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품

보급형 미러리스 카메라 종결자 - 소니 A5100

해암도 2014. 10. 3. 07:01


[리뷰] 소니 A5100


소니 A5100 출시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전혀 기대되지 않았다. 모델을 정우성으로 바꾸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상위 기종인 A6000을 선전하고 있으면서 소리소문없이 출시해서 A5000의 업그레이드 버전 정도라고 생각했다. 이 추측은 다행히 대부분 잘못된 것이었다.

A5100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완성형 미러리스 카메라라 할 수 있겠다. 상위기종은 물론 자사 DSLR조차 구현하지 못한 기능을 대거 탑재했다. 껍질만 소형차인 풀옵션 중형 세단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소니 A5100

새로운 카메라를 출시할 때마다 새로운 이미지 센서를 선보이는 소니답게 이번에도 새로운 이미지센서를 탑재해 AF 속도와 정확성, 화질까지 대폭 개선했다. DSLR과 같은 크기인 APS-C Exmor CMOS 센서는 2,430만 화소에 위상차 AF 179포인트와 콘트라스트 AF 25포인트를 합친 듀얼AF 시스템을 채택했다. 화면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AF와 사진촬영이 동시에 이뤄지며 그 속도는 0.07초에 불과하다.

타사 중급기 DSLR의 위상차 AF 포인트가 51개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수치다. 179 포인트면 이미지센서의 약 92%를 커버하는 수준으로 피사체가 화면 어디에 있던 AF를 잡아낸다는 얘기다. A5100을 쓴다면 사진을 찍은 후 초점이 잘 맞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다. 정말 어두운 곳이 아니라면 셔터를 누르는 순간 초점이 맞는다. 얼굴인식도 대단히 정확해서 인물을 찍으면 대부분 화사한 인물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소니 A5100

빠르고 정확한 AF 성능, 빛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선명한 사진을 만들어 내는 능력은 스냅샷을 찍을 때 극도의 편안함을 준다. 화면을 보면서 초점일 맞는지 확인할 필요 없이 그저 찍으려는 방향으로 카메라를 옮긴 후 셔터를 누르면 된다. AF 속도도 빠르지만, 사진을 찍은 후 처리하는 속도도 빨라 사진 리뷰 기능을 꺼두면 쉼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바디 크기가 줄면서 무게도 가벼워져 번들 렌즈를 포함한 무게가 340g밖에 되지 않는다. 흔히 마시는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보다 가볍다. 그러면서 그립부를 잡기 좋게 적당한 크기로 유지한 걸 보면 소니의 디자인 능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아마 180 플립 LCD만 아니었다면 몸체는 더 얇게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소니 A5100

커피숍에 와이파이가 필수가 됐듯, 디지털카메라에는 셀프 촬영용 LCD가 필수가 됐다. 화면이 위로 던, 아래 던 한쪽으론 180도 접힌 제품이 유행이다. A5100은 카메라 위로 180도 접히는 스타일로 와이파이에 NFC까지 갖춰 셀카를 찍은 후 스마트폰으로 바로 전송해 SNS나 메신저에 공유할 수 있다.

이 부분이 A5100의 정체성을 확실히 말해준다. 카메라를 높이 들어 찍는 하이앵글을 포기하면서 셀프 촬영 기능을 넣었다는 건 셀프 촬영이 많은 여성 사용자에게 어필하기 위한 전략이다. 사실 A5100은 리뷰 내내 여성들의 주목을 끌었다. 마치 귀여운 강아지를 한 마리 공원에 데리고 나간 듯 카메라를 꺼내 놓을 때마다 '한 번 봐도 대냐'는 요청을 받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용실이라도 다녀올 걸 그랬다.


	소니 A5100

하이 앵글 촬영의 불편함은 빠른 터치 AF로 보상되지만, 햇빛이 비치는 야외에서의 시안성은 정말이지 실망스럽다. AF가 맞았는지만 대충 알 수 있는 수준으로 색감이나 노출을 판단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촬영 후 리뷰 시에도 마찬가지다. 실내 촬영이 많고 전문적인 촬영을 요구하지 않는 초보자나 여성 사용자를 겨냥했기 때문에 전문가가 원하는 정교함은 포기하고 가격을 낮춘 것이다.

