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시비에 핸들 놓고 가버려…
손님이 운전하길 기다렸다 警에 음주운전 현행범 신고
목적지 도착해 팁 못받자 주차하려 운행한 손님도 신고
목적지 도착해 팁 못받자 주차하려 운행한 손님도 신고
대리기사 인터넷 게시판엔 "몇천원 갖고 기사 우롱하는 진상 손님 갑질에 복수했다"
지난 20일 오후
11시 30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주차장에서 국회의사당 방면으로 가는 일방통행 도로 1차선에 승용차 한 대가 멈춰 섰다. 비상시가 아니면
주정차를 할 수 없는 도로 안전지대(노란색 빗금이 그려진 구역)에 차를 세운 운전자는 차주가 아닌 대리기사 김모(32)씨였다. 그는 경기도
군포시로 가자던 손님 염모(43)씨가 "5000원을 더 줄 테니 경기도 광명시에 들렀다가 가자"고 요청하자 "그 돈 받고는 못 간다. 1만원은
더 줘야 한다"고 승강이를 벌이다 결국 운전을 거부하고 차를 도로에 세운 것이다.
대리기사가 차를 세워놓고 가버리자 당황한 염씨는 직접 운전대를 잡고 삐뚤게 주차된 자신의 차를 안전지대 안에 제대로 주차했다. 그런데 몇분 뒤 조수석에 앉아 다른 대리기사를 기다리던 그에게 경찰이 다가와 검문을 요구했다. 자신과 다투고 가버린 대리기사 김씨가 멀리서 염씨를 바라보다 "여의도 한강공원 부근에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이 있다"며 경찰에 신고한 것이었다. 염씨는 경찰에 "운전을 한 건 맞지만 대리기사가 일부러 주차를 엉망으로 하고 가버려 그런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음주운전이 인정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대리기사가 차를 세워놓고 가버리자 당황한 염씨는 직접 운전대를 잡고 삐뚤게 주차된 자신의 차를 안전지대 안에 제대로 주차했다. 그런데 몇분 뒤 조수석에 앉아 다른 대리기사를 기다리던 그에게 경찰이 다가와 검문을 요구했다. 자신과 다투고 가버린 대리기사 김씨가 멀리서 염씨를 바라보다 "여의도 한강공원 부근에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이 있다"며 경찰에 신고한 것이었다. 염씨는 경찰에 "운전을 한 건 맞지만 대리기사가 일부러 주차를 엉망으로 하고 가버려 그런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음주운전이 인정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
/박상훈
요금 문제 등으로
손님과 갈등을 빚다 중간에 차를 세우고 내린 대리운전 기사들이 손님이 운전하나 지켜보다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손님
대부분이 음주 상태라는 걸 악용해 조금 전까지 자신의 '고객'이었던 사람을 '음주 현행범'으로 신고해 벌이는 복수극인 셈이다. 지난해 1월엔
손님의 아내가 목적지에 도착해 팁으로 5000원을 더 주려 하는 걸 말렸다는 이유로 주차를 위해 2m 정도 거리를 운전한 손님을 대리기사가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신고해 다툼이 벌어진 일이 있다. 최근에는 집 주차장에서 주차 상태를 바로잡기 위해 20㎝가량 음주운전을 한 사람이 요금
시비로 다툰 대리기사의 신고로 울산지법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최근엔 목적지에 도착해 주차 때문에 2~3m 짧은 거리를 이동하려고 핸들을 잡는 손님을 신고하는 수준을 넘어 목적지에서 한참 떨어진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워놓고 가버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럴 경우 차 주인은 어쩔 수 없이 차를 갓길 등으로 옮기기 위해 핸들을 잡을 수밖에 없는데 이걸 멀찍이서 지켜보다 음주운전으로 신고하는 식이다. 실제 대리기사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음주운전을 신고해 '손(손님을 뜻하는 은어)'에게 복수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진상 손님의 갑질에 대항하는 을의 복수'라는 것이다. 한 대리기사는 "대리기사를 막 대하거나 몇천원 요금을 갖고 기사들을 우롱하는 손님들에게 이런 식으로라도 복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리기사들의 '보복성 신고'는 대리운전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진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한 대리업체 관계자는 "대리운전 황금시간대에 시간만 잡아먹고 요금은 얼마 안 되는 이른바 '똥콜'의 경우 손님이 요금 문제로 시비를 걸거나 불쾌하게 하면 바로 새 콜(대리 요청)을 잡는 게 낫기 때문에 기사들도 참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일선 교통경찰은 "과거엔 어떻게든 목적지까지 운행을 마치고 시비가 붙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손님과 갈등이 생기면 바로 그 자리에서 운전을 멈추고 가버리는 기사들이 늘면서 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경찰은 대리기사의 '보복 신고'가 경우에 따라 처벌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대리기사는 손님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줄 의무가 있다"며 "고의로 차를 도로에 세우고 음주운전을 지켜봤다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방조, 유기, 교통방해죄 등이 적용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4년째 대리운전을 하는 이모(44)씨는 "대리운전이 일상화됐지만 요금이나 벌금, 자격 등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다 보니 택시에 비해 대리기사와 승객 간에 갈등이 일어날 소지가 많다"고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대리기사는 8만6500명으로 추정되는데 3800여개에 달하는 대리운전 업체는 자유업으로 분류돼 국세청에 사업자 등록만 하면 사업이 가능하다.
최근엔 목적지에 도착해 주차 때문에 2~3m 짧은 거리를 이동하려고 핸들을 잡는 손님을 신고하는 수준을 넘어 목적지에서 한참 떨어진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워놓고 가버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럴 경우 차 주인은 어쩔 수 없이 차를 갓길 등으로 옮기기 위해 핸들을 잡을 수밖에 없는데 이걸 멀찍이서 지켜보다 음주운전으로 신고하는 식이다. 실제 대리기사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음주운전을 신고해 '손(손님을 뜻하는 은어)'에게 복수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진상 손님의 갑질에 대항하는 을의 복수'라는 것이다. 한 대리기사는 "대리기사를 막 대하거나 몇천원 요금을 갖고 기사들을 우롱하는 손님들에게 이런 식으로라도 복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리기사들의 '보복성 신고'는 대리운전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진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한 대리업체 관계자는 "대리운전 황금시간대에 시간만 잡아먹고 요금은 얼마 안 되는 이른바 '똥콜'의 경우 손님이 요금 문제로 시비를 걸거나 불쾌하게 하면 바로 새 콜(대리 요청)을 잡는 게 낫기 때문에 기사들도 참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일선 교통경찰은 "과거엔 어떻게든 목적지까지 운행을 마치고 시비가 붙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손님과 갈등이 생기면 바로 그 자리에서 운전을 멈추고 가버리는 기사들이 늘면서 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경찰은 대리기사의 '보복 신고'가 경우에 따라 처벌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대리기사는 손님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줄 의무가 있다"며 "고의로 차를 도로에 세우고 음주운전을 지켜봤다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방조, 유기, 교통방해죄 등이 적용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4년째 대리운전을 하는 이모(44)씨는 "대리운전이 일상화됐지만 요금이나 벌금, 자격 등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다 보니 택시에 비해 대리기사와 승객 간에 갈등이 일어날 소지가 많다"고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대리기사는 8만6500명으로 추정되는데 3800여개에 달하는 대리운전 업체는 자유업으로 분류돼 국세청에 사업자 등록만 하면 사업이 가능하다.
주형식 기자
조선 입력 : 2015.05.01 03:00
조선 입력 : 2015.05.01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