급여를 높여주는 제도)도 확대하기로 합의했어요. 

지금은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을 놓고서 전투를 벌이는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같이 힘을 모아서 전투에 나서야 할 사람들이 뜬금없이 기초 연금을 올리자고 하고, 국민 연금 사각지대 타령을 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전투가 벌어졌는데 몇 명 되지도 않는 아군이 전선도 형성되지 않은 낙동강에서 대포 쏘고 있는 형국입니다. 정말로 열불이 나요. 결국 노후 소득 보장 강화는 국민 연금 올리는 것 외에 다른 방식도 있으니 소득 대체율 50%를 포기하라는 정부·여당의 논리를 도와주고 있잖아요?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 : 기초 연금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김연명 : 맞습니다. 거꾸로 이렇게 가정해볼까요? 국회에서 여야가 기초 연금을 현행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리는 데 정말로 '기적처럼' 합의했다고 합시다. (물론 청와대나 정부가 그 방안에 합의할 것 같지는 않지만요). 청와대나 정부는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50% 인상 합의를 공격하는 것과 똑같은 논리로 진보 진영을 공격하겠죠. 

"세금 폭탄", "재정 고갈", "세대 간 도적질" 등의 얘기가 또 나오겠죠. 그런데 그런 합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연금에 대해서는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제가 언론에 나와서 이렇게 말한다고 해봅시다. '기초 연금 인상도 중요하지만,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도 중요하다.' 자, 한창 기초 연금 인상을 놓고서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는 분들이 얼마나 곤란하겠어요? 

기초 연금과 국민 연금을 둘 다 올려야 하는 것은 복지 국가를 꿈꾸는 진보 진영의 공통적인 인식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 연금 명목 소득 대체율 인상 합의안을 지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합니다. 기초 연금 싸움은 내년이나 내후년에도 할 수 있습니다. 어렵게 합의한 국민 연금 인상안을 놓고서 정부나 청와대 또 보수 언론에게 공격의 빌미를 줘선 안 됩니다. 

소득 대체율 50% 인상, 젊은 세대에게 이익 

프레시안 : 특히 젊은 세대가 국민 연금에 대한 신뢰가 낮습니다.  

김연명 : 일단은 젊은 세대가 국민 연금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확히 모릅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하도 젊은 세대의 형편이 어렵다 보니 이런 반감까지 있는 것 같아요. '아니, 취업도 안 되고, 기껏해야 비정규직이 될 텐데, 보험료를 왜 올려?' 이런 반응이죠. 이런 반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방법은 딱 하나뿐입니다. 경험을 통해서 배워야 합니다. '아, 부모 세대를 위해서 보험료와 세금을 냈더니, 부모님이 노후에 행복하구나! 나도 국민 연금 제도 덕분에 노후는 이렇게 보장이 되겠구나!' 이런 경험과 인식이야말로 국민 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죠. 유럽은 이미 몇 세대에 걸쳐서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민 연금의 역사가 짧아서 아직 연금을 받아본 세대의 경험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절망하기에는 이릅니다. 사실 저는 희망의 싹을 봅니다. 국민 연금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국민 연금을 받고 있는 어르신, 그리고 노후가 목전에 닥친 40~50대의 인식이 좋아졌죠.

프레시안 : 그 아래 세대는 아직 아니죠. 사실 65세 노인이 되어야 받는 국민 연금은 20~30대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인 것은 사실입니다. 

김연명 : 마지막으로 이 점만은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만약 이번 여야 합의안대로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리면 가장 큰 혜택을 누가 받을까요? 젊은 세대입니다. 현재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이 46.5%까지 떨어졌습니다.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리면, 오는 2016년 이후 국민 연금 가입자는 전부 혜택을 봅니다.

그러니까 2016년에 취업하는 20대가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것이죠. 이들은 앞으로 최대 50%까지 국민 소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민 연금 제도로 지금 노인만 덕을 본다'는 것은 큰 착오입니다. 젊은 세대에게도 노후의 혜택이 돌아갑니다.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이번에는 정말로 올립시다. 대한민국 복지 국가의 미래가 바로 이 싸움에 달려 있습니다.          

                                                   강양구 기자, 김윤나영 기자201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