조작부는 단순함 그 자체다. 상위 버전과 달리 Fn 키가 별도로 없어서 모드를 변경할 때마다 다이얼 가운데 ‘확인’ 버튼을 눌러 모드를 선택해야 한다. 대신 다양한 사진 효과를 대거 지원하고 노출부터 채도까지 그 변하는 모습을 눈으로 보면서 실시간으로 조작할 수 있어서 초보자들이 사용하기에 아주 그만이다.


	소니 Exmor 이미지 센서의 저조도 사진은 언제나 정답이다.
소니 Exmor 이미지 센서의 저조도 사진은 언제나 정답이다.

재미나게도 줌을 세 가지 방법으로 조작할 수 있다. 렌즈에 달린 레버를 이용하거나 경통을 돌리거나 전원 버튼에 레버를 이용해도 된다. 단, 각 방식이 모두 줌이 움직이는 거리와 속도가 다르다. 레버를 이용하면 천천히 정교하게 움직이고 경통을 돌리면 아주 빠르게 변한다. 정교한 움직임이 필요한 매크로 촬영이나 줌인-아웃 기능을 활용한 동영상 촬영 시에는 레버를 이용하고 자동차 같은 빠른 피사체를 촬영할 때는 경통을 쓰면 되겠다.

전원부에 레버를 처음 봤을 때는 쓸 일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하다 보니 로우앵글 촬영을 제외하곤 대부분 전원부 레버를 사용하고 있었다. 카메라가 워낙 가볍고 스냅 촬영이 위주다 보니 한 손만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게 큰 편리함으로 느껴졌다.


	주광에서 인물사진은 특별히 튀지 않는 편안한 인물색과 정확한 노출로 크롭으로도 일반적인 상황에서 사용하기 충분한 화질이다.
주광에서 인물사진은 특별히 튀지 않는 편안한 인물색과 정확한 노출로 크롭으로도 일반적인 상황에서 사용하기 충분한 화질이다.

	번들렌즈는 광각이 16mm(35mm 환산 24mm)부터 시작해서 풍경사진을 찍기 적합하다.
번들렌즈는 광각이 16mm(35mm 환산 24mm)부터 시작해서 풍경사진을 찍기 적합하다.

최고의 동영상 성능을 지원하는 소니답게 A5100은 UHD TV에 대응하는 4K 영상 촬영에 적합한 XAVC S 코덱을 지원한다. 기존 1,080p 25Mbps의 두 배에 달하는 50Mbps 촬영이 가능해 고화질 영상을 저렴한 가격에 촬영하려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소니 E-마운트가 렌즈를 꾸준히 출시한 덕에 A5100이 비록 엔트리 기종이지만, 최상위 기종 못지않은 동영상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A5100을 5일간 사용하면서 400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카메라를 끄고 켜기를 반복했다. 이 기간에 충전한 횟수는 단 1회에 불과하다.


	간이 접사 능력이 좋은 편이라 노랗게 익어가는 감귤의 모공까지 선명하다.
간이 접사 능력이 좋은 편이라 노랗게 익어가는 감귤의 모공까지 선명하다.


	소니 A5100은 와이파이와 NFC 기능으로 NFC를 지원하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아주 간편하게 사진을 공유할 수 있다.
언제부턴가 소니 제품은 NFC가 기본 지원처럼 되어버렸다. 소니 A5100도 NFC를 지원해 NFC를 지원하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간편하게 사진을 공유할 수 있다.

사진을 찍을 줄 몰라도 좋다. 카메라를 잘 다루지 못해도 좋다. 아무 생각 없이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 A5100은 충분히 만족할 만한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다. 

구매지수 : 85점
Good : 사진을 몰라도, 카메라를 몰라도 알아서 척척척.
Bad : 고급 사용자는 전혀 안중에 두지 않은 UI와 기능들.
                      

                                                            리뷰조선 안병수 기자 absdizzo@chosun.com   입력 : 2014.10.01