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1명에 15분 진료, 서울대병원의 실험
美선 초진 30분, 재진 15분
환자 얘기에 귀기울이는 共感 진료 해보니 15분도 모자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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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준
호흡기내과 과장
대형 병원의 환자 한 명당 외래 진료 시간이 3~5분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으로 긴 진료 시간이었다. 밖에서 대기하는 환자나 의료진의 눈치를 살폈던 환자들이 이날만큼은 의사와 충분히 시간을 갖고 질병과 치료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3분 진료가 만연한 대학병원에서 서울대병원 젊은 교수들이 외래 진료 15분을 선언하고 나왔다. 이번 달부터 매주 토요일, 별도의 외래 진료를 개설해 병원을 처음 방문하는 초진 환자에 대해서만큼은 최소 15분 외래 진료를 하겠다고 한 것이다. 호흡기내과 임재준(46) 과장과 이상민(45)·이진우(34)·최선미(34) 교수 등이다. 환자들이 병원 콜센터로 초진 예약 전화를 하면 이 같은 점을 공지하고, 인터넷을 통한 진료 예약 시에도 이를 공지하고 있다.
15분 진료를 이끄는 임재준 교수는 "환자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것은 물론 꼼꼼히 진찰하고,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정상적인 외래 진료를 한번 이뤄보고자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 대형 병원의 평균 외래 진료 시간은 4.2분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외래 환자 11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외래 진료 시간은 초진에 5분, 재진에 4분 정도였다(대한보건행정학회지 2014년). 33초 진료받은 경우도 있었다. 반면 진료를 받기까지 대기하는 시간은 평균 12.6분이었다. 환자들이 진료받고 나서 만족감을 느끼는 희망 진료 시간은 6.3분으로 조사됐다. 서울대병원도 3~5분 진료가 다반사다. 3시간 정도 걸리는 반나절 외래에 환자 40~60명이 예약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KTX 타고 3시간 넘게 걸려 병원에 와서는 3분 진료받고 돌아가는 경우도 빈번하다.
미국 병원들은 초진에 30분, 재진에 15분 할애하며 질병 난이도에 따라 의사들이 차등화해 진료 시간을 배정할 수 있고 그에 맞춰 진료비도 달리 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진료 시간 여부에 상관없이 의료 기관 규모별로 일정액의 진료비를 받는 구조다. 병원들은 "환자 한 명에 2만여원 하는 진료비로는 외래를 운영하는 비용에 턱없이 모자란다"며 주어진 시간에 가능한 한 진료 환자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수익을 보전하고 있다. 이른바 속전속결, 박리다매 진료 방식이다.
임 교수는 "3분 진료 현상은 취약한 대학병원 수익 구조와 대형 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리는 부실한 의료 전달 체계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며 "최소한 병원을 처음 방문하는 초진 환자나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 복잡한 상황의 질병을 앓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진료 시간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