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시즌까지 한화 경기는 9개 구단 중에서 가장 재미없는 경기로 분류됐다. 2009~2014년 6시즌 동안 한화는 다섯 차례나 꼴찌를 기록했다. 한화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개막 15경기에서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2013년에는 개막 13연패를 기록한 적도 있다. 3연패나 4연패는 식은 죽 먹듯 했다. 그러다 보니 한화는 상대팀들에 승수 쌓기의 제물이 되었다.
거액을 투자해 FA(자유계약) 선수인 정근우와 이용규와 계약하고, 김응용 감독을 영입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2013시즌에는 신생팀 NC 다이노스에도 밀려 꼴찌로 추락했다. 그러는 사이 선수들은 패배주의에 빠졌고 ‘찌질이팀’이라는 모욕적인 말까지 들어야 했다. 이 기간동안 한화를 응원하는 팬들을 다른 팀 팬들이 불쌍하게 여길 정도였다.
올해 프로야구의 최대 관심사는 한화다. 1위를 놓고 다투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가 아니다. 중위권의 한화는 마리한화와 한화극장으로 통한다. ‘마리한화’는 한화의 경기를 한번 보면 중독돼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마약(마리화나)과 같다는 뜻에서 나온 별칭이고, ‘한화극장’은 매 경기 한국시리즈 최종전을 치르는 것처럼 손에 땀이 나게 경기가 진행된다는 뜻에서 나왔다. 그 결과 한화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의 시청률은 언제나 1위를 달린다.
이런 열기는 기록으로도 증명된다. 4월 한 달 12차례의 홈경기에서 매진을 3회나 기록했다. 원정경기 평균 관중은 1만3823명으로 10개 구단 중 2위다. 한화 유니폼 매출액은 4월 말 현재, 지난해에 비해 250% 늘었다. 매출액 1위는 김태균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이다. 그렇다면 2위는? 놀랍게도 김성근 감독이다. 한화팬들은 전광판에 김성근 감독 얼굴이 뜨면 열광한다. 1942년생이니 나이로 따지면 ‘할배’지만 한화팬들에게 그는 어떤 아이돌 스타보다 뜨거운 지지를 받는다.
이 모든 게 지난해 10월 말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고 나서 불과 6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김성근 감독은 전력이 약한 팀을 맡아 강팀으로 조련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지도자로 통한다. 그가 야신(野神)으로 불리는 이유다. 종목을 통틀어 프로감독이 청와대 비서실 직원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 것은 김 감독이 유일하다.
- 김성근 감독이 지난 4월 30일 기아와의 경기 도중 수첩에 뭔가를 메모하고 있다./뉴시스
“야구감독은 그라운드의 지배자다. 투수 교체, 타선 조정, 상황에 따른 작전 구사까지 게임을 크게, 그리고 미세하게 운영해야 하는 것은 감독이라면 갖춰야 할 자질이다. ‘사람 좋으면 꼴찌’라는 야구계의 격언에서 볼 수 있듯 승리를 위해선 비정할 정도의 냉정한 지략이 요구된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제는 박수를 치고 크게 웃는 등 감정표현을 숨기지 않지만 김 감독의 냉철한 작전 구사는 전혀 녹슬지 않았다.” <②편에